당신을 아프게 하는 것이 당신을 말해준다
최근 유튜브 쇼츠에서 묘한 영상을 봤다. '프리랜서'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콘텐츠였다. 그냥 백수인데 프리랜서라고 말하는 거라며, 소개팅이나 모임에서 프리랜서 운운하는 자들 보면 그냥 한심한 백수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댓글들은 그 말에 동조하고 있었다. "인정", "팩트", "공감" 같은 짧은 말들이 줄줄이 달려 있었다.
처음에는 좀 열받았다. 프리랜서를 왜 이렇게 싸잡아서 내려치지? 하지만 곧 생각했다. 왜 나는 이 영상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걸까?
누군가 내게 "너는 왜 그렇게 노래를 못하니?"라고 조롱한다고 해보자. 나는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삶에서 노래를 잘 부르는 일에 별로 가치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에 '아, 노래 좀 잘하고 싶다'라고 욕망해본 적도 없다. 혹은 누가 "너의 음식이 별로 맛있지 않아서 먹고 싶지 않아"라고 해도 나는 '아 그래? 난 맛있는데?' 하면서 혼자 맛있게 먹을 것 같다.
하지만 같은 말도 어떤 사람에게는 비수가 된다. 가수 지망생에게, 혹은 다른 일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노래로, 음악으로 뭔가 해보고 싶은 욕망을 품고 있는 사람에게 "노래 못한다"는 말은 얼마나 깊게 꽂힐까. 그들은 그 말을 잊지 못하고 밤새 되씹을지도 모른다.
"너는 왜 그 나이 먹도록 왜 아직 과장밖에 못하고 있냐!" 라는 비아냥도 그 회사에서 계속 승진해서 임원까지 다는 게 목표이고 꿈인 사람에게는 비수로 꽂히겠지만, 회사 생활 적당히 하다가 나만의 사업을 하려했던 사람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들릴 것이다.
누군가가 내 영어 실력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한다거나, 내 체형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한다거나, 너는 세상을 잘 모른다고 비아냥거린다면? 나는 분명 열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내가 실제로 삶에서 어느정도 가치를 두고 있거나, 신경 쓰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상처받는다는 건, 사실 내가 그 영역에 가치를 두고 있다는 증거다.
어떤 비난이나 조롱이 내게 상처가 되려면,
나와 그들이 같은 판단 기준을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내가 그 기준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말은 그냥 소음일 뿐이다.
문제는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사람들의 말을 듣는다. 가족, 친구, 동료의 말뿐만 아니라 SNS, 유튜브, 뉴스, 각종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목소리들.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하면 안 된다", "이게 정상이다", "저건 비정상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기준을 제시하고, 판단하고, 평가한다.
이 소음 속에서 내 기준이 명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나는 그 소음들에 빨려들어간다. 오늘은 이 말에 흔들리고, 내일은 저 말에 상처받고, 모레는 또 다른 기준에 불안해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조차 희미해진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내가 인생에서 가치를 두는 것이 무엇인지,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기준은 무엇인지 명료하고 뚜렷하게 인지하고 있는 일이다.
역설적이게도, 상처받는 순간이 바로 그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떤 악플이나 비난 앞에서 내 감정이 크게 동요할 때, 이윽고 나는 생각해봐야 한다. 왜 나는 이토록 분개하는가? 무엇이 나를 이렇게 감정적으로 힘들게 하는가? 한발짝 뒤로 서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물어야 한다. 이 기준은 정말 내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심어준 것인가?
프리랜서 영상으로 돌아가 보자. 그 영상이 나를 불편하게 만든 이유는, 나 역시 어딘가에서 '번듯한 직장에 다녀야 제대로 사는 것'이라는 세상의 기준에 아주 조금이라도 동의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만약 내가 그 기준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나만의 기준으로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했다면? 그들이 뭐라고 조롱해도 나는 나의 길로 가면 그만이다. 그런 것들에 내 감정이 휘둘릴 필요도, 틈도 없다.
다음에 누군가의 말이 당신을 깊이 상처 입힐 때, 잠시 멈춰 서보길 권한다.
그 상처는 당신이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당신의 기준인지, 아니면 누군가 당신에게 심어준 기준인지 구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당신을 상처 입히는 것들을 관찰해보라. 그 안에 당신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