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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Dec 17. 2020

안개주의보

12.12.2020 

2020년 12월 12일 토요일. 

어젯밤 자기 전에 날씨를 확인했을 때, 처음 보는 낯선 날씨 기호를 찾아보니, 안개가 예상되는 날씨였다. 

안개가 아주 진하고 두껍게 드리워진 아침이었다.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향하는 공원으로 운전을 하고 가는데,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길을 가고 있는 데도, 그 길이 내가 가는 길이 맞는가 생각이 드는 그런 아침이다. 만약 처음 가는 길이 었다면? 더 불안했을지도 모른다. 안개가 가득한것 같은 날들 어떻게 보내야 할까? 



멀리서부터 짙은 안개에 호수가 보이지 않는다. 짙은 안개는 처음이어서 인지 신기하게도 무섭지가 않았다.  

안개와 구름은 모두 수증기가 응결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하늘에 떠 있으면 구름인 것이고, 땅 가까이에 있으면 안개라고 한다. 그렇다면 안개가 가득한 아침은 우리가 땅에서 구름을 만날 수 있는 그런 신비로운 날인 건가? 하는 생각에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땅 위에서 구름 안을 달려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신비로운 아침이었다. 


안개로 가득한 그곳에서 아침 달리기를 시작해본다. 그리고 머릿속 가득한 생각들을 꺼내어 본다.

한주 동안 내 머리를 어지럽고 복잡하게 했던 생각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내려놓으며 달리니,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마음이 가벼워지니, 몸도 가벼워지는 것 같다. 


안개로 가득해서 앞이 잘 안 보이는 길을 달리면서 들던 생각 중 하나는, 어쩌면 내가 지금 안개 가득한 곳을 지나가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곳을 달려 나가고 있는 그런 나의 모습.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과연 맞는 것인가? 이 길의 끝은 어디인가?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불안한 날들이 있을 수 있다. 

주말마다 수도 없이 달려본 이 길을 기억한다. 날씨가 좋았던 그날, 컨디션이 좋았던 그날을 기억하며 달려 본다.   오늘 아침 잠깐 안개가 있다고 해서, 이 길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안개는 시간이 지나면 없어져 버릴 그런 것 이기 때문이다. 안개나 구름이 있다고 해서 하늘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안개나 구름은 해가 뜨고 바람이 불면 언제라도 지나가 버리는 것들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날들 중에 안개가 가득히 낀 아침 같은 날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반복인 날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해가 뜨면서 안개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안개는 언제 라도 사라질 수 있는 그런 것이다. 지금 잠깐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해서, 그 상황이 계속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가끔 답답하고 갑갑한 상황에 갇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때가 있다. 하지만 믿는다 하늘은 변하지 않는 하늘이고, 안개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 버리는 안개라고. 

오늘도 달리고 시작하면서, 한 주 동안 잃어버렸던 나를 되찾는다. 


12.12.2020 - 10Km 57:29 

12.12.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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