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INA Dec 07. 2020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내가 좋아서 가는 길 


알람 없이 일어나고 싶었던 주말 아침이었다. 느긋하게 일어나서 보니니 7시이다. 보통 토요일이 아침이었다면, 지금쯤 달리기를 시작했어야 할 시간이다. 피곤하고 몸이 무거운 토요일 아침이다. 뛰러 나가야 하는데 이미 어젯밤엔 온 비로 젖어 있다. 날씨를 확인해 보니, 오전 8시에 비올 확률 80%, 오전 9시에 비올 확률 90% 그리고 오후에는 비가 그치는 일기예보이다. 아침에 달리기를 하고 싶은데, 오후까지 기다려야 하나?


지금 뛰고 오자. 운동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커피를 마시고, 달리기를 하러 나간다. 비가 오고 있으니, 비를 막아줄 바람막이 옷도 챙겨 입는다. 공원에 도착하니, 주차장에 차들이 없다. 비가 오는 이 시간에 나오는 사람은 없는 건가? 8시이다. 비가 많이 오지 않기를 바라보며 달리기를 시작해본다.


나오기를 잘했다. 토요일 아침 달리기는 주 중에 아침 달리기와 다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달리고 싶은 만큼 달릴 수 있는 시간이다. 주말의 시작되었다고 알려 주는 그런 시간이기도 하다. 바빴던 한주에 굳어 있던 몸을 풀어 주고, 머리에 가득 차 있던 수많은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게 해주는 나만의 시간이기도 하다. 지금 달리고 있어 너무 좋다.


©SEINA 


어제 왔던 비로 달리는 길에 물이 흥건하다. 호숫가에 물도 불어 있다. 저번 주만 해도 걸어서 들어가 볼 수 있던 곳은 물로 가득 차서 찾아볼 수 없었다. 물이 지나가는 길, 고여있는 곳을 피해서 달려 보는데도 운동화가 조금씩 젖어 간다. 이제 양말까지 젖어 들어간다. 그런데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내가 가려고 마음먹은 길 이기에, 비가 온다고 해서 운동화가 젖는다고 해서 별로 마음 쓰이지 않는다. 내가 가려고 하는 길, 항상 날씨가 좋을 수만은 없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 수도 있다.. 오늘 같이 비가 오고 운동화가 젖는 날이 온다고 해고, 내가 가던 길을 멈출 수는 없다. 내가 가고 싶어 하는 길 이기 때문이다.


토요일마다 보이던 같은 시간대에 달리던 사람들, 걷던 사람들 중 몇몇 사람들이 달리며 지나간다. 비가 오지만 너도 나왔네라는 눈빛으로 인사를 하며 지나쳐 달려간다. 혼자 달리고 있는 거 같지만 같이 달리고 있는 사람들은 항상 있다.


©SEINA 


RAIN OR SHINE, SHOW UP 


비가 와도 안 와도 한다.  내가 가는 길은 그렇다. 오늘 아침 비가 올 확률 80%였다. 나는 20%을 확률을 안고, 달리러 나갔고, 내가 달리기 를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빗방울을 굵어지지 않았다. 달리기를 마치고 차에 앉았다. 그러자마자 마치 예약이 되어 있었듯 빗방울이 굵어지고, 바람까지 불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비가 올 확률이 90%였던 오전 9시였다.


내가 믿고 가는 길의 그 확률. 확률적으로 어렵고 힘들겠지만, 간다. 가본다. 일을 오래 하면 할수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는 게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일을 잘하고 못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에 좌절하지 않는다. 어차피 내 영역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고,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은 이 세상에 맡겨본다. 그러면 그 확륙적으로 어렵고 힘들 일들이 이루어진다. 비가 와도 안 와도 하는 나, 오늘 나오길 잘했다.








이전 03화 나에게 주어진 아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