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INA Nov 30. 2020

오늘도 달리고 시작합니다.

2020년 11월 : 포스트 마라톤

2020년 11월 1일. 

11월을 시작하는 첫날. 서머타임이 끝나는 일요일 아침. 한 시간을 벌었다고 느껴지는 그런 아침이었다. 

느긋하게 일어나서 달리고 온 모닝런,  말해 뭐해 너무 좋은 아침이다. 한 시간, 60 분이라는 시간이 주어 졌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하며 보낼까? 나는 생각 없이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처음 10분이 지나면 몸이 풀린다. 그렇게 몸이 풀리고 나면, 생각이 몸을 따라간다. 어느 순간 몸은 알아서 달리고 있다. 마라톤 이후 페이스를 다시 찾아가고 있다.  10km : 56분 45초  ~9'08 


2020년 11월 1일 ©SEINA 


©SEINA 
©SEINA


2020년 11월 7일 

미국에선 대선이 있었던 아주 시끌벅적하고 불안이 가득하던 한 주가 지나갔다. 그 시간이 지나가고 토요일 아침 나를 마주 한다. 오늘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하고, 그 선택이 최선이었다는 것에 만족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최고라는 믿음 아래,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오늘 더 감사할 수 있다. 매일 감당할 수 없는 하루일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일들은 매일 생긴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오늘 아침도 달리고 시작한다. 10km : 56 분 47초 ~ 9'08" 

©SEINA
©SEINA


2020년 11월 14일

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11월 마주하며, 아직은 영상인 아침 온도에 감사하며 오늘도 달리고 시작하는 토요일 아침이다. 몸이 풀릴 정도 마주 하는 다리 위에서 여느 때처럼 사진을 찍고, 조심조심 걸어서 달리를 건너 본다. 밤새 서리가 내려앉아 다리 위가 미끄러운 상태이다. 땅과 붙어 있지 않은 다리는 기온이 떨어지면 곧잘 얼어서, 주위를 하며 달려야 한다. 안 그러면 넘어져서 다칠 수도 있다. 그렇게 다리를 건너며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세상을 살아가며 다리를 마주할 때 나는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가? 마음도 무겁고, 머리고 무거웠던 한주를 정리하며 달리는 동안 느꼈다. 언제나 길은 있다. 언제나 그렇게 길은 생겼다. 내가 가려고 하면, 만들어졌고, 갈 수 있어졌다. 기회를 만들고, 다리를 만들고, 다리를 만드는 것도 그 다리를 태워 버리는 것도 다 우리의 크고 작은 선택에 달렸다. 기회를 만들고 다리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도 희망도 주지 않고, 다리마저 태워 버리는 언행과 행동은 삼가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 다리를 안 건너가도 될 것 같지만 또 언제 돌아서 그 자리 앞에 서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10km 1시간 2분 ~  9'49" 


©SEINA


©SEINA


©SEINA


2020년 11월 15일 

어제 아침 달렸지만, 어젯밤 과식으로 아침에 달리고 오기로 결정을 하고 나왔다. 어제와는 또 다른 오늘 아침에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찰나에 아름다움을 만나는 감사함을 느끼고 돌아오는 아침이다. 오늘도 달리고 한다. 매일 달리는 게 당연하게 생각되는 일상이다. 하지만 매일 달린다고 해서 달리기가 쉬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뻔하고 당연한 것을 잘 해내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P 119 글의 품격, 이기주"  10km 보다 조금 더 6.48 마일 1시간 5분 

©SEINA


2020년 11월 21일 

하늘을 담고 있던 호수를 보며, 매주 오는 곳이지만 오늘은 또 다르다. 이젠 정말 낙엽이 다 떨어져 버렸다. 혼자 보기 아까운 아름다운 이곳을 오늘 혼자 달린다. 같이 있어도 외로운 길이 있고,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길이 있다. 같이 좋으려면 혼자서부터 좋아야 한다는 걸 알아가며 감사하고 사랑 가득한 그 길을 오늘도 달리고 시작한다. 10km  56분 56초 9'10" 

©SEINA
©SEINA
©SEINA

2020년 11월 25일 

땡스기빙 전날이다. 수요일 아침 길게 달리고 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날이다. 

날씨도 너무 좋다. 나이키 앱에 새로운 달리기가 나왔다. Grateful 8K Run 감사하며 달리기 

감사하면 달리다 보니, 8킬로 뛰러 갔다가 10 킬로 달리고 들어 왔다. 

매일 달려도, 매일 달리게 된다. 매일 감사를 해도, 매일 감사를 하게 된다. 

그렇게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오늘도 감사하고 시작하고, 오늘도 달리고 시작한다. 

10km 55분 33초 8'55" 


2020년 11월 29일 

정. 말... 뛰기 싫다. 엊그제 시티에 나가서 The Loop Race 도 뛰었다. 집에서도 꾸물꾸물 보낸 시간 달리기를 두 바퀴를 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공원에 도착해서도 꼬물꼬물 엉덩이가 무겁다.  어젯밤 과음과 과식으로 어쩔 수 없이 시작했던 달리기. 그리고 천천히 첫 1킬로, 1마일을 달린다.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오서 걷고 뛰고 있다. 3마일, 이젠 뛰어 온 만큼만 다시 뛰어가면 된다. 돌아간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마지막 마일은 마치 작정하고 뛰러 나온 사람처럼 달리고 돌아온다. 달리고 돌아오는 길, 인정하긴 싫지만 좋았다. 달리기 싫었던 마음을 달래서 일단 나가서 몸이 뛰다 보면, 마음은 따라온다. 몸과 마음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  10km 1시간 17초 9'42" 


We train our brains. In the end, it is your mind that translates the outside world into happiness or misery. - Mattieu Richard. 



나의 11월을 지키기 위해 시작했던 11월 1일 첫날의 10킬로 달리기로 시작해서, 7번의 10킬로 그리고 한 번의 레이스를 달리면서 나는 나의 11월을 지켜 냈다. 내가 해야 할 일 들을 했고,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 

삶의 무게가 아무리 무거워도, 오늘만 감당하면 된다. 그래서 오늘만 달린다. 오늘만 하면 된다. 



이전 01화 나는 오늘도 달리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