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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Dec 30. 2020

2020년은 G.R.O.W

꽉 찬 보름달 그리고 12월 29일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 힘들게 아름다운 커다란 보름달을 머금고 있던 핑크빛 하늘, 12월 29일 2020년이다. 2020년 코로나로 우리 모두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하고 싶었던 일도, 가고 싶었던 곳도 많았던 2020년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 버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지긋지긋한 2020년 그냥 빨리 가버려라 하며 날려 버릴 수도 있겠지만, 2021년을 잘 맞이하려면 2020년을 먼저 잘 보내어주어야 할 것 같다. 하루하루 소중하지 않은 날은 없다.  남은 2일을 어떻게 보내야 2020년을 잘 보내주고 2021년을 잘 만날 수 있을까? 


그래서, 2020년을 돌아보고, 2021년을 꿈꿔보는 시간들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라는 생각에 2020년의 기록이 가득한 일기장을 폈다. 너무 많이 변해버린 12월에 1년이 10년 같이 느껴지기도,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일상에 1년이 한 달 같이 느껴지기도 했던 2020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하루들은 소중했다. 그렇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은 이유가 있다. 


여름에 수영장을 열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몇 년 동안 청소하지 않고 닫아두었던 수영장을 청소하는 일이었다. 관리해 주지 않았던 수영장은 알 수 없는 생명체들로 가득했다. 도대체 어떤 것들이 자라고 있었던 걸까? 아마 개구리도 한 마리 있었던 것 같다. 더러운 물을 빼내고, 바닥을 드러냈던 수영장. 바닥부터 깨끗이 닦고, 수영장에 깨끗한 새 물이 들어왔다. 더러운 수영장 물에 새 물을 넣어 준다고 해서 물이 깨끗해지지 않는다. 아예 비워내야 하는 게 필요한때가 있다. 새로운 것들이 들어올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워내야 채워질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했던 2020년, 며칠 남지 않은 12월, 2020년을 잘 비워내는, 잘 보내는 주는 시간을 가져본다. 아이들과 가족과 함께 같이 할 수 있다.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 우리의 마음이라는 컵에 무엇을 담아내고 살았던 2020년 인지? 우리의 마음은 어떤 것들로 넘쳐 났는지? 아니면 무엇 때문에 채워지지 않는 마음에 힘이 들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다. 


나의 2020년을 정리해 보자면, 성장  G.R.O.W 하는 시간이었던 같다. 

눈으로 보이고 성과로 나타나는 일들에 대한 계획으로 시작되었던 2020년이 시작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우리의 일상이 무너져 내릴 때, 우리를 지켜주었던 우리의 일상 속에서 뜻밖의 성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해 준 2020년에게 감사하다. 


Gratitude. 감사라는 마음을 매일 알게 해 준 우리의 일상.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아져 버린 일상생활 에서의 불편함과 이건 아닌데 라는 마음에서 오는 불평불만의 마음과 태도는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섭게 우리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주 작고 미비한 것이라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 비교해서 감사하는 마음이 아닌,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허락되었던 2020년이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매일 자고 일어나면 다르게 자라나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2020년이다. 워킹맘으로서는 가능할 수 없을 거라는 그런 매일을 살았다. 워킹맘, 육아맘의 얄팍한 경계선 사이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다. 언제나 길은 있었다.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다. 보고 싶은 마음을 가득 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나가고 있는 지금 우리 가족들에게 허락되었던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비교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겸손한 마음이 가능했던 시간이었다.  감사합니다. 


Resilience. 회복 탄력성 

어둡고, 힘들고, 아프고, 지치고 그런 날들이 있었다.  끝이 없는 터널을 매일 걸어가는 그런 날들을 걸어본 적이 있었다. 그 시간들을 지나오고 나니, 나에게는 회복 탄력성이라는 근육이 생겼다. 내가 나의 오늘을 살았을 때,  몸, 마음, 머리, 정신에 튼튼한 근육으로 매일 자라나고 있었다. 오늘만 달리고 시작하겠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고 매일 필요한 회복을 가능하게 했다. 내가 믿는 회복 탄력성은 얼마나 어둡고, 힘들고, 아프고, 지치는 날은 혼자 견뎌내는 것이 아니다. 그냥 버티는 게 아니다. 나의 회복 탄력성은 넘어지면 일어나는 것이고, 멈추었다면, 다시 움직이는 것이고,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낳아지면 되는 것이다. 매 순간을 극복하고, 회복을 하고 나아가는 것이다. 회복 탄력성 근육을 키우는 시간이었다. 괜찮아 질수 있는 시간이었다. 


Obstacles, Opportunities and Openness. 위기와 기회 그리고 열린 마음 

이거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던 것을 미처 생각을 해보고 묻지도 따져보기도 전에 해야 하는 위기 2020년이었다. 인생의 위기는 혼자 오지 않는다. 기회라는 친구랑 같이 온다. 2020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기회가 위기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었던 2020년이었다. Zoom으로 일 하고, 강의를 하고, 멘토링과 코칭을 하고, 생일파티, 베이비 샤워, 졸업파티, 졸업식, 결혼식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잠시 잃고 있던 것들, 하지만 우린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주 많아졌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바뀌고 있다.  섣불리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 판단하지 않아 본다. 아이들은 비대면 수업을 받고, 남편은 우리 집 요리사가 되었고, 나는 마라톤을 뛰었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선을 그어 놓지 않을 때, 불가능해 보이던 게 가능해 보이기 시작한다. 원래부터 못하는 사람은 없다. 아직 배우지 못했을 뿐이다. 원래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그랬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열린 마음으로 배우고 노력한다. 누구나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길을 알아가려고, 배우려고만 한다면,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2020년이었다. 


Wholesomeness. 나를 찾아가는 시간. 

바쁘게 돌아가던 세상이 강제로 멈추어 버린 것 같은 시간들. 온전히 우리에게 집중할 수 있던 순간들은,  왜 무엇을 하는지, 가지려고 하는지, 먹고 마시는지, 누구와 함께하는지, 중요한 것이 무언인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왜 중요한지 선택을 해야 했을 때 많은 것들을 느끼고, 깨닫는다.  많지 않아도 채워지는 게 많구나. 많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돈, 직장, 승진 무엇가를 많이 이루었다고 셀 수 있는 것들도 많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힘이든 순간에 훤히 들여다 보이는 성품들. 그 성품들을 단련할 수 있는 시간들을 잘 보낼 때 우리는 성장한다는 걸 배워 나갔다. 우리가 매일을 살아가는 이유, 성장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자라나는 것이 보인다. 


나의 2020년을 정리해 보자면, 성장 G.R.O.W 하는 시간이었던 같다.   이 모든 길의 끝에는 성장이 있었다. 우린 또 이렇게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성장한다. 우리가 걸어가는 모든 길은 이유가 있다. 2020년이 너무 힘들었다고, 2020년을 서둘러 치워버리려 하지 말고, 잠시 되돌아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잘 비워내고 잘 보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2021년을 잘 만났으면 하다. 2021년을 어떤 마음으로 만날까? 내일은 2021년을 꿈꿔보는 하루를 보내볼 생각이다. 무언가를 이루어 내려고 애를 쓰기보다는, 매일 어떤 하루를 만들어 가면서 살아야 하는지 꿈꿔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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