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드득뽀드득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오늘 눈이 온다고 했었나? 비가 오는 거 아니었나 하며 눈이 내리는걸 한참 보고 있다가, 하얗고 깨끗하게 쌓여가는 눈을 보고, 보물 1호를 꼬셔 본다.
우리 눈 보러 가지 않을래?
일요일 아침 과감하게 잠옷 바지 차림으로 신이 나서 나가본다.
보물 1호 딸의 손을 잡고 발을 마쳐 걸으며 그녀의 속도를 따라간다.
함께 하는 슬로우 러닝, 느리게 달리는 아침이다.
이른 일요일 아침, 아직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같이 걸으며, 눈이 내리는 아침이 특별하다.
뽀드득뽀드득 걷을 때 나는 소리.
후드득후드득 고요한 아침에 눈이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같이 걸어온 자리에 남아 있는 발자국들.
동네 한 바퀴를 걸어 돌아오니, 그 사이 내린 눈에 희미해져 버린 발자국을 보면서
시간이 지나간 흔적이 보였다.
시간이 더 흘러, 눈이 더 많이 쌓여 우리가 걸었던 발자국이 더 희미해져 버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손을 잡고 같이 걸으며 들었던 뽀드득, 후드득 소리 온 세상이 하얄게 눈으로 덮인 아름다운
2021년 1월의 첫 번째 일요일 아침은 오래 남아 있을 것 같다.
하루 종일 펑펑 내려 버릴 것만 같던 눈은, 우리가 집에 돌아와서 브런치를 만들어 먹던쯤 언제 눈이 왔냐는 듯
멈춰 버렸다. 만약 조금 늦게 일어났더라면, 찰나의 행복을 놓쳐 버릴 수 있었던 우리의 순간들이 감사한 오늘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