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 : 토요일 아침은 10km 달리기
토요일 아침 공원으로 달리러 운전하고 가는 길 자전거를 타고 가는 5명의 남자들 중 한 명만 좀 뒤에 떨어져 가고 있는 걸 보게 됐다. 천천히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밟고 그 마지막 사람이 친구들과 합류해서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뒤에 기다리고 있는 차들이 있는데 상관하지 않는다. 자전거보다 큰 차를 타고 있는 내가 양보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내가 가는 길이 중요하고 바빠도 지켜야 할 것들은 지켜야 한다.
토요일 아침이면 나와서 달리는 이곳, 저번 주에 하프마라톤을 뛰고 났더니 오늘 아침은 어깨가 한결 가볍다.
언제가 그렇듯이, 처음은 천천히 달린다. 주말을 그렇게 시작을 한다. 1마일 정도 달리면 나오는 나의 첫 번째 시그니처 장소 앞에 섰는데, 햇살이 좋던 금요일 그렇게 바람이 불더니, 커다란 나무가 쓰러져 있다. 내 키보다 10배 정도 커 보이고, 몸통도 아주 건실한 나무였는데 무참히 쓰러져 있었다. 어제 불었던 바람은 봄바람이라고 살랑살랑 코가 간지러 울 정도의 바람이 아니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을 데려오는 바람이었는지 키도 크고 단단해 보였던 나무를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의 바람이었다. 어쩌면 혼자 단단히 서있다가 된통 당하는지도 모르겠다. 쓰러지기 전까지 얼마나 애를 썼을까? 아니면 한방에 훅 갔을까? 찰나에 생각이 많다.
살아가면서 바람을 그렇게 정통으로 맞은 때가 있었다. 그래서 부러지고 쓰러질뻔했던 적이 있었다. 아니, 쓰러졌던 적이 있었다. 살아가며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도 부러지지 않고, 쓰러지지 않고 유연히 적당히 흔들리다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지고 지나가기 위해서, 오늘도 달리러 나왔다.
봄이 코끝에서 간질거린다. 따뜻한 봄바람을 맞이 하기 전에, 알레르기로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는 중이다. 힘들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반 정도 지나가고 있는데 뒤에서 자전가 한데 지나간다. 할아버지가 자전가를 타고 지나가면서 말하신다. 너 지나가기 너무 힘드네, 너무 빨리 달려가잖아. 미국 할아버지 농담이다. 날씨가 좋은 아침에 나와서 걷는 사람들을 피하면서 달리는 아침이었다. 할아버지는 내가 달리라고 뒤에서 배려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온 거였다. 그리고 적당한 때에 나를 추월하며 가시면서 하신 말씀이다. 조금 전 차를 타고 운전하고 오면서 내가 자전거를 기다려 주었듯이, 달리고 있는 나를 자전거를 타고 있던 할아버지가 배려해주셨다.
살다 보면 우린 상황과 조건에 따라 강자가 되기도 또 약자가 되기도 한다. 정말 강한 사람은 그 영향력으로 어떤 일들 하는지 보면 알 수 있다. 강자가 되었을 때 우린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면 사는가? 나에게 주어진 힘, 그 영향력으로 모두가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선택을 해본다. 오늘도 달리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나와 달리고 있는 사람들, 롤러 블레이드를 타고 유모차를 밀며 달리고 있던 엄마, 두 아이 들을 태운 유모차를 밀며 달리고 있던 아빠, 아주 작은 선택부터 하면 된다. 내 앞에 지나가는 자전거를 기다려주는 선택, 내 앞에 아이손을 잡고 걸어가는 가족을 돌아가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매주 달리는 구간 오르막길을 달려 올라간다. 매주 달린다고 해서 쉬워지지 않는다. 그냥 힘든 날이 있고, 덜 힘든 날이 있을 뿐이다. 때론 힘을 주었다, 때론 힘을 빼고 달릴 수 있는 지속 가능성은 오늘도 달리고 시작하는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바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대차게 맞아 쓰러지지 않도록, 마음의 여유가 있는 오늘을 살아가는 작은 선택을 하는 내가 되었으면 한다. 모든것은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
오늘도 달리고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