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 주 : Three weeks to go - 하프마라톤 트레이닝
3월 1일 월요일 5:30분 기상 15분 리커버리 런
새로운 3월이 시작된다는 마음에 설레는 하루였다.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랬던 날이었다.
뭔가 새로움이 일어나는 듯이 뭔가 잠을 자고 있던 나의 새포들이 깨어나는 듯했다. 아침에 몸을 움직여서 마음을 깨우고, 조금 더 길어진 하루의 끝에 다시 한번 달리러 나갔다. 1마일 9'32" 9분 37초
3월 2일 화요일 5:34분 기상 Long &Strong &Fast 스피드 런
새벽에 몸을 움직이다 보면 마음이 몸을 따라서 움직인다. 1.65 마일 19'54" 33분
3월 3일 수요일. 4:45분 기상 Run with Eluid 리커버리 런
시작도 하기 전에 힘이 들어가는 날이 있다. 아침에 운동을 시작한다. 중요한 미팅이 4개나 있는 하루였다. 발표를 하고, 모더레이터를 하고, 디베이트를 하고, 미팅을 해 나아가야 했다. 차근차근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해서 해 나아간다. 하나씩 잘 지나가 본다. 하나 하고 제정 비하고, 두 개 하고 다시 제 정비하고, 레이스를 하는 경주차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달리고 들어와서 pitstop에서 제 정비를 빨리하고 다시 나아가야 하는 모습이 그래 보였다. 제일 중요한 미팅이 마지막 4번째 미팅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다했다. 생각도 정리할 겸, 햇살이 좋았던 오후, 걸으러 나갔다. 시간이 있으면 있는 데로, 없으면 없는 데로 걷을 수 있는 만큼만 걷고 들어 왔다. 미팅이 끝나고서야 다들 신이 났다. 잘 지나갔다. 긴장이 풀리고 안도와 함께 다리에 힘이 풀린다. 재택근무를 한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집에서 일을 하는 요즘 어디가 집이고 어디가 일이지 그 경계선이 애매할 때, 선을 확실히 그어 줄 때가 필요한 거 같다. 과감히 컴퓨터를 닫는다.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달려 나간다. 나이키 런 앱을 켜고, 마라톤을 2시간 안에 달린 Eluid Kipchoge와 함께 달렸다. 1984년 케냐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유일한 교통수단이 달리기였다고 한다. 그렇게 매일매일 달렸다고 한다. 나는 하프마라톤을 1시간 51분에 달렸는데, 그는 마라톤을 26,22 마일, 42.195 km를 1:59:40을 달렸다 (Ineos 1:59 challenge). 사람이 이렇게 빠를 수도 있구나...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몰랐던 세계가 있다. 보고 있어도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몰랐을 때가 있다. 지금도 뭐 그다지 더 많이 잘 안다고는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보고 있는 숫자의 의미를 좀 헤아릴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경이롭다. 비교를 할 수도 해도는 안 되는 숫자들이다.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혼자서도 팀으로도 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비교하지 않아도 좋다. 각자 역량이, 시작하는 출발점이 다르다. 같은 것 같아 보여도 다르다. 우리 눈 앞에 보이는 선, 출발선, 우리 앞에 보이지 앞는 선, 경계선에서 우리는 각자의 선 앞에 서서 그렇게 달리기를 시작하고 애를 쓴다. 매일 각자의 출발선 앞에 다시서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힘이 들고, 아프고, 뛰기 싫은 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발선 앞에 서서 일단 시작을 한다. 달리기도, 나의 하루도 그러하다. 일단 시작을 하고 나면, 시작이 되고, 달려지고, 하루가 그렇게 만들어진다. 5.01 마일, 8km 9'13" 46분 12초
3월 4일 목요일 아침 모닝런으로 시작을 하고, 오후 5:53 분 일을 정리하고 달려 나갔는데도 아직 어둡지 않은 3월이 왔다. Bring it down. 스피드 런이다. 하루 종일 쌓인 피로와 생각의 무게가 더해져서 몸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다. 툴 툴 털어내며 가볍게 시작했는데 스피드 런이다 보니, 스피드를 조절하며 달리려니 숨이 가쁘다. 반 정도 하다가 힘이 들어서 끄고 집으로 들어갈까 하는 마음이 꽉 차 있는 순간 , 힘들 때 한 번 더 힘을 주라. 그래서 그 힘으로 나아가라. 뭔가 코치들이 해주는 말 같고, 코치가 해주는 말이었는데, 아흑 말이 쉽지 그러면서 힘을 한번 주고 나아가 봤다. 헉, 나아가 진다. 그리고는 생각을 하지 않고 또다시 이어서 뛰었다. 그렇게 내 앞에 있는 거리만 달리고 나니 어느새 끝나 버렸다. 힘들어도 끝을 내고 돌아왔다는 성취감에 끝날 때까지 끝나게 아닌 거라는 말이 있듯이,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나의 모습을 다음에 힘이 들 때, 이 모습을 기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 때 힘을 한번 더 줘봐라. 그 힘으로 나아가진다.
3월 5일 금요일 새벽에 눈을 뜨니 4시 42분이다. 긴 호흡으로 시작하는 아침이다. 아직 조용한 아침 다시 눈을 감고 긴 호흡과 함께 감사 기도를 시작한다. 감사합니다. 어젯밤 잘 자고, 오늘 아침 이렇게 일어나 앉아서 오늘을 상상할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한다.
한 번에 한 가지씩 밖에 하지 못한다. 그것도 집중을 해서 해야 잘 해낸다. 그렇게 타고나서, 가지고 태어난 것들에 매일 감사를 하며 오늘을 한다.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건, 빡빡하게 꽉 찬 스케줄에서 나오는 생산력이 아닌, 중간중간 비어 있는 공간에서 긴 호흡을 하며 흘러갈 때이다.
사촌동생이 왔을 때, 주말 동안 정성 들여 만들어 먹고 남아 얼려 두었던 사워도우를 꺼냈다. 갓 구워진 빵을 후후 불어 먹으며 맛있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호들갑을 떨었던 그때로 돌아간다. 그리고 긴 호흡이 가능했던 오늘 아침, 듬성듬성 구멍이 난 사워도우에 계란이랑 우유가 적셔진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었다. 각자의 취향대로 흑설탕이나 시럽에 푹 찍어 먹는다. 맛있다.
내일 장거리를 뛰기 위해 회복하는 오늘, 나만의 흐름대로 흘러간다.
3월 6일 토요일 아침 5시 56분 아침에 일어나 지저 기고 있는 새소리를 들으며 일어난다. 작업실에 앉아서 창문밖에 풍경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멍하니 앉아 있는 아침이다. 어젯밤 클하에서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야기를 꺼내서 했어야 했나 라는 생각에 마음을 설쳤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데 새소리를 들어 보려고 귀를 기울여 본다. 일정한 속도를 가지고 저 소리를 내는 걸까? 누구를 위해 저렇게 소리를 내는 걸까? 글을 쓰며 내려가는 동안 계속 지저귀고 있다. 오늘을 달리러 나갈 준비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