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 하프마라톤 트레이닝 중
아~토요일 아침이다. 달리러 나가려고 하는데 눈발이 날린다. 멈칫해서 보다가, 눈이 그치기를 기다리며 아침을 준비한다. 설렘 은 어젯밤부터 시작되었다. 새로운 운동화를 긴고 달려 볼 거라는 마음에 가슴이 두근두근 신이 나는 아침이다. 나이키 에어줌 알파플라이 넥스트 (Nike Zoom Alphafly Next) 운동화가 어제 도착했다. 새로운 운동화를 신고 뛰는 첫날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정말 어찌할 수 없다. 모르면 알아봐야 하고, 해봐야 하고, 먹어 봐야 하고, 일단 경험을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나이키 에어줌 알파플라이 운동화를 신고 마라톤을 2시간 안에 달린 선수가 있다. 케냐에서 태어난 그의 이름 엘루이드 킵초게 (Eluid Kipchoge)이다. 내가 하프마라톤을 달려낼 시간에, 그는 마라톤을 달렸다. 그의 기록들은 경의롭다. 비교할 수도 없고 비교해서도 안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인다. 감사하다. 아마 이게 달리기가 나에게 주는 감사와 행복인 거 같다. 멋지고 잘 달리는 선수들 보면서도 작아지지 않는 나를 볼 때면, 성장이 가능하고 성숙이 가능한가 싶다. 어차피 가는 길은 다르지만 같은 것을 좋아하다는 감정을 공유한다는 사실로 벅찰 때가 있다. 달리기를 하는 행위를 하는 동안에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는 사람들과의 동지애 같은 게 생겼나 보다.
주말을 열기 위한 나만의 의식이 시작된다. 오늘 난 또 내가 마음속에 그어 놓은 출발선 앞에 섰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사실에 여유가 있는 아침이다. 빡빡한 주중의 스케줄을 지나고 나면 느슨한 주말의 스케줄은 당연하지 않은 행복이다.
나 새 운동화 샀어, 작정하고 달려볼 거야 하는 강렬한 니온 오렌지 색깔이 너무 민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고 달려 보고 싶었기에 나의 욕망은 나의 민망함을 이겼다. 스카이 퐁퐁 위에서 뛰는 거 같은 느낌은 정말 운동화가 뭔가 달라서 일까?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 일까? 달리면서 나를 보고 웃어주는 사람들과 눈인사, 손인사를 하면서 달린다. 같이 달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전해줄 수 있는 사이에 사람들이 있는 오늘 아침에 러닝이 더 풍요롭다.
그렇게 1마일, 2마일, 5km, 6마일이 가까워 왔다. 50분을 달려왔음에 불구하고, 남은 10분이 아슬아슬하다. 10km를 지나가고 있고, 여기까지 왔네 라는 안도와 이쯤에서 그만 달려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겠지 라는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어차피 누구에게 보여 주려고 달리기를 시작 한건 아닌데, 이 정도면 됐지?라는 자기 합리화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와중에 내 앞에 펼쳐진 하늘, 한걸음 한걸음 뛰어 나가라는 듯 발을 내딛는듯한 모습의 하늘을 만났다. 집중, 다시 집중해서 왜 오늘 또 출발점 앞에서 달리기를 시작했었는지 생각해 본다. 오늘을 마주하기 위해서, 오늘을 달리기 위해서였다.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멋있게 가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도 달리고 시작한다는데, 오늘을 달린다는 게 더 감사한 일이다. 오늘, 오늘을 달렸다.
60분; 7마일 (~11.3km); 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