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 20km 달리러 나갔다가 10km 달리고 온날
1년에 가장 짧을 두 번째 달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눈이 가득하던 2월이었다. 2월의 마지막 주, 4 weeks to go, 하프 마라톤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2월 22일, 월요일 15분 리커버리 런 0.61 마일, 24'21" 15 분으로 시작한다. 월요일이 나한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월요병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아침부터 눈이 내리는 월요일이다. 아직 어두운 새벽에 하얗게 쌓여 있는 눈 위에 눈이 내려앉는다. 겨울은 겨울로, 월요일은 월요일로, 눈은 그냥 눈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추운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오고, 월요일이 지나 가야 한주가 시작이 되고, 눈이 와서 쌓여도 언젠가는 녹을 것이기 때문이다. 난 오늘도 그렇게 나를 하며 지나간다.
2월 23일, 화요일, 5x5x10k 인터벌 런이다. 10킬로 속도로 다섯 번 인터벌로 달리면 될 것 같은 쉬워 보였던 달리기였는데, 쉽지 않았다. 1.43 마일, 21'40" 31분 속도를 바꿔가면서 달릴 때 힘이던데, 집중해서 달릴 수 있었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2월 24일, 수요일 A whole Run이다. HeadSpace의 명상 코치와 함께 달리는 가이드 런 이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45 분 동안 운동을 하면서 명상을 할 수 있어서 좋다. "If you are motivated to find your motivation, that means you alreadt got it." 동기부여를 찾고자 하는 동기가 있다면, 동기부여가 이미 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2월 내내 왜 이렇게 힘이 없지 했던 나를 좀 그만 다그쳐도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이 없는 거 같아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몸은 매일 아침 일어나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참으로 다행이다. 힘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생각이 많아 머리가 무거운 아침에도, 몸은 천천히 꾸준히 움직이고 있었다. 습관이 다했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2.36 마일 19'03" 45 분
오늘은 긴 호흡이 필요한 하루이다. 그래서 에너지 조절이 더욱더 필요한 날이다. 2월 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들뜨게 하던 영상 11도의 날씨였다. 재킷 없이 뛰어 나갈 수 있는 날씨에 흥분하며 달리러 나갔다.
긴 호흡으로 달리고 오는데 코끝으로 들어오는 공기와 얼굴에 닿는 공기의 온도가 중간중간 다르다. 찬 공기, 밍밍 하게 미지근해지려고 하는 공기들의 온도가 만나면서 정말 봄이 다가오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5km를 달리고 들어왔다. 몸으로 느껴지는 공기의 온도 변화, 새삼 반갑다. 3.12 마일, 9'25" 29분 26초
2월 25일, 목요일, 새벽 6시부터 일을 해야 하는 날이다. 그래서 오늘은 오후에 달리기로 스케줄을 하고 오늘 하루에 집중해 본다. 잠이 부족해서 인지, 집중이 흐트러지는 게 보인다. 몸은 정직하다. 마음과 생각은 정신없지만 괜찮은 척해볼 테지만, 피곤한 몸은 금방 티가 난다. 커피를 찾고, 스낵을 찾고, 분주하다. 오후 햇살을 받으며 달리고 들어왔다. 2.42 마일, 9'09" 22분 11초.
2월 26일, 금요일, 쉬어야 하는데, 머리가 복잡해서 금방 쉬어 질지 모르겠다. 잠을 잘 자야 한다는 것을 몸소 느끼는 한주이다. 아무리 바빠도, 잘 자기. 그 쉽고도 간단한 일을 잘 지켜내지 못한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잠을 자면서 필요한 회복으로 안정을 찾아야 한다. 잠,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2월 27일 토요일, 안개가 가득 끼워있는 아침이다. 습기에 공기가 무겁다. 오늘 달리기 쉽지 않겠다 그리고 오늘은
트레이닝 스케줄 상으로 20km를 달려야 하는 날이다. 항상 시작은 천천히 시작한다.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일단 달리기 시작했으니, 계속 달려 본다. 올라간 온도에 눈이 녹기 시작하면서, 물이 고여 작은 웅덩이들을 만들어 놓았다. 걸어서 지나가면 운동화가 다 젇을 정도이다. 다리를 쭉 뻗어서 점프를 하면서 뛰어가는데, 장애물 달리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잔뜩 힘을 주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물에 빠지지 않아 보려고 애를 쓰면서 뛰어 나갔다. 넘어지면 일어나면 되고, 물에 빠지면 젖은 운동화를 빨면 되는데, 넘어 지지도, 아무 실수 없이 달려 보려고 애를 쓰고 달렸다. 꼭 달리기를 하는 날이 아니더라도, 우린 매일 장애물 달리기를 하듯 애를 쓰며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매일 우리들 앞에 크고 작은 장애물들을 넘어가며 그렇게 살아간다. 실수로 발을 헛디디더라도, 거리를 잘 측정하지 못해서 웅덩이에 빠찌더라도, 내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나무 앞에 잠시 멈춰 서서 돌아가야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 해서 가면 되는 것이다.
6.25 마일, 9'47" 1시간 1분 09초
20km 중 10km 뛰고, 그만 달리기로 했다. 20km 달려내지 못한 후회는 없었다. 20km 달려야 하는 부담감에 아예 달리러 나오지 않았었을 수도 있었겠다. 내가 달릴 수 있는 만큼을 최선을 다해서 완결성 있게 달려 내는 것이, 아예 달리지 않는 것보다, 20km를 아무 행복도 없이 억지도 질질 끌려서 달려내는 것보다 훨씬 건강한 선택이다. 내 몸과 마음의 소리를 들어서 어떤 사인을 보내고 있는지를 잘 읽어 내는 것도 성숙해져 가는 게 아닌가 싶다. 내가 나에게 예의를 지킬 수 있는 여유 있는 내가 되어 가는 중이다.
꾸역꾸역 아침이니까 달렸던 날들도, 파이팅 넘치게 달렸던 날들도, 눈이 펑펑 내리던 날들도, 언제 눈이 왔었냐는 듯 반짝해가 났던 날들도 지나서 2월의 마지막 날, 그렇게 모인 거리가 2월 64마일, 102킬로미터를 달렸다. 그렇게 하루하루 점을 찍어 나가다 보니, 그리고 오늘에서야 뒤를 돌아보니 또 그 점들이 이어져 내가 온 자리에 길이 나있다. 하루하루 점을 찍어 나갈 때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그제 서야 보인다. 그래서 3월이 시작이 되는 내일 월요일 아침도 어제 그리고 오늘처럼 점을 찍고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