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4일 : 밸런타인데이 런
2월의 두 번째 주, 아침에 일어나서 지하실에 가서 인도어 트레이닝을 하는 루틴 일주일 후 매일 더 익숙해진다. 사람은 계속 적응하며, 변화하며 진화하며 살아간다.
2월 8일 월요일 6 weeks to go 리커버리 런이다. 일요일은 포근하게 눈이 오더니 아침에 영하 11도이다. 안에서 트레이닝을 시작하게 된 게 너무 다행이다. 월요일인 것을 알려주는 15분의 시작이다. 15분이 아닌 150분을 달려야 온몸에 붓기가 빠질것 같이 몸이 무거운 슈퍼볼 먼데이 아침이다.
2월 9일 화요일 락엔 롤러 런, 스피드 인터벌 런이다. 1.4 마일, 17'08" 24 분. 워밍업이 시작되면 된다. 일단 시작을 하면 된다. 2월이 이렇게 추웠었나? 오늘도 영하 10도이다.
2월 10일 수요일 석세스 리커버리 런이다. 2.21 마일, 15'46" 35분. 15분을 운동할 때랑 35분을 운동할 때가 다르다. 오늘은 엄마 생신 이어서 운동 끝나고 전화를 드렸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응 엄마야. 굿모닝 우리 딸 운동했어? 응 엄마 지금 운동하고 전화하는 거지, 엄마 생일 축하해요! 찰나의 행복이다.
2월 11일 목요일 8키로 템포런이다. 3.13 마일 19'10" 1 시간. 내일 이면 휴가의 시작이라는 생각에 아침부터 설렌다. 금요일은 구정, 일요일은 밸런타인데이, 월요일은 대통령의 날이 (President's Day) 겹친 긴 주말이다. 그래서 내일부터 쉬기로 해서 오늘 저녁이면 주말의 시작이다.
2월 12일 금요일, 구정이다. 2021년에도 한결같이 달리고 있다. 계속하는 것, 나의 리듬을 찾아가는 일이다.
The days are long but the years are short. Gretchen Rubin, The happiness project.
날은 길지만, 세월은 짧다. 행복 프로젝트 작가 그레친 루빈의 한말이다. 길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겨울날의 하루가 모여 한 달이 금방 되고, 일 년이 또 금방 지나간다. 요즘 시간에 대해서 생각이 많다. 매일 꾸준히 하는 것들로 내가 달라지고, 나의 하루가 달라지고, 나의 세월이 달라진다.
2월 14일 일요일 밸런타인데이다. 영하 4도에 진눈깨비가 내리는 토요일 이어서, 보통 토요일 이면 하는 나의 시그니쳐 장거리 달리기를 이번 주는 일요일 했다. 건강하게 밖에서 달리려면, 날씨가 좋아야 하는데 일주일 내내 날씨를 체크했는데 다행히 일요일이 날씨가 좋다. 마치 스키 타러 나가는 사람처럼, 하얀 털모자에, 선글라스, 선크림도 꼭꼭 바르고 나왔다.
아무 생각 없이 달렸다. 저번 주에 10 마일을 달렸다고 해서, 이번 주에도 잘 달릴 수 있을까라는 자만은 할 수 없다. 그래서 달리기가 좋다. 내 마음에 무성하게 자라나는 생각 잡초들을 모조리 빼내며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다. 천천히 내 페이스대로 시작해 본다. 얼어붙은 호수 위에 눈이 가득 쌓여있는 아침이다.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그 호수를 바라보며 빨간 리본을 매고 벤치에 앉아 있던 테디베어를 만났다. 달리다가 잠시 서서 보게 되었다.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그렇게 쓸쓸한 뒷모습을 하고, 누구를 기다리고 있니? 눈이 내리고 추운 밸런타인 날 앉아 기다리고 있는 걸 보면, 아마 아주 소중한 사람이었겠지?
갑자기 숨이 턱 막힌다. 눈물 나게 가슴이 아파서 숨이 쉬어지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나와 눈을 뜰 수도 감을 수도 없던 날들이 있었다.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생생한 기억들이 희미해져 가는 것도 그대로 둔다. 그리고 그때 나를 놓치지 않고 꽉 잡아주던 사람들의 온기로 나아진 내가, 그 온기를 다시 나누면서 치유와 회복의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몸도 춥고 마음은 더 시렸던 7년 전의 2월의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 순간이 오기도 했다. 오늘도 달리고 시작한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잊고 살아가려고 함이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나에게 오는 나의 하루를 감사하게 지나가려고 하는 마음에서 이다.
Another Ten Mile Run. 또 다른 10 마일 런. 10 마일 (16 키로미터), 9'46", 1시간 37분 39초
하루하루 트레이닝으로 모인 마일들이 32.7 마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가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말했다. 흔해빠진 일들이 쌓여서 - 지금 여기에 있다. 나의 흔해빠진 하루가 쌓여서 내가 지금 여기 있다. 천천히 꾸준히 채워나간다. 6주 트레이닝이 끝나고, 내일부터 5주 트레이닝이 시작된다. 하프 마라톤까지 34일 남았다. 매일 목표를 향해서 조금씩 달려 나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