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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Feb 07. 2021

눈물 나게 아름다운 아침

2012년 2월 첫 번째 주 : 오늘은 오늘

하늘에서 펑펑 눈이 내리는 2월 7일 일요일 아침이다. 분명히 2월이 시작되고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같은 풍경 그리고 같은 날이 반복되는 거 같은 길고 느린 2월의 첫째 주를 지나갔다.


2월 1일 월요일 아침 일요일 오후부터 시작된 밤새 온 눈이 가득 쌓여 온 세상이 하얗다. 7주 트레이닝이 시작되는 월요일인데 아침에 가득 쌓인 눈에 생각이 얼어붙어 버린 아침이었다. 어떡하지? 일단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틀어 놓고 아침을 만들기 시작한다. 아들은 좋아서 지휘를 한다. 찰나의 행복이다. 하루 종일 들으며 핫 코코를 마시고 영화 보고 놀고 싶은 월요일 아침이다. 눈이 와서 학교를 안 가는 아이들, 재택근무 덕분에 어른들의 스노 데이는 더 이상 없었다. 월요일이 끝난 저녁 9시, 꺼져 있던 지하실 불을 다시 켰다. 7 weeks to go, 7주 트레이닝 시작을 은 리커버리 런을 일립티클 머신 해서 시작해본다. 15분을 그렇게 몸을 움직이고 나니, 생각이 흐른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밖에도 못 나가는 날, 어쩔 수 없이 시작하고 나니, 괜찮았다. 건강하게 운동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눈이 왔다고 안 할 수도 없는 일이다.


2월 2일 화요일 아침, 아직도 눈이 오고 있다. 그라운드 호그 (Groundhog Day) 데이이다. 그라운드 호구 펑수토니 필이 날씨를 알려준다. 1866년 이후부터 계속되고 있는 관습이다. 봄이 되면 씨를 뿌릴 땅을 갈아야 하기에, 날씨에 관심이 많아서 동물이 깨어나는 것을 관찰했다고 한다. 펜실베이니아에는 우드척 다람쥐 그라운드 호그가 많이 살고 있고, 봄을 알려주는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그라운드호그가 굴에서 나와 청명한 날 자기 그림자를 보고 놀라 들어가면 겨울이 6주 더 계속된다는 것이고, 구름이 끼면 밖에서 머물러 봄이 가까이 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그라운드 호그가 그림자를 본 오늘, 겨울이 6주더 계속될 전망이다. 난 그라운드 호그 데이가 되면 그라운드 호그 데이 (한국 타이틀 : 사랑의 블랙홀)라는 영화가 생각이 난다. 기상 캐스터가 그라운드 호그 데이 취재를 가면서 우연히 사랑에 빠지고,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태도와 행동을 고쳐 사랑을 이룬다는 영화이다. 나만 알고 있는 매일 반복되는 하루 그리고 변화할 수 있고, 변화하는 삶 어쩌면 로맨틱 판타지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젯밤 달려봤으니, 오늘 아침은 조금 수월한 것 같다.

지하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조금 더 가볍다.

스피드 인터벌 런. Deuces. 1.29 miles, 19'22" 25 min. 새로운 근육들이 뻐근하다.


2월 3일 수요일 아침, 눈이 그치려나 보다.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 이라는데 눈이 가득한 아침이다.

리커버리 런. Just Another Run. 2.18 miles, 15'59" 35 min.  봄이 라며, 입춘이라며, 눈이 이렇게 많은데  나의 일상에 불평으로 시작하는 아침이었다. 평범한 오늘을 오늘로 보지 못하고,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저랬으면 좋았을 텐데로 내가 만들어 놓은 대단한 오늘이지 않아서 불만족스러운 아침, 35분의 몸과 마음의 움직임 뒤에 이래도 저래도 감사할 수 있는 아침을 만났다. 나의 당연한 일상은 반복되는 기적일 뿐이다. 참 다행이다.


2월 4일 목요일 아침, 몸도 무겁고, 머리도 무겁다. 타이레놀 한알, 레몬티 한잔과 함께 시작한다.

스피드 런. One Hard. One Easy. 0.91 miles 22'10" 20 min. 막상 스피드 런이 시작되고 나니, 정신없이 움직인다. Fartlek, Swedish for "Speed Play". 파르 틀 레크, 스피드 플레이라는 스웨덴 육상 코치 (G. Holmer)에 의해 개발된 속도와 노면 거리를 다르게 하면서 달리는 장거리 훈련방법이다. 달리다 보면 정신없게 재밌다. 일립티클에서 속도를 달리 하며 달려본다.


2월 5일 금요일 아침,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 내일 달리려고 쉬어 준다. 오후에는 하늘이 열려 해가 나왔다.


2월 6일 토요일 아침, 하늘이 열렸다. 입춘이 나고 봄이 시작되고 따뜻할 예정이니, 이번 주 중에 제일 따뜻한 날이다. 10마일을 달리러 나가 본다. 이번 주 내내 집에서만 트레이닝을 해서, 조금 불안한 아침이었다. 그런데 너무 좋은 날씨에, 밖에서 마음껏 달려 보고 싶은 마음에 천천히 달려 본다. 10 마일 9'55" 1:39:10  


날씨가 다했다. 옆에 스키를 타고 있는 할아버지, 썰매를 타는 아이들을 지나고 내 눈 앞에 펼쳐진 오늘, 눈물 나게 아름다운 아침이었다. 오늘을 달렸다.

©SEINA 2/6/2021
©SEINA 2/6/2021
©SEINA 2/6/2021
©SEINA 2/6/2021

2월 7일 일요일 아침, 어제의 날씨를 상상할 수 없는 눈이 펑펑 내리는 아침이다. 오늘은 천천히 어제 썼던 근육도 쉬어줘야겠다. 어제저녁 마시던 레드와인으로 시작하는 아침, 눈이 오니까, 아직 일요일이니까...  잘 쉬어야 잘 달릴 수 있으니.. 오늘은 오늘 할 일을 한다. 열심히 쉬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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