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INA Apr 05. 2021

막다른 길일지라도 달려가 본다.

4월의 첫 번째 토요일 아침 : 버지니아

4월 첫째 주 고속도로 I-95를 타고 남쪽으로 450km를 달려 내려왔는데 마지막 꽃샘추위 인지 토요일 아침 공기는 영하의 온도로 추웠지만 왠지 다른 듯했다. 아직 다들 자고 있는 아침에 일어나서 따뜻한 차를 끓여 마신다.


4월의 첫째 날부터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Phil Knight)의 자서전 슈 독 (Shoe Dog)을 읽고 있다. 자서전이라고 하긴엔 너무 재미있고, 기업인이 썼다고 하긴엔 너무 작가 같다. 그의 문장이 다이내믹 하다. 달리기를 하면서 글도 잘 쓴다고? 책이 시작되던 부분 새벽 (Dawn)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미 너무 좋다. 1962년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2021년은 살고 80년대 태어난 나는 1962년에 이야기가 생소 하지만 흥미롭다.  기업가라고? 이 사람 재미있다.  달리는 것을 좋아하기에 달리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글을 읽는것을 좋아 하기에 책을 읽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달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흥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동지애 같은것이 생기는 가보다.


버지니아의 아침도 조용하다. 다들 자고 있어서 네스프레소 커피가 만들어지는 소리가 천둥소리같이 크게 들리는 아침이다. 다들 깨지 않기를 바라며, 커피로 몸을 깨우고, 책을 읽으며 머리를 깨운다. 슬슬 한명 두명 일어난다. 나는 옷을 갈아 입고, 모자를 쓰고 슬슬 달리러 나갈 준비를 한다. 어젯밤 동네길을 알아 두었다. 어디로 가서 뛰어야 하는지 지도를 보고 요리조리 길을 찾아가 봐야겠다.


집 앞 계단에 앉아서 신발끈을 묵고 긴 호흡을 쉬고 계단을 걸어 내려간다. 새로 이사 온 친구 집 동네를 달려 나간다.  그렇게 두리번거리면 달리다 보니 왼쪽으로 트레일 길이 나온다.  별생각 없이 뛰어들어간다. 긴 나무숲 사이로 정갈하게 만들어졌던 트레일, 그렇게 달려서 다른 쪽으로 나왔다. 길이 막혀 있다. 다시 돌아 들어가 중간 길로 나아가 다른 집들이 있는 곳으로 넘어간다. 구글 지도를  보며 달려 나간다.  골프장이 있는 곳을 돌아 뛸 수 있는 길이 나오는 어젯밤 알아두었던 동네길이었다.


아침에 걸으며 산책하는 사람, 강아지와 나와 걷는 사람, 그리고 뛰는 사람들을 만난다. "Hey, Good Morning." 마치 이 동네 사람인 듯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고 계속 달려간다. 골프장을 따라서 달린다. 아직 아무도 안 나와 있는 골프장이 조용하다. 혼자 달리는 이 아침이 너무 좋다. 달리다가 버지니아 레드 카디날 (버지니아주 새) 도 만났다. 달리고 돌아오는 길에 골프를 치러 나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골프장 클럽 하우스 뒤쪽에 있던 호수 앞에서 긴 호흡으로 내 눈앞에 관경을 눈에 담아 본다. 토요일 아침, 이곳에서 달리고 있다. 너무 좋다.


10km  5'35" 55:55


새로운 곳을 달릴 때 오는 묘한 긴장감이 있다. 잘 달려 나가고 있는지? 내가 달려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길 인지? 달려가 볼 때까지 모른다. 그 새로움이 주는 짜릿함이 있다. 막다른 길이어서, 돌아 나오더라도 달려가 본다.  일단 가본다. 가봐야 한다. 막혀서 돌아 나오더라도, 한번 가 보면 후회는 없다.


오늘 저녁 사랑하는 친구의 생일 파티 준비를 한다.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오늘도 달리고 시작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신을 신고 뛰어 보자 폴짝폴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