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번역을 한다.
매일 번역을 한다. 번역가도 아닌데, 무슨 번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요즘 브런치 작가님들의 신간이나, 추천받은 책들을 읽으면서 매일 머릿속에서 번역을 한다.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좋은 책이 있으면 번역본을 꼭 찾아본다. 영어로 읽었을 때, 한국어로 읽었을 때의 감동이 같은지 비교해 보기도 한다. 어떤 언어로 된 책을 읽어도 모르는 단어는 꼭 나온다.
처음 미국으로 유학을 왔을 때, 모르는 단어는 나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었다. 읽을 수는 있지만, 뜻을 몰라서 연결이 안 되고, 소통을 할 수도 없었다. 그 보이는 보이지 않는 벽을 메우려고 노력했다. 영한사전, 한영사전, 사전들은 내 책상 위에 항상 있었다. 전자사전 이 나온 후에는 그걸 항상 가지고 다녔었다. 고등학교 때, 내 미국 친구들은 번역도 되고, 발음도 알려주는 그런 기계를 가지고 다니는 나를 항상 신기해했었다.
예전처럼 사전을 펼쳐 후루룩 단어를 찾지 않아도 된다. 전자사전도 필요 없다. 구글 번역기를 쓰면 된다. 구글 번역기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아졌다. 쇼핑에서 라벨 읽기, 메뉴판 읽기, 번역, 해석 모든 것이 점점 다양해지고 편리해져 가고 있었다. 정말 살기 좋은 세상이다. 그립다. 사전의 페이지를 후루룩 넘기며 찾은 단어에 희열을 느끼고, 내가 너를 찾았어, 밑줄을 긋고, 내가 너를 기억해 줄게, 쓰면서 외우고, 그때가 좋았다. 그때부터 단어의 뜻이 주는 의미가 소중해졌나 보다.
요즘도 영어로 된 책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 책에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모르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여지없이 사전으로 단어의 뜻을 찾아본다. 조금 전 내가 몰랐던 단어는 이제 더 이상 모르는 단어가 아니다. 이런 느낌이 좋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지금은 안다. 책도 좋아하는데, 사전도 좋아한다. 단어의 어원과 뜻이 담겨 있는 곳이다. 많은 뜻과 의미가 공존하는 곳이다. 새로운 단어를 알아가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곳이다. 새로운 것이 가능한 곳이다. 아주 소중한 곳이다.
소통을 하려고 매일 번역을 한다. 영어로 써서, 다시 한국말로 번역해서 쓰기도 한다. 한국말로 써서, 다시 영어로 번역해서 쓰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영감에 따라, 생각에 따라 쓰고 번역한다. 짜장면, 짬뽕 반반 그릇처럼 그렇게 같이 또 따로 놀기도 한다. 내 머릿속의 언어와 소통의 공간 단순 명료하게 정리하고 싶지만, 이성과 감성이 왔다 갔다 하듯이, 좌뇌와 우뇌가 공감하고 표현하는 게 다르듯 그렇게 복잡하다.
어쨌든 쓴다. 한국말로, 미국 말로 계속 쓰고, 표현하고, 정리한다. 문법이 안타까운 것은 양쪽 다 마찬가지일 테고, 띄어쓰기, 문장력, 완성도 모두 어눌하고 아쉽겠지만, 자꾸 써야 늘고, 좋은 글을 자꾸 읽어야 좋아진다. 원래 완벽한 건 없기에 애써 추구하려 하지 않는다. 완전하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요즘 시간이 나는 대로 읽고 쓴다.
어렸을 때는 알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배워보고, 찾아보고, 해보고 그랬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배워보고, 찾아보고, 해보고 그런다.
보이는 보이지 않는 언어의 장벽은 누군가 에게나 다 있다. 같은 언어를 구사한다고 해서 소통의 문제가 없지 않다. 내가 안다고 다가 아닌 것이다.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희열, 그리고 내가 다 알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든다. 어디를 가더라도 내가 제일 많이 알고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되는 곳에는 가고 싶지 않다. 재미가 없을 것이다. 어디를 가더라도 배우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하지 않았던 것 또는 못했던 것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갈 것이다. 재미가 있을 것이다.
매일 번역을 한다. 매일 읽고 쓰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며 그렇게 오늘을 한다. 아직 재미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