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맥도널드에서 만난 The BTS Meal
그냥 치킨 너겟이 아니야? 하며 비가 오는 수요일 저녁 무심하게 맥도널드 봉투를 들고 남편이 들어온다.
아니야... It's the BTS meal. 우리 집 윤준 남매 에게는 달랐다. 갈색 봉투에 노란색 아치 맥도널드 로고와 보라색 로고, 보라색 글씨로 써져 있던, THE BTS MEAL #보라해. 맥도널드 봉투에 들어 있던 것은 그냥 치킨 너겟이 아니었다. 사랑이었다. 어떤 이 에게는 지금 제일 핫한 아티스트와의 마케팅 캠페인 일수도 있겠지만, 어떤 아이 에게는 사랑인거다.
방탄소년단 뷔의 말이자 신조어인 "보라해" 는 상대방을 믿고 오랫동안 사랑하자는 뜻 사랑해 보다 더 큰 마음을 표현할 때 "보라해" , I purple you 라는 말이 사용된다고 한다. 이런 신조어는 너무 반갑다. 내 사랑이 보라 하는 아이돌 때문에, 맥도널드에 가야 하는 그녀. 누군가를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마음이 너무 예쁘고, 보라스럽다. 이번 어머니날 내 사랑이 노란색 종이에, " Why, I love you the yellowest." 내가 엄마를 아주 노랗게 사랑하는 이유라는 시를 선물해 줬었다. 내가 좋아하는 색이 노란색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노란색은 사랑이야 라고 말해준다. 이제 조금 그 사랑을 알 것만 갔다. 노랑해... 사랑해.
미국 패스트푸드의 상징, 글로벌 브랜드 맥도널드에서 나온 비티에스 밀 은 장난감이 들어있는 해피밀 에도 꿈적하지 않는 우리 아이들을 흥분시켰다. 며칠 전부터 달력에 날짜를 알려주며, 맥도널드에 가야 하는 날이 되었다. 정말 바쁘지 않으면 잘 사주지 않으려고 하는 패스트푸드, 싱가포르에서 살면서 미국이 생각날 때, 가끔 먹었었는데, 정작 미국에 돌아오면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아주 가끔 빅맥이 먹고 싶은 날이 있기도 하지만... 정말 미국스러운 것, 맥도널드인 거 같다.
내 인생 첫 팝 가수는 뉴키즈 온 더 블록이었다. 스텝 바이 스텝 (Step by Step). 초등학교 때 뉴키즈 온 더 블록이 내한공연 콘서트에서 많은 관객들이 한꺼번에 무대 쪽으로 몰려 가면서, 관객들이 쓰러지고 밟히면 눌리는 등 대형 사고 가 텨졌고, 결국 여고생 한 명이 죽고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었다. 얼마나 좋으면 그렇게 흥분할 수밖에 없는지,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나이였다. 그리고 1세대 (지금 말하는 탑골 세대) 아이돌들이 나오기 전에 미국 왔고, 나의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시절은 백스트리트 보이즈, 앤 싱크, 브리트니 스피어스, 백스트리트 보이즈,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데스티니 차일드, 에니멤 미국의 탑골 세대 팝 가수 들과 함께 했었다.
미국에 유학 왔을 때 작은 버지니아 시골 마을에서 살았었다. 한국 음악이나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려면, 비디오가 나오길 3-4주 기다려서 한인 마트에 장을 보러 나가는 날에 빌려와서 보곤 했었다. 지금처럼 모든 게 실시간 생중계되는 건 꿈에서나 상상해볼 만한 일이었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는데, 영어를 못하니 너무 불편했다. 넓은 미국에서 한국말을 하면서 한국 사람들과 살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었다. 시간이 지나, 영어로 꿈을 꾸고, 영어로 소통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불편하지 않는 일상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나의 상상은 현실이 되어 버렸다. 미국에서 한국 사람들이 미국 토크쇼 에 나오고, 미국을 대표하는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라디오에서 한국 가수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딸의 인생 첫 팝 가수 아티스트는 비티에스 이다. 지금 이 순간 글로벌 아티스트는 비티에스, 그녀의 시간은 비티에스와 함께 흘러가고 기억된다.
미국 맥도널드에서 한국 아티스트 캠페인이 시작되었고, 한국말이 쓰여있는 소스를 볼 수 있다는 건, 아주 당연하지 않은 감동이고 감사함이다. 오늘 더 상상하고 꿈꿔 본다. 아직 앞으로 많은 것들 가능하기에...
오늘 아주 보라 보라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