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비가 지나간 시원 촉촉한 아침이다. 아직 조용한 일요일 아침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는 길을 따라 걷는다. 걸으면서 즐거웠던 어젯밤을 되돌아본다. 너무나도 싱그럽고 예뻤던 그녀들 생각에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던 시기 약대 졸업 후 리서치 펠로쉽을 했던 곳에 계시는 은사님과 다시 연락을 하게 되었다. 지금 펠로십을 하고 있는 후배들을 만나 커리어 상담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으셨다. 그렇게 만난 펠로들 그리고 그 인연으로 시작된 북클럽, 한 달에 한번 비대면 줌 으로 만나서 일상을 공유하고, 커리어 상담을 하고, 읽고 있는 책을 나누고 소통했다. 그사이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었고 새로운 일상이 다시 시작되는 지금, 우린 비대면 북클럽 시즌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비대면으로 만났던 새로운 인연들을 컴퓨터 모니터 밖에서 처음 만나는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줌 안의 작은 상자에서 나와 현실에서 만난 그녀들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반짝거렸다. 드디어 만나서 반가워 ~
아무것도 안 해도 그 자체로도 반짝반짝 빛나는 그런 계절을 지나가고 있는 그녀들과의 대화 맛집의 저녁 시간이었다.
나도 그녀들이 지나가고 있는 길을 지나가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던 시절 (지금은 모르는 걸 모를까 봐 걱정을 하지만),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들 사이에서 방황하던 시절, 성공이란 단어에 더 가까이 가고 싶던 시절, 나의 가치를 알아주기 바랐던 시절, 내가 하는 선택이 좋은 선택인지 확인받고 싶던 시절,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달려온 나의 그 시절, 힘들었지만 그때가 좋았기에 지금은 더 좋다.
열정 가득하던 이십 대라는 계절을 지나가던 때가 얼마 전이었던 것 같은데, 이십 대 보다는 더 많이 알고 지혜로워야 할 것 같고, 사십 대 보다는 더 열정적 이어야만 할 것 같은 삼십 대의 끝자락에서, 그녀들의 고민과 일상 얘기를 들으면서 나때도 그랬었어... 나도 라테 마시는 꼰대가 되어 버릴 수도 있는 나 지만 지금의 내가 너무 좋다.
해주고 싶은 말들이 많았지만 꼰대처럼 보일까 봐 입안에 머금 었던 말들을 이렇게 적어본다. 반짝반짝 예쁜 그녀들은 무엇을 해도 용서받는, 실수가 배움의 시작인, 어떤 도전을 해도 괜찮을 찬란한 계절을 지나가고 있다.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그녀들을 보면서 얼마나 멋있게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건강을 지키기 바란다. 건강해야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도 할 수 있다. 남을 도우려고 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보기 바란다. 나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더 잘 돌볼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해 본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것에 투자하기 바란다. 열정만 가지고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열정이 없으면 포기도 쉽다. 나를 나아지게 하는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들,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투자는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된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책들을 가까이 두길 바란다.
강렬함보다는 일관성 있는 리더가 되길 바란다. 강해야 할 때는 무적으로 강하고 약해야 할 때는 섬세하고 연약할 수 강약의 리듬을 조절할 수 있는 리더십을 키워가길 바란다. 단단하게 일관성 있게 나만의 리듬으로 담담하게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리서치 펠로 2년 차가 되는 그녀, 펠로십이 끝나서 취업을 하는 그녀들에게도 늘 아낌없이 해주었던 말을 다시 한번 해준다. 네가 너를 믿기 전부터, 난 너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믿고 있었다고, 나의 믿음은 네가 걸어온 길에서 나오는 것이고, 넌 앞으로도 좋은 길로 나아갈 테니까... 예쁜 그녀들이 가는 길이 더욱더 빛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