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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Aug 24. 2021

비 와닮은 너

나를 마주하는 시간: 비 오는 아침 달리기

번개와 천둥이 치고, 바람이 집을 흔들어 날아가 버릴 것 같다. 무서운 속도로 비가 내리는 새벽을 지나 10점 만점에 2점 정도인 잘 못 자고 일어난 아침이다. 밤새 내린 비를 자면서 맞은 것처럼 몸이 무거운 건지, 마음이 더 무거운 건지 침대에서 일어나 한걸음을 때는 것이 느리고 둔하다. 터벅터벅, 한 발은 내려놓고 겨우 두 번째 발걸음이 따라오는 중이다. 마음이 준비가 안되었다면, 몸을 움직여 마음이 따라오게 한다.


매일 달리는 이유는 이런 아침을 맞이 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일단 옷을 갈아 입고, 양치를 하고, 나가서 뛰기 시작한다. 일단 나가서 뛰기 시작하고, 한참을 달려도 페이스를 찾지 못한 채로 달려 돌아오기도 하는 날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는 이유는, 달리지 않았다고 해서 나의 하루가 그다지 더 나아 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달리지 않았다는 것에 하루가 더 무거워지기도 한다. 오늘을 시작할 때, 오늘로 시작한다. 우리의 날들이 좋게 시작하는 날보다 좋지 않게 시작하는 날이 좀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오늘은 오늘대로 맞이 한다.


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오늘을 만들어 간다. 달리기로 아침을 시작하고, 워킹맘의 하루를 마주 한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시원하게 비가 내린다. 하루 종일 머금고 있던 눈물이 터져 흘러내리듯, 시원하게 내린다. 비가 내리는 거라고, 눈에서 비가 내리는 거라고, 비를 머금고 있던 무거운 구름에서 비가 빠져나와야 구름이 지나갈 수 있듯이 그렇게 빠져나가게 내버려 둔다. 그렇게 한참 내린 비가 빠져나간 하늘의 색깔은 어두운 회색에서 하늘색과 핑크색을 적당히 머금고 있었다. 구름이 드리웠다고, 비가 온다고, 하늘이 하늘이 아닌 것이 아니기에 비가 지나가도록 내버려 둔다.


비가 정신없이 내릴 때는 비를 피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준비 없이 내리는 비를 온통 맞고 있으면 건강에 안 좋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이 있는 곳이나, 우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비비어 보거나, 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때, 내리는 비를 맞으면 달려 나갈 수 있는 때를 살핀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기보단, 그 비 속에서도 '춤'을 추며 행복을 찾을 줄 아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Life isn't about waiting for the storm to pass
It's about learning how to dance in the rain.”

같은 비를 맞아도  비의 무개는 같을  없고 다른 비를 맞아도 같이 비를 함께했다면 그렇게 무겁지만은 않다.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같이 거대한 폭풍우를 만나고 그것을 해쳐나가는 방법은 제각기  것은 우린 각자 다른 배를 타고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폭풍우를 정통으로 맞아본 사람은 섣불리  속에서도 춤을 추며 행복할  있다고 쉽게 말하지 않는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 것을 누구 보다도  알기 때문이다. 가까이에서 보면 살고 싶다고 몸부림을 치는 것인데 멀리서 보고 멋있는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비를 맞고 있다면, 비가 지나가게 내버려 둔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해가 쨍쨍한데, 비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기다려 준다. 비를 닦을 수건이 필요한지, 비를 피할 우산이 필요한지, 폭우를 맞설 텐트가 필요한지, 갈아입을  옷이 필요한지, 감기에 걸려 약이 필요한지 아직 모른다. 때론 같이 비를 맞아주는 것이 최선의 위로 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 보고 필요한 것을 준비해 준다. 같이 비를 맞으며 춤을 추는 날이 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Be still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최선의 선택이다. 무기력해지라는 소리가 아니라, 힘과 방향을 조절하라는 말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선택이라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도 전략적인 선택인 순간들이 있다. 언제 어떤 속도로 나아가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매 순간 전속력으로 힘을 주고 나아가면서 힘을 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힘을 유연하게 조절해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잘 달리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오늘내일하고 끝낼 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 오는 아침, 오늘도 달리고 시작한다. 힘을 잔뜩 주고 시작할 뻔했는데, 오늘을 오늘대로 마주 하기로 했다.  8월 트레이닝하며 달려온 거리 90.1km, 작은 선택들이 모여 결국 큰일이 벌어진다.


#RainyRun #우중런 - @seina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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