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INA Aug 23. 2021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의 짜릿함

We are Human.

8월 14일 토요일.  필라델피아 하프마라톤 트레이닝 6주, 뉴욕 마라톤은 세 달 남았다.


목이 마르다. 숨을 쉬려고 입을 크게 벌리고 뛰어서 인지, 목구멍이 다 말라버려 모래를 가득 입에 물고 뛰는 것 같았다. 그렇게 헉헉 되며 달리던 순간, 저 멀리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달려오는 할아버지가 보인다. 트랙 중간을 달려오시다가, 내가 달려오는 것을 보시고, 왼쪽으로 양보하시며 달려오신다. 달리면서 만나는 매너 있는 사람들 덕분에 기분이 좋아서 얼굴에 금세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나를 향해 달려오시면서 한쪽 팔을 뻗으신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내 팔을 쭉 뻗어 지나가며 손으로 하이파이브를 해버렸다. 커다란 미소를 머금은 눈인사로 전해지는 온기 그리고 그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해지던 온몸의 짜릿함... 하이파이브 이게 뭐라고 이리 감동적인가?를 생각해 보니,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일상에서 '휴먼터치'는 불편하고 불필요한 행동이라고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구겨져 버리는 순간 어쩜 사람다움을 조금씩 잃어버리는지도 모르겠다.  


10마일을 달리려고 계획하고 나갔던 토요일 아침, 7마일을 달리고 멈추었다. "7마일만 달리고 오려면,  하러 10 마일 달리려고 나갔어?" "7 마일밖에  달렸어?"  계획을 했던 일이 계획했던 지 않으면, 백만 가지 생각과 나를 의심하는 질문들로 머리가  찬다. 그러면 '아니야... 그건 아니지...' 하듯 머리를 여러  흔들어 준다.  생각들이 빠져나갈  있게.. 계획했던 것대로 되는 날보다 계획하지 않았던 대로 되는 날이  많다. 그날들을  답게 강하고 담대하게 마주   있는 용기는 불필요한 생각을 끊어내는 일이다. 달리기를 하면서 (아주   수는 없지만)  쉬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달려 보지 않은 거리를  몸안에 있는지도 몰랐던 새로운 기어를 발견하고 새로운 속도로 달리는 나를 만나면서, 이것밖에 못했어?라는 말은  밖으로 꺼내지도 않는다. 얼마나 열심히 달렸는지 알기에...


7마일과 10마일 사이, 내가 달리지 못하고 일찍 끝낸 3마일이라는 거리 때문에 내가 부족하다고 자책하거나 다그치지 않는다. 0마일과 7마일 사이, 달리지도 않고 가만히 있던 내가 첫걸음을 내디뎌 달리기 시작한다. 한걸음, 할 걸음 그렇게 달려 나간다. 11,270미터, 11 킬로미터가 조금 넘는 거리를 달렸다. 내가 달리고 싶은 달리기가 안 되는 날이면, 내가 달릴 수 있는 달리기를 하면 된다. 내가 안 하는 것들이 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것들로 내가 만들어져 간다. 달리기 도 내가 하고 있는 일 도 선택을 하고, 행동으로 실천을 할 때 불필요한 생각을 끊어내기도 필요한 생각을 잡아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달려온 거리나 속도를 수학적으로 풀어내지 않는다. 달리기는 나에게 오늘을 온전하게 마주하는 시간을 준다. 그렇게 오늘만 달리면 된다.


7마일 1:11:35 10'13"



매거진의 이전글 (러너)만큼 (러닝)을 사랑할 순 없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