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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원더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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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Aug 30. 2021

아쉬웠던 여름의 끝엔 킨더가든이...

원더 마미 : One The Mommy

아쉬워...


유난히 지나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던 8월이다. 가을이 들어오려고 자꾸 거리감을 두는 여름이 야속해서, 여름에 할 수 있는 것은 정신없이 해댔다. 시간이 나는 대로 아이들과 수영을 했고, 여름밤을 거닐며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늦여름 바다를 찾아 떠났다.


Kindergarten Orientation

목요일 오후 스케줄을 비워뒀다. 오전에 미팅과 할 일을 마무리해 두고, 오후에 아들과 킨더가든 (초등학교 입학 전 유치원) 오리엔테이션을 간다.  이제 아이 둘이 같은 학교로 등교하게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어지러울 정도로 늦여름 오후 해가 쨍쨍하던 날, 딸과 함께 등교했던 그 학교가 느닷없이 새로워 보이는 건 기분 탓이었을까? 차에서 내려 아들과 학교로 걸어 들어가는 길 심호흡을 하려고 올려단 하늘엔 하트 모양 구름이 걸려있었다. 내가 내 마음도 모르면서 아들의 손을 잡고 학교로 들어서는 순간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준준, 월요일부터 학교에 와야 하는데 기분이 어때?"

"마미, 엄마랑 같이 오는 거야?"

"아니, 준준 혼자 오는 거야"

"마미, 돈워리... 나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 나 다섯 살 이야...

그리고 사실 누나가 학교 갈 때마다 같이 가고 싶었어..."

나보다 씩씩한 아들 대답에 정신없이 달리고 있던 내 마음에 쿵 하고 브레이크가 걸린다.


학교, 교실, 선생님, 친구들 모든 게 온통 새로운 것일 텐데, 요리조리 살피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던 아들의 모습에 '너는 항상 그랬었지'라는 안도의 숨이 쉬어진다. 18개월 아직 기저귀를 차고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이주를 했을 때도, 낯선 그곳에서 새로운 학교를 시작했을 때도, 너는 그렇게 엄마보다 씩씩하고 용감했었어... 아이들이 크면서, 부모도 같이 큰다는 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여름이 지나가는 게 아쉬웠던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느새 5살이 되어 버린 아들 그리고 여름 끝에 기다리고 있던 킨더가든이 또 다른 계절의 시작이라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새 학기, 새 책가방, 새 옷으로 아쉬운 마음을 채워 보려는데, 아들이 그 아쉬운 마음을 채워 준다.


"마미는 원더 마미야"

아들에게는 원더우먼, Wonder Woman처럼 대단한 파워를 가진 사람 이어야만 원더 마미, Wonder Mommy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마미, One The Mommy 세상에 하나뿐이 엄마, 우리의 자식들에게 가장 필요한 엄마는 원더우먼 같이 무엇이든  해내는 어메이징  파워를 지닌 사람이 아닌, 자식이 필요할  보듬어 주고, 쓰다듬어 주고, 돌봐주는 하나뿐이 엄마인 것이다. 갑자기 원더우먼처럼 알지 모르는 곳에서 힘이 솟아나는 것만 같다. 아들의 무한한 사랑과 믿음 덕분에... 자식이 부모의 사랑으로 키워지듯이, 부모도 자식의 사랑으로  좋은 부모로  좋은 어른으로 같이 커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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