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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Nov 18. 2021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오늘도

어젯밤 자기 전 일기장에 꾹꾹 눌러서 쓰고 잤던 일곱 글자.

아직 덜 깬 머릿속에 남아있다.


오늘도, 수고했어 

하루가 또 다른 하루를 쉴 새 없이 밀어낸다. 어제를 아쉬워할 틈도 없이, 오늘이 시작된다.

쉬지 않고 빠른 속도로 계속 달린다. 저 멀리 결승점이 보이기는 하는데, 아직 좀 더 달려야 한다.


후... 긴 호흡으로 시작하는 아침이다.

오래 달리는 것은 좋아 하지만, 빨리 오래 달려야 할 때면, 몸과 마음을 더 자주 들여보고 보듬어 줘야 한다.

특히 지금까지 오래 달려왔다면 더 그렇다.


주말에 선물 받은 새로운 커피빈을 열었다.

봉지를 조금 열어 코를 커피빈에 가깝게 마주하고 천천히 깊은숨을 들이쉰다.

흡... 원 미시시피, 투 미시시피, 쓰리 미시시피...


응급 산소 호흡기 처치가 시작된다.

길게 조금 더 길게 들숨과 날숨이 번갈아 아직 반짝 반짝한 커피빈의 향기를 머리 깊숙한 곳까지 실어 나른다.

벌써 입꼬리가 올라간다.


드르륵드르륵... 커비 빈을 무자비하게 갈아준다.

뽀글뽀글... 정신없이 끓고 있던 물을 부어준다.

타다닥 타다닥... 눈을 뻐끔거리면 글을 쓰며 찰나의 행복을 기다린다.


오늘도, 수고할 나에게

프렌치 프레스로 정성스럽게 꾹 눌러 내린 커피 한잔을 따라 준다. 코끝에 제일 먼저 닫는 커피 향, 긴 숨에 담아서 머리로 보내준다.

한 모금 마신 후 내 입에서 떨어지는, 아... 좋다.

찰나의 행복과 함께 아침이 시작된다.


쉴세 없이 몰아치는 하루

나의 하루의 빠른 속도과 찐한 강도를 감당하려면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내 호흡을 제일 먼저 가다듬는다.

진한 커피를 마시며 오늘이 시작되기 전에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행복이다.

감사이다.

사랑이다.


수고했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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