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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Oct 02. 2020

이건 비밀인데...

건강한 커리어 


우리 팀 동료가 미팅을 하자고 한다.  "이건 비밀인데.... " 하며 내려놓는 말들 "나 임신했어... 근데, 아직 다른 동료들한테는 말 안 했으니까... 너만 알고 있어..." "우와.......... 정말 축하해....... " 너무나 많은 질문을 하고 싶은데, 직장 동료의 얼굴 표정을 확인하며, 내가 하고 싶은 질문들을 눌러본다. 너무나 사적이고, 소중한 소식을 나눠줘서 고맙다. 


10년 전 그렇게 우리 보물 1호를 품고, 열심히 일했던 그날로 곧 돌아가는 듯했다. 그렇게 조심스럽고, 행복했던 날들. 다들 입덧 (Morning Sickness) 은 아침에 한다고 하던데, 나는 회사에서만 괜찮았다. 그만큼 긴장을 하고 일을 했던 건지, 입덧을 할 정신도 없이 바빴었는지,  집에 오면 긴장이 풀려서였던지, 나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 토하고 시작하는 입덧 전쟁. 매일 입덧을 하던 그날들이 감사했던 날들이었다. 내 몸이 나 임신 중이야 라고 매일 알려주는 것 같았다. 하루도 내 힘으로 지나간 날들이 없었기에... 하루 라도 감사하지 않았던 날들이 없었기에... 양 손목에는 멀미 날 때 끼는 지압 팔지를 끼고 여름에도 긴팔로 팔찌를 가리고 일을 했었다. 나도 엄마가 처음 되는 것이니...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렇게 일하던 시간. 


10년이 흐르고, 난 두 아이의 엄마고, 선배, 그리고 선배 워킹맘으로 조언을 해주는 자리에 있다. 

이렇게 쓰시려고, 그런 다양한 삶의 경험을 주셨는지도 모르겠다. 신기하게도, 지나고 나면 보이는 게 있었다...

그땐 그렇게 무엇을 놓치고 사는지도 모르게 그렇게 빠르게, 앞으로만 전진하던 시절이었다. 


우리 팀 동료가 말한다. "나 프로젝트 차질 없게 다 마치고 갈게, 걱정하지 마." "그래 걱정 안 할게." 

우리의 모든 하루들이 계획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듯이...

그 친구, 나에게, 우리 팀에게 부담 주기... 피해 주기 않기 위해서, 모든 계획을 해서 다 마무리 짓고

산후 휴가를 가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래,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 잘 마무리를 하고 계획을 세워 보자. 


임신은 축복이지 피해가 아니야. 우리도 믿어줘, 너의 빈자리를 아쉬워하면 대체하고 있을 거라고 말해준다. 

산후 휴가가 팀에게 민폐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말해준다.  만약 계획대로 안되더라도 걱정하지 말라고, 이럴 때를 대비해서, 팀장이 있는 거고, 팀이 있는 거라고 말해준다.  예전 보스가 해주셨던 말이다. 팀장은 팀원들을 책임지고, 팀원은 프로젝트들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우린 혼자서 일하는 게 아니고 공동체에서 같이 일하는 거라고 말해줬다.  보물 2호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보스가 해줬던 말이 기억났다.

"너,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능력 있고, 성과적인데... 이 바쁜 시국에 2세 계획까지 성공시키고..."


그 말을 들었을 때의 감사함에, 나도 그 자리에 서게 되면, 저렇게 멋있는 보스이고 싶다고...

"너,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능력 있는데, 코로나가 온 시국에 베이비도 만들어 내고... 훌륭해..."

컴퓨터 스크린 안에 그녀의 얼굴은 행복이다. 2020년 코로나로 힘들어도, 좋을 일들도 이렇게 가능하다.


그녀가 묻는다. "어떻게 변할까? 나는 아직 자신이 없어... 너는 어떻게 아이 둘을 키우면서 일하는 거야?"

나... 대답을 한번 머금고 이렇게 답한다. "나도 되는대로 하는 거야. 나도 엄마 처음이 자나. 

자신이 없는 게 당연하지.... 나도 그랬으니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너 임신도 처음이고, 엄마 되는 것도 처음 이자나. 그러니, 모르고, 잘 못하더라도 당연한 거야. 하다 보니까 다 되더라..."


그녀가 웃는다. 그래서 나도 같이 웃었다. 그녀는 내가 하는 말을 다 이해하고 있을까? 많은 선배 워킹맘들 그리고 같이 임신했던 친구들의 조언. 머리만 아프고 너무 많은 정보들로 어지러웠던 그 시절.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좀 덜 열심히 했어도 됐을 텐데 그렇게 열심히 했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 좀 덜 열심히 했을까? 


그녀에게 다시 한번 말해준다. 이기적인 엄마가 되라고, 나 자신의 건강을 먼저 선택하는 엄마가 되라고 말해줬다. 엄마가 건강해야 아기가 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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