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원더마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INA Oct 02. 2020

잊지 못할 10월의 첫날  마음의 나비

미국엄마미


오늘 2020년 10월 1일이다.

이렇게 조용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고요한 아침이다.  키친에서 커피를 천천히 마셨는데도 아직 시간이 남았다. 불과 10분 전 만에도 아주 분주하고 산만하던 아침이었다. 오늘 첫째가 학교를 갔다. 점심 도시락을 싸고, 물통을 챙기고, 마스크를 챙기고, 분명 개학은 한 달 전쯤에 했는데 오늘이 개학날인 거 같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 오 미터 (https://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 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국의 코로나 19 누적 확진자는 749만 4천671명, 누적 사망자는 21만 2천660명으로 전 세계에서 최다로 집계되고 있다. 개학하기 전 학부모 설문조사에 Hybrid 옵션을 선택했었다.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는 첫째의 의견을 존중해서였다. 찬란한 3학년은 코로나로 인해서 비대면 (Virtual) 수업으로 시작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교육의 미래가 바뀔 거라는 예측이  현실이 되고 있다. 많은 변화가 왔다. 원격수업과 집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을 하고, 온라인 강의로 아트 클래스를 듣고, 코딩을 배운다. 건물 안 교육 시스템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런데 10월 1일부터 우리가 선택했던 대로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할 거라는 공지 이메일이 왔다. 올 것이 온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은 학교에 가고, 나머지는 집에서 원격수업을 받는다.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해 본다.


학교를 간다는 생각에 보물 1호는 며칠 전부터 학교 갈 준비를 한다. 어제부터 오늘 입고 갈 옷을 골라놓았던 첫째. 오늘 기분이 어때?


긴장된다고 하는데 신나기도 한다고 한다. 가슴이 콩닥콩닥, 배 안에 나비가 들어있는 느낌이라고 말해준다.

긴장이 되는 게 당연하다고 우리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을 해보는 거니까라며 쿨한 엄마인척 하려다가.

엄마도 긴장했다고 말해 준다. 엄마는 학교도 안 가면서 왜 긴장해라는 눈빛으로 물어본다. 왜?

혹시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며칠 전부터 너의 건강을 지켜달라고 새벽에 내려놓은 기도들은 말해주지 않는다. 괜찮을 거야. 걱정과 불안 대신 괜찮을 거라는 믿음을 불어넣어 준다.


일단 오늘 한번 가보고, 느껴보고, 저녁에 다시 얘기해 볼까? 내일도 긴장이 될지?

눈웃음이 가득한 보물 1호는 그렇게 등교를 했다.


엄마가 주는 선물 ©SEINA


오후가 되어 하교하고 돌아온 그녀를 위한 작은 선물. 새로운 룰이 정해졌다. 학교 갔다 와서 바로 샤워하기.

저녁 먹고 디저트로 도넛을 먹으며 오늘 하루 얘기를 들어본다. 보라색 문, 새로운 교실, 선생님, 친구들, 점심시간. 학교에서 따라야 하는 새로운 룰들. 새로운 룰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녀에게 배울게 너무 많다.

그렇게 변한 코로나 이후의 날들을 우리는 같이 지나간다.  오늘 보고 느낀 것에 대해 얘기해 준다 그리고 그 조그마한 입으로 말한다. 목소리에 에너지가 가득하다.   엄마  이제  알아. 내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제 긴장  .  기분은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날아가 버렸어. 나비 인제 없어!  그래 그 기분은 나비 같은 거야. 너도 모르게 날아가 버리는 거야. 이렇게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를 보면서, 오늘도 눈물 나게 감사하다. 10월이 이렇게 시작된다. 하루도 당연한 하루는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 가을은 어떻게 기억이 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