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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Nov 19. 2020

못생기게 울었어... 엄마 보고 싶어서

미국 엄마미 : 내리사랑  

내가 좋아서 그렇게 떠나 놓고, 엄마가 보고 싶어서 울었어... 나 엄마 보고 싶어...

다섯 살이 된 딸이 있는 엄마가 되어버린 딸이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언제 올 거야?

미국 워싱턴 디씨에서 싱가포르까지 9,663 Miles (15,551 km) 쉬지 않고 비행을 해도 19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다.  이곳저곳을 경유해서 미국에서 싱가포르에 도착하려면 하루가 넘게 걸린다.

서너 시간 운전하고 오면 볼 수 있는 거리에서 오는 것처럼 물어본다. 다시 한번 물어본다.

엄마, 한국은 언제 올 거야? 한국 오는 길에 싱가포르 들렸다가 가면 되잖아...

그 머나먼 싱가포르에서 2년을 살았던 그 계절을 지나가는 동안에도 엄마는 딸이 있는 싱가포르로 3번이나 오셨었다. 전 세계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 코로나의 시대를 지나가고 있는 이 계절 엄마를 마지막으로 본 게 작년 12월이다. 1년이라는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전화도 하고, 화상 통화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채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어가던 때, 엄마가 보내신 소포가 도착했다. 엄마의 옷장에 있었던 캐시미어 스웨터들이었다. 박스를 열었는데, 어렸을 때 외할머니 옷장에 숨어 들어가 앉아있으면 나던 외할머니 옷장 냄새가 생각나는 엄마 냄새. 우리 보물 1호가 말한다. 엄마, 외할머니 냄새가 나는 거 같아.


나에 대해서, 나의 삶의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우리 엄마, 친정엄마, 외할머니...

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 하는 엄마이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밤새 잘 자고 난 아이들이 기특하다. 아기였을 때 밤새 길게~자주기 시작했을 때

감사하던 마음으로 잠을 잘 자고 일어나 통통 한 얼굴이 너무 귀엽다. 이제는 조금 컸다고, 혼자 일어나서 화장실도 간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우리 보물 2호가 숨이 차게 뛰어오며 부른다. 하루 종일 엄마를 찾는다.

내 이름 엄마이다. 방금 전에 봤는데, 보고 싶었다고 와서 막 얼굴을 비벼 된다. 엄마라서 사랑해서 해준다며 생색을 내며... 그렇게 뽀뽀를 막 해준다.


내가 엄마가 되어 보니, 엄마가 얼마나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자리인지

내가 엄마가 되어 보니, 엄마가 나를 얼마나 애지 중지 사랑하면서 키웠는지

내가 엄마가 되어 보니, 엄마의 사랑이 아이들 마음속에 어떻게 들어가는지


외할머니, 친정엄마, 아니 그냥 우리 엄마가 우리 보물 1호와 2호에게 말한다.

너네 엄마, 우리 딸 힘들게 하지 마, 그러면 할머니 속상해...


그 말을 들은 우리 보물 1호는 나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엄마의 엄마, 외할머니가 엄마를 더 많이 사랑하나 봐... 그러면서 혼자 좋아한다. 맞아, 우리 엄마는 나를 사랑하고, 나는 우리 딸을 사랑하고, 엄마는 나를 바라보고, 나는 우리 딸을 바라본다.


"엄마, 나 글쓰기 시작했어요. 일기장에 써놓는 거 말고, 엄마도 볼 수 있게...

매일 쓰고 엄마한테 링크 보내 줄게"

"딸, 읽으면서 너무 좋아, 공책에 적어 놓고 있어. 장하다."

"엄마가 좋으니 나도 좋네"

"아이고, 우리 딸 엄청 많이 잘하고 있네, 정말 잘 쓰고 있네.. 소재가 다양하네... 또 읽고 싶어 져.

읽는 사람은 금방 읽지만, 글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우리 딸 재주네.."


엄마의 칭찬과 응원은 언제 들어도 좋다... 엄마는 엄마니까 사랑이다.


부모와 자식이 느끼는 그리움,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존재한다.
자식이 부모를 그리는 마음은 부모가 자식을 그리는 마음에 비할 상대가 되지 못한다.  자식을 키워 보지 않으면  마음을 그토록 헤아리기 어려운 걸까?  - 미치엘 봄의 [모리와 함께  화요일] 중에서 


오늘 가을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영하로 온도가 떨어지는 그런 날이었다. 마음도 휑하고, 몸도 추운 엄마가 보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엄마가 보내준 캐시미어 스웨터를 주섬 주섬 꺼내 입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그렇게 하루를 보내 보았다.



엄마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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