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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Nov 26. 2020

말도 예쁘게 하는 너

미국엄마미 : 11월의 가을날 


며칠 전 페이스북 (Facebook)에 기억들 하면서 몇 년 전 개시했던 사진들이 다시 올라왔다. 그렇게 소환된 기억은 7년 전 11월의 가을이었다. 보물 1호와 날이 좋던 가을날 커피를 마시러 나갔었나 보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는 게 있고, 변하지 않는 게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짙은 커피 향이 가득한 그곳이다. 커피도 마시고, 크루아상 (Croissant) 이랑 머핀 (Muffin) 도 산다. 사진 속에 그녀는 삐삐머리를 하고 있다. 까만 타이즈에 갈색 부츠를 신고 있고, 위에는 청남방에 스웨터 재킷을 입고 있다.


© SEINA


가을날이 좋은 오늘이다. 엄마랑 커피 한잔하러 갈까? 엄마 나 뭐 입지? 보통날 같았으면, 그냥 예쁜 거 알아서 골라 입어했을 텐데, 오늘은 이렇게 입어 볼래 하고 미션을 줬더니, 신이 나서 옷을 챙겨 입고 나온다. 

딸과의 데이트는 소중하다. 둘만의 대화가 가능한 시간이다. 운전을 하고 나가는 길에 대화 속에 마음을 말해주는 그녀이다.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는 주말이 좋다는 얘기를 한다. 말도 이쁘게 하는 너. 알고 있는 당연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입 밖으로 내밀어 소리 내어 크게 말해 준다. " 너는 오늘 좀 더 예쁜데, 말도 더 이쁘게 하네? "그녀는 코를 찡긋하고 웃어 보인다. 그런 말이 부끄럽지만 좋다는 표현이다.


마음으로 알고 있지만 굳이 말을 해서 알려줘야 하는 것들이 있다고 믿는다.  그 마음을 알아 달라고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같이한 시간 속에 사랑 가득한 말들과 함께 그 시간을 기억해 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말들이다. 가슴속에 꽉꽉 채워 넣어 줄 수 있는 만큼 채워 넣어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다.


코로나 때문에 안에 들어가서 책을 읽으면서 커피를 즐길 수는 없지만, 맛있는 향이 좋은 커피가 좋아서 왔다. 멀리서 줄이 없는 것이 보인다. 오늘 열지 않았나? 가까이 걸어가 보니, 아쉽게도 오늘 열지 않았다. 커피는 못 마셨지만, 이쁘니까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을까? 7년 전이나 지금이나 반짝반짝 행복 가득한 그녀는 예뻤다. 7년 후면 그녀는 운전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된다. 지금 이 시간을 잡아두지는 못하겠지만, 기억할 수 있게 기록해 줄 수 있겠지라는 마음에 엄마는 사진 찍기에 바쁘다.



© SEINA


엄마 우리 좀 같이 걸을 수 있을까? 우리 앞에 열려있던 가게들을 돌아보기로 했다. 코로나 때문에 쇼핑을 같이 해본 게 정말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쇼핑을 나온 그녀의 발걸음이 가볍다. 이 가게 저 가게에 들어가 봐도 되냐고 물어보면서 이 세상을 눈으로 담는다. 그렇게 마스크를 끼고, 조심스럽게, 쇼핑을 하면서 그녀가 말한다. 계획대로 커피를 마시지 못하고, 따뜻한 애플 사이더를 마시지 못해도, 예상치도 못한 쇼핑에 마음을 열어서 보니 여기 온 이유가 좋다고 말한다. 마음을 열고 생각하고 느끼는 너 그리고 말도 이쁘게 하는 너. 뒤를 따라가면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그녀가 발걸음을 멈춘다.


길 건너편에 있는 장난감 가게를 보고는 길을 건너가 보자고 하는 그녀. 반대편 쪽에 있는 장난감 가게 앞에서 멈춰 서서 한참을 들여다본다. 다행이다. 아직 장난감 가게 앞에 서는 너, 그녀의 눈이 반짝반짝하다. 들어가 봐도 되냐고 물어본다. 마스크 안으로 입꼬리가 올라간 건 엄마 눈에만 보이는 걸까? 눈으로만 보겠다면 이것저것 둘러본다. 엄마 이거 봐봐... 저거 봐봐 하면서 그녀의 생각은 바쁘다.


그녀가 나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오늘 보물 2호는 엄마와 선물 같은 데이트를 하지 못했으니, 선물을 사줘야 한다고 한다. 그녀의 말의 품격이다. 나한테는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돈은 자기가 집에 가서 준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기는 다 필요 없고, 책 한 권 이면 된다고... 그렇게 말도 이쁘게 하던 그녀는 그날 원하는 것을 다 얻었다. 그리고 엄마는 아직 돈은 못 받았다. 말도 이쁘게 하던 그녀와의 선물 같은 하루였다.


© SE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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