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스를 벗어나, 카이로스를 기다리다
나에게 2월은 ‘마무리’의 시간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교직 12년 차다. 학교의 일정이 3월을 기준으로 돌아가기에, 내 삶도 자연스럽게 학년도를 기준으로 흐른다. ‘년’이라는 단어보다 ‘학년도’라는 표현을 더 자주 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교무수첩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같은 브랜드의 수첩을 고집하는 나는 매년 직접 수첩을 구매한다. 시중의 다이어리를 선택하면 1~2월이 빈칸으로 남기에, 차라리 만년형 다이어리를 선택한다. 그런 나에게 2월은 지난 일 년간 학생들과 부대끼며 쌓인 기록을 남기느라 누구보다 바쁜 마무리의 시기다.
초등학교 일기장, 의경교양일지 그리고 그간 써온 교무수첩들
이처럼 나의 시간 기준은 남들과 다르게 흘러가고, 그것은 특별한 날에도 영향을 미친다. 많은 사람들에게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1월 1일은, 나에게 그저 공휴일일 뿐이다. 대신 3월 2일, 새 학년이 시작되는 날이야말로 내게는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이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시간이 있다. 이는 그리스 철학에서 말하는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크로노스는 과거에서 미래로 일정하게 흐르는 객관적인 시간,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연속적인 시간을 의미한다. 반면, 카이로스는 사람마다 다르게 체감되는 주관적이고 의미 있는 시간이다.
우리는 종종 크로노스에 집착하며 살아간다. 서른이 되면 ‘서른 즈음에’를 부르고, 마흔이 되면 ‘불혹’이라 자칭하며, 보편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내가 이룬 것보다 이루지 못한 것들을 더 크게 바라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만의 시간, 나만의 카이로스를 기다리고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사회가 정해 놓은 기준에 휘둘리기보다는, 나만의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을 담대하게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