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서 더 단단한 사람들
대한민국 사람들은 다 관종이야.
학계에서도 다들 논문으로 이름 한 번 날려보려고 한다니까.
석사 시절, 한 교수님의 자조 섞인 말씀이었다.
처음엔 웃고 넘겼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 말은 점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지금 이 사회는 평범한 사람보다 ‘육각형 인간’을 선호한다. 그래서 우리는 '갓생'이라는 이름 아래, 여러 방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인간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분투하고 있다. 어쩌면 나는 이 에세이를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조차도, 그 노력의 퍼포먼스를 이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아가 그 모습을 SNS에 올리며 또 다른 형태의 교만을 드러내고 있는 건 아닐까.
이처럼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고 흔히들 믿는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정작 세상을 움직인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영화 '1987'에서도 민주화를 이끈 것은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가 아니라, 일상을 살던 시민들이었다. 그리고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비상계엄 사태를 저지한 것도 이름 없는 사람들의 연대였다. 밤을 잊고 국회로 달려가 군인들의 진입을 맨몸으로 막아낸 이들은, 뉴스 화면 어디에도 이름 석 자 남기지 않은 평범한 이들이었다.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1. 먹고 입고 살고 싶은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
2.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용모
3. 자신이 생각하는 것의 절반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4. 남과 겨루어 한 사람 정도는 이겨도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5. 연설했을 때 청중의 절반 정도만 손뼉을 치는 말솜씨
그가 말하고자 한 행복의 본질은, 어쩌면 ‘완벽하지 않은 평범함’ 속에서 균형을 찾는 삶이 아니었을까.
평범함은 결코 초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일상을 성실히 살아내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가장 강인한 힘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뭉칠 때, 사회는 움직이고, 역사는 전진한다. 특별해지기 위해 애쓰는 대신, 지금 이 순간, 나라는 존재가 가진 평범함의 무게를 긍지로 안고 살아가자.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