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정강이 통증으로 저를 찾아왔던 이 환자는 피로골절을 진단받고 이렇게 푸념 섞인 한 마디 내뱉더군요.
흔히 떠올리는 골절과 피로골절의 차이를 혼동하다 보니 질환명에 ‘골절’이라는 표현이 더 낯설게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
피로골절(疲勞骨折)이란 외상없이 일정 시간 계속된 압박감으로 인해 뼈에 스트레스가 쌓여 골조직이 찢어져서 발생하는 골절을 말합니다.
영어로 ‘stress fracture’라고 하는데, 그래서 피로골절을 스트레스 골절 혹은 미세골절이라고도 부릅니다.
골절과 피로골절의 가장 큰 차이는 뼈가 부러진 것과 미세한 금이 간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피로골절은 아직 뼈가 완전히 부러지지 않은 상태(미세한 실금)를 의미합니다.
피로골절은 아치가 낮은 평발이나 발등이 높이 올라온 요족, 발바닥이 딱딱한 신발을 신거나 하이힐 등을 즐겨 신는 사람, 운동을 과하게 하는 사람(예: 마라톤, 자전거, 축구 등), 혹은 행군이 잦은 군인에게서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무릎 아래쪽에 정강이 통증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발을 많이 쓰는 직업군이나 운동 마니아들의 경우 중간중간 충분히 쉬어주지 않으면 피로골절 위험이 더 커지게 됩니다.
근육이 단단한 젊은 층에서도 피로골절이 흔히 발생하는데요, 그 이유는 근육이 단단할 경우 딱딱한 바닥을 걷거나 뛸 때 그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뼈에 무리를 주기 때문입니다.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분이라면 정강이 통증에 더 각별히 신경 써야 합니다.
골다공증은 뼈의 밀도가 낮아져 뼈에 구멍이 송송 생기는 것으로 뼈가 약해진 만큼 조금만 무리해도 더 쉽게 피로골절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골다공증 위험이 커지는 50대 이후 폐경기 여성들은 정강이 통증을 절대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당뇨 합병증으로 인해 발의 감각이 무뎌지고 피로감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피로골절이 생겨도 이를 잘 감지하지 못해 병을 키우는 사례도 의외로 많습니다.
특히 보행 자세가 좋지 않은 분들은 관절이 틀어지면서 더 쉽게 피로감을 느껴 피로골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걸을 때 찌릿찌릿한 정강이 통증이 있다면
-다리 부종이 있고 좀처럼 붓기가 가라앉지 않는다면
-발을 눌렀을 때 압통이 있다면
-운동 후(혹은 발을 과 사용한 뒤) 통증이 일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피로골절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피로골절은 단순한 염좌나 타박상, 심지어 근육통으로 오인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확한 진단 및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입니다.
다만, X-ray 검사로는 피로골절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아서 골 스캔 검사나 CT, MRI 등 뼈의 상태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정밀 검사를 시행해 피로골절 부위를 신속히 찾는 것이 치료의 시작입니다.
피로골절은 조기에 치료하면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회복할 수 있지만 적정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미세하게 금이 간 상태에서 완전한 골절로 발전하거나 다친 부위에 염증이 생겨서 완치까지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뼈도 무리하면 피로가 쌓일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고, 피로골절 증상이 있다면 먼저 내원해 정밀 검사를 받은 뒤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