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요추염좌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멀쩡했던 허리가 갑자기 아프다’고 말합니다. 평상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어떤 특정한 상황’으로 인해 통증이 발생한 것입니다.
“거실에 있던 큰 화분을 베란다로 옮기다가 허리를 삐끗했어요.”
“요즘 수상 스포츠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몸이 안 따라주는지 계속해서 허리가 아프네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데 이제는 공부하는 것보다 허리 아픈 게 더 힘들어요.”
“필라델피아로 출장을 다녀왔는데, 평균 비행시간이 16시간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 통증이 더 심해지더군요. 기내에서 진통제만 여러 번 먹었습니다.”
“평상시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급한 업무 처리로 서울과 남해를 왕복 10시간 넘게 운전했더니 허리가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네요.”
지난 25년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 진료하면서 급성요추염좌 환자들이 밝혔던 ‘어떤 상황’을 예시로 들어봤습니다.
이처럼 특정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자세(혹은 허리에 무리를 주는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면 근육이 경직되어 허리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평소 사용하지 않던 근육이나 관절을 무리하게 사용하게 되면 허리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급성요추염좌는 요추 부위의 인대(뼈와 뼈를 이어주는 섬유조직)가 손상되어 통증을 유발하지만, 단순히 인대 손상만이 아니라 주변의 근육까지 비정상적으로 수축하면서 통증을 유발합니다.
‘급성’이라는 말처럼 갑자기, 한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허리 통증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서서히 약해져 자연적으로 나았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만성 통증으로 이어지거나 다른 척추 질환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진료 경험을 떠올려보면, 급성요추염좌는 보통 1개월 정도 올바른 치료를 병행할 경우 통증이 있었던 환자의 약 90%가 회복되었습니다. 단기간 꾸준한 치료와 세심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저는 환자들에게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치유됐다고 느끼고 관리에 소홀해져 2차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합니다. 통증으로 그치지 않고 다른 증상이 동반되면 급성요추염좌 보다 더 심한 손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50대 이후 환자라면 퇴행성 변화로 인해 디스크 안에 있던 수핵이 밖으로 빠져 나와 신경을 압박하고 그로 인해 염증이 생겨 허리디스크를 유발하거나 척추관협착증 등 다른 척추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전문의의 추가적인 검진이 꼭 필요합니다.
급성요추염좌가 발생하는 상황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갑자기 허리 통증이 발생했을 때 ‘슬기로운 대처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물론 ‘Best’는 전문의에게 치료받는 것이지만, 갑자기 허리 통증이 생겼다면 다음 세 가지를 꼭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초기에는 손상된 인대나 근육 주변이 부어 있기 때문에 냉찜질로 혈관을 수축시키고 붓기를 가라앉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다음 어느 정도 부기가 빠졌을 때 온찜질로 긴장한 인대와 근육 주변 부위를 충분히 풀어주어야 합니다.
간단한 대처 방법이지만 의외로 많은 분이 간과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갑자기 허리 통증이 발생했다면 2~3일 휴식을 취하며 증상을 지켜보다가 통증이 계속될 경우 신속히 내원해 치료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