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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춘 Aug 14. 2020

오른쪽옆구리통증, 늑간신경통? 대상포진후신경통?

“특별히 다친 적이 없는데 갑자기 갈비뼈 근처가 아픕니다. 뼈가 아픈 건 아니고 뭐랄까, 쿡쿡 찌르듯이 오른쪽옆구리통증이 있습니다. 가끔 가슴이 찌릿찌릿하기도 해요.”


늑간신경통을 진단받은 환자가 맨 처음 저를 찾아왔을 때 했던 말입니다 





“차라리 뼈가 똑 부러졌다면 다시 붙어서 낫기라도 하지, 이건 뭐 통증을 달고 살아야 하니… 저에겐 신경통이 마치 불치병처럼 느껴지네요.”


실제로 한 환자가 이렇게 하소연했습니다. 뼈에 금이 가거나 변형되는 등 ‘눈에 보이는 특징적인 증상’이 아니라서 더 막막하고 겁이 난다는 것입니다. 


 



신경통이란 신경이 지나는 경로를 따라서 발생하는 발작성 통증이기 때문에, 환자가 느끼는 ‘형체 없는 통증 공포심’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신경통 중에서도 늑간신경통은 그 원인이 매우 복합적이기 때문에 더욱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늑간신경통이란?   


늑간신경통이란 갈비뼈 사이에 있는 늑간신경(늑골과 늑골의 사이를 지나는 신경)이 손상되거나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을 유발합니다. 



 



늑간신경통 자체가 질환명이라기보다는 다른 여러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증상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척추 압박골절이나 흉추/경추 디스크가 원인이 되어 늑간신경통이 나타나기도 하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앓은 뒤 늑간신경통이 생긴 분도 있습니다. 

또한 흉곽 수술 후 통증이나 말초신경병증에 의한 통증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의한 통증

늑골 골절이나 

늑연골염 등에 의해 통증 


등으로 인해 늑간신경통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우리 몸의 늑간신경은 총 열두 쌍으로, 그중 일곱 쌍은 척추뼈에서 몸의 양쪽으로 굽어져 흉골에 붙어 있고 나머지 다섯 쌍은 서로 떨어져서 흉부 내장기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중에서 늑갈신경통은 주로 제5~제9 사이의 늑간신경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러 질환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늑간신경통


고령자 중에 갑자기 등과 가슴 통증, 오른쪽옆구리통증을 호소하며 돌아눕는 것이 힘들다면 척추 압박골절에 의한 늑간신경통 증상일 수 있습니다. 




폐경기 이후 여성 환자 중에 갑자기 갈비뼈 부위의 통증과 옆구리 통증으로 심하다면, 자신도 모르게 작은 충격에 골다공증성 미세 골절을 입어 늑간신경통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늑간신경통 증상이 나타나거나 늑간신경이 지나는 부위에 감염성 질환이 발생한 경우, 혹은 종양이나 혈종 등이 원인이 되어 늑간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히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는 통증 양상이 늑간신경통과 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종종 혼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엑스레이 촬영이나 MRI 검사를 시행해 구별하고, 그에 맞춰 치료가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런 증상 있다면 늑간신경통 의심!

  

늑간신경통은 가슴 통증과 옆구리 통증, 갈비뼈 부위 통증, 등 부위의 통증이 주로 나타나는데, 오른쪽 혹은 왼쪽과 같이 어느 한쪽으로만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25년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서 환자들을 진료한 경험에 의하면 좌측보다 우측에서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우측 갈비뼈 부근으로 오른옆구리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대부분이었음) 


또, 성별로 보면 남성보다 여성 환자에서 발생빈도가 더 높았습니다. 


늑간신경통의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침을 하거나 깊은 숨을 들이쉴 때, 호흡을 크게 할 때 특히 더 통증이 심하다 

가슴이 찌릿찌릿하다(혹은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

갈비뼈 부위에 작은 마찰(심한 분은 옷이나 가방이 스칠 때)에도 통증이 느껴진다

누웠을 때 돌아누우려 자세를 바꾸면 찌릿한 통증이 있다 


통증을 오랫동안 방치하다가 뒤늦게 저를 찾아온 환자 중에는 늑간신경통을 ‘단순 근육통’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꽤 많았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두 증상을 비교한다면 


늑간신경통 : 쿡쿡 찌르고 찌릿한 느낌(통증 강도가 세다는 특징) 

근육통 : 뻐근하고 결리는 느낌(통증 강도가 약하다는 특징)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늑간신경통은 여러 질환과 맞물려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환자가 느끼는 자각 증상만으로 진단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통해 그 원인을 찾는 것이 첫 번째이고, 그에 맞춰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해결하는 치료가 이루어지는 것이 수순입니다. 


 



환자들이 신경통을 두고 ‘형체가 없는 통증’ 혹은 ‘유령 통증’이라고 비약적으로 말하곤 하는데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입장에서는 ‘원인을 찾을 수 있는 통증’ 혹은 ‘치료가 가능한 통증’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통증 없는 세상을 꿈꾸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서의 바람을 조심스레 더하며,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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