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간 잦은 두통으로 하루가 멀게 두통약을 달고 살았다는 이 환자는 진료실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두통이면 머리 문제일 텐데 뇌 쪽, 신경과로 가야 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저를 찾아오기까지 조심스러웠다는 것입니다.
“잘 찾아 오셨습니다. 두통의 원인은 매우 다양해서 환자분들의 입장에서는 어느 병원에 찾아가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환자분은 잘 찾아오셨습니다.”
이 환자는 목디스크로 인한 경추성두통 증상을 보였습니다. 머리가 묵직하고 목덜미가 뻐근하면서 잦은 두통으로 힘들어했는데 목디스크 초기증상으로 경추성두통이 잦은 경우였습니다.
환자 중에 경추성 두통 증상을 보이는 분이 많지만 두통을 단지 스트레스 탓으로만 여겨 방치하는 분도 꽤 많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사람의 목은 7개의 경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목뼈 사이사이에는 추간판(디스크)이 있어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해줍니다.
목뼈에는 척수와 신경근, 섬유륜, 수핵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경추 디스크가 탈출하면 안에 있던 수핵이 밖으로 빠져 나와 목뼈 주변의 신경근을 눌러 통증을 유발합니다.
상부 경추 디스크가 탈출하면 보통 후두 부위의 두통을 야기합니다. 목덜미와 머리의 경계 부위를 중심으로 두통이 나타나며 환자들은 ‘뒷머리 아프다’, ‘뒷골이 아프다’고도 말하는데요.
구조적으로 보면 경추성 두통을 유발하는 목뼈는 경추 1번(아틀라스 : 지구를 어깨에 짊어진 거인 아틀라스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짐)과 경추 2, 3번과 관련이 깊습니다.
경추 1번은 두개골과 목뼈를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부위로, 뇌에서 몸으로 내려가는 모든 운동신경 정보가 경추를 지나갑니다. 경추 2번과 3번은 목덜미와 뒷머리 근육과 관련된 신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이유로 경추 부위의 긴장도가 높아지게 되면 주로 후두부 통증을 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환자들이 ‘뒷골이 아프다’, ‘뒷머리가 아프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경추성두통은 경추에 이상이 생겼을 때 주로 나타나지만, 환자들은 목 관절과 두통을 연관 지어 생각하기 쉽지 않습니다. 소위 ‘목 통증만 있어야지 뜬금없이 두통은 왜?’라고 의문을 품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일례로 다리 저림이 심한 환자가 저를 찾아왔다가 허리디스크를 진단받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일 수 있습니다.
경추성두통의 경우 두통약을 먹은 뒤 몇 시간만 효과가 지속될 뿐 약효가 떨어지면 또다시 두통이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이 ‘두통약을 달고 살았다’고 말하는 것인데요.
경추성두통의 양상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한쪽 부위에 통증이 두드러집니다. 그러다가 통증 부위가 양쪽에서 나타나거나 눈, 귀, 턱까지 연쇄적인 통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두통이 나타나지만 경추 부위 신경이 심하게 눌리면 목-어깨-팔로 이어지는 신경에 영향을 끼쳐 팔 저림, 손 저림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추성두통은 왜 생길까요?
앞서 언급한 목디스크 외에도 일자목, 거북목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대인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목 질환’에 초점을 맞춰 범위를 좁혀보면 ‘나쁜 자세’를 요주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컴퓨터를 하다 보면 무의식중에 모니터 쪽으로 목이 쏠리게 마련인데, 이로 인해 목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모니터와 시선이 수평을 이뤘을 때 목에 가해지는 압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영향도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할 때 목에 가해지는 압력이 매우 커지는데요.
이렇듯 나쁜 자세로 인해 경추에 무리가 가면서 경추성두통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만일 목덜미의 뻐근함과 함께 두통이 심하다면 경추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