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파열, 꼭 수술이 필요할까?
“디스크가 터졌어요.”
아마도 여러분들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요즘도 허리 통증으로 내원해 허리디스크(요추 추간판탈출증) 증상이 있다고 말씀드리면, ‘네? 저 디스크가 터졌다고요?’라고 되묻는 환자도 여럿 있을 정도니까요.
어찌 보면 허리디스크파열을 가장 직설적이면서도 알기 쉽게 표현한 말이기도 하니, 저 역시 이견은 없습니다. 하지만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로서 의학적인 설명(물론 최대한 쉽게)을 덧붙여야 하지 않을까 해서 오늘은 이 주제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디스크란?
디스크(추간판)란 척추뼈와 뼈 사이에 있는 쿠션(완충) 역할을 하는 구조물입니다.
그런데 외부 자극에 의해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으면 디스크가 신경이 있는 쪽으로 탈출해 척추를 지나가는 신경을 누르게 됩니다. 그로 인해 염증이 생겨서 신경이 붓고 통증이 생기는 것이지요.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디스크 안에 있는 수핵의 수분이 빠지면서(탄력성 저하) 바깥쪽 조직인 섬유륜을 뚫고 나와(섬유륜이 찢어졌다고도 표현함) 수핵이 탈출하게 되는데, 그것이 척추신경을 자극하고 압박하면서 결과적으로 디스크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디스크가 탈출한 상태 즉, 추간판탈출증을 ‘디스크가 터졌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진료실에서 늘 경험하게 되지만 디스크 진단 환자들의 다음 질문은 ‘수술 여부’입니다. 어쨌거나 ‘터졌다’는 다소 센 표현 탓인지 ‘터졌으면 실로 꿰매듯 다시 봉합해야 한다’는 수술적 인식이 지배적인가 봅니다.
하지만 허리디스크파열이 있더라도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10% 정도에 불과하며
90%는 비수술 치료 방법으로
허리 통증을 완화하고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비수술 치료 1.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은 허리디스크파열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비수술 치료 방법의 하나입니다.
직경 1mm의 초소형 내시경과 초정밀 레이저를 이용해 통증 원인 부위를 찾아 디스크의 크기를 줄여 통증을 경감하고 디스크 재발을 방지하는 치료 방법입니다.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은 X-ray, MRI 등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없었던 만성요통 환자들도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을 통해 디스크 유착 부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이루어져 정확도가 높은 시술로, 이미 1996년 미국 FDA 승인을 받아 안전성을 인정 받았습니다.
저는 2010년 12월,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 개발자인 로스테인 박사와 함께 시연회를 열기도 했는데요.
이 시술은 허리디스크파열 환자뿐 아니라 허리 수술 후 통증증후군이 있거나 척추관협착증 환자, 혹은 급성/만성 요통 환자, MRI 상으로도 발견되지 않는 허리 통증이나 기존의 비수술적 치료로 효과가 미미했던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있는 치료 방법입니다.
비수술 치료 2. 추간공확장술(신경공확장술)
추간공확장술은 추간공(척추 사이 구멍)에 염증이 발생할 경우, 주변 신경 유착이 심해지게 되고 인대가 두꺼워져 추간공을 좁게 만드는데요.
추간공확장술이런 경우 신경이 압박된 부분의 추간공 인대를 긁어내 공간을 넓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를 확보해 좁아진 추간공의 염증을 제거하는 비수술 치료 방법입니다.
이 시술은 추간공이 좁아진 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게 주로 시행하지만, 허리디스크파열 환자에게도 치료 효과가 좋은 시술로 알려지면서 많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디스크 증상이 심한 분들은 위에서 소개한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과 추간공확장술(신경공확장술)을 함께 시행해 더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비수술 치료 3. 고주파 수핵 감압술
고주파 수핵 감압술도 허리디스크파열 환자들에게 많이 시행하는 비수술 치료 방법입니다.
절개 없이 특수 바늘을 삽입해 고주파 열에너지를 디스크 병변 주변에 쬐어 튀어나온 수핵의 크기를 수축, 감소하는 시술입니다.
시술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저온의 고주파 열이 디스크 내부의 압력을 낮추고 손상된 섬유륜 부위의 이상 신경을 차단해 통증의 원인을 치료하고 디스크의 내벽을 튼튼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국소마취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술 후에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허리디스크 외에도 목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게도 시행하는 비수술 치료 방법입니다.
이 외에도 허리디스크가 파열되었을 때 시행하는 비수술 치료 방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중요한 건 환자의 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다른 유관 질환은 없는지 등을 고려해 최선의 치료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디스크가 터졌다고 해서 덜컥 수술해야 할까 걱정하시기보다는 먼저 전문의와 세심한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 방법을 모색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