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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춘 Dec 15. 2020

척추협착증치료 시 황색인대제거술 체크할 것

“선생님, 제가 이 나이에 키가 컸어요, 글쎄! 호호호호”


60대 후반의 환자가 저에게 척추협착증치료를 받은 후 밝은 목소리로 내뱉은 말입니다. 

사연인즉슨, 이러합니다. 

 




젊었을 때부터 일을 많이 해 관절에 무리가 갔는지 남보다 빨리 허리가 굽는 증상이 찾아온 환자인데, (그래서 키가 몇 cm나 줄어들었지요) 황색인대제거술을 받은 뒤 갑자기 ‘키가 훌쩍 커졌다’는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키가 커진 게 아니라 원래 자신의 키를 되찾은 것이지만, 어쨌든 척추협착증으로 허리 펴는 게 힘들어지면서 조금씩 키가 줄어들었다가 치료 후 변화된 것이니 환자 입장에서는 키가 커졌다고 볼 수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어쨌거나 환자가 기뻐하니 저도 덩달아 기분 좋은 하루입니다. 

 




아마도 이쯤 되면 ‘대체 무슨 치료를 받았기에?’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을 텐데요. 오늘은 척추협착증 비수술 치료인 황색인대제거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척추협착증이란? 

척추협착증은 척추관(척수에서부터 신경이 척추뼈 사이를 통해 나오는 공간)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좁아져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을 말합니다. 

척추협착증은 목에 나타나는 경추 척추협착증과 허리에 나타나는 요추 척추협착증이 있는데요, 앞의 환자처럼 요추 신경이 압박돼 나타나는 척추협착증은 허리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요추 신경이 압박되어 다리 저림이 생기거나 걷기 힘들어하고, 허리가 굽을 수도 있습니다. 





척추협착증 원인, 황색인대 


그렇다면 척추협착증의 원인이 되는 황색인대(Ligamentum flavum)란 무엇일까요? 


척추관의 구조를 보면 앞쪽은 추간판(디스크)이, 뒤쪽은 황색인대가, 옆으로는 후관절이 둘러싸고 있는데요, 황색인대의 역할은 요추의 뒷부분인 후궁 사이에서 허리의 과도한 움직임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황색인대가 정상일 때는 별문제가 되지 않지만 노화로 인해 점차 제 기능을 상실하면서 병적으로 두꺼워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황색인대가 주변의 신경을 눌러 통증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황색인대가 두꺼워져서 신경을 누르는 것이므로 문제가 되는 황색인대를 제거하는 시술이 바로 황색인대제거술입니다. 


황색인대제거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척추협착증 환자의 MRI 검사



치료 효과 좋지만, 난이도 높은 황색인대제거술  


황색인대제거술이란 척추협착증의 내시경 치료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1포트(port)의 최소 절개로 고화질(풀HD) 내시경과 특수 기구를 이용해 실시간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시술이 이루어집니다. 


첫째, 시술의 정확성을 들 수 있습니다. 

고화질 내시경으로 실시간 확인하면서 시술이 이루어지는 만큼 근육이나 뼈 등 정상적인 조직은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병적으로 손상되거나 비대해진 황색인대만 점진적으로 제거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만큼 정확성을 필요로 하는 시술이므로 담당하는 의료진의 숙련도와 임상경험이 시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똑같이 황색인대제거술을 받은 사람이라도 집도의가 누구인지에 따라 치료 효과는 판이하게 다를 수 있는 것이지요. 


척추협착증 치료 효과는 좋지만 난이도 높은 시술이므로, 시술 전에 이런 부분을 잘 살피는 것도 중요합니다.   


둘, 시술의 안전성을 들 수 있습니다. 


황색인대제거술은 환자 입장에서 안심할 수 있는 비수술 치료 방법입니다. 수술처럼 전신마취가 아닌, 부분마취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술 부담이 큰 고령의 환자도 안심하고 받을 수 있습니다.  


  



셋, 시술 후 회복이 빠릅니다. 


황색인대제거술은 1포트(port)의 최소 절개(9mm 정도) 후 고화질내시경과 특수 기구를 이용해 시술이 이루어집니다. 수술과 달리 최소한의 절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술 시 출혈 우려가 거의 없고 그만큼 회복이 빠릅니다. 또한 출혈이 거의 없으므로 혹시 모를 추가 손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넷, 더욱 발전한 일측성 내시경으로 시술이 이루어집니다.  


이 부분은 시술 방법과 관련이 있는데 기존의 단일 방향 내시경은 (시술하는 의료진의 입장에서 말씀 드리면) 병변에 접근할 때 일정 부분 불편과 제약이 따랐습니다. 하지만 일측성 내시경은 하나의 내시경으로 양방향 접근이 가능해 추가적인 접근 없이도 양측 감압이 가능해졌습니다. 

 




일측성 내시경이 첫 번째로 언급했던 시술의 정확성을 높이고 기존의 단일 방향 내시경보다 비교적 빨리 시술이 이루어지므로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득’이 됩니다. 


따라서 척추협착증을 치료하기 위해 황색인대제거술을 고려하고 있다면, 위의 네 가지 부분에 있어서 의료 시스템이 신뢰할 만한지도 꼭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앞서 언급한 환자처럼 통증으로 자신도 모르게 허리와 등을 구부정하게 생활했던 분들이 저에게 황색인대제거술을 받고 나서 ‘키가 컸다’는 말로 치료 후일담을 전해주실 때 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어느덧 마취통증의학과를 개원한 지 25년이 되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환자가 통증에서 벗어나 밝게 웃는 순간이
저에게도 가장 기쁜 순간입니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는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또 한 번 다짐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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