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여전히 춥지만, 절기상으로 지난 2월 3일 입춘(立春)이 지났으니 어느덧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아직은 싹이 트고 꽃이 피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새벽 조깅이나 아침 산책 등 운동을 시작한 분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일상의 이런 변화도 ‘봄’을 알리는 소식 중에 하나겠지요.
며칠 전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데 운동복 차림으로 발을 절룩거리며 걷는 분을 보았습니다.
흔히 그 모양새를 보고 ‘발을 접질렸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발바닥을 디딜 때 앞꿈치에 힘을 주는 것을 보면서 족저근막염이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발바닥이아픈이유는 질환별로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족저근막염, 무지외반증, 부주상골증후군, 지간신경종 등 족부질환도 다양하고 그에 따라 통증 부위와 양상도 차이가 납니다.
질환별로 살펴본 발바닥이아픈이유. 오늘은 이 주제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족부질환 중에 가장 흔한 것이 족저근막염입니다. 26년간 마취통증의학과에서 환자들을 진료한 경험을 토대로 대략의 통계를 내보면, 족부질환 중에서 가장 많은 환자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족저근막염이었습니다.
족저근막이란 발뒤꿈치 뼈(종골)부터 발바닥 앞쪽까지 5개의 곁가지로 쭉 뻗은 두꺼운 섬유 띠 즉, 발가락과 발뒤꿈치 전체를 감싸고 있는 두껍고 강한 띠 근막을 말합니다.
족적근막은 발의 아치(족궁)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발에 가해지는 압력과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곳에 염증이 생기면 발을 들어 올리거나 움직일 때 혹은 보행 시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칩니다.
족저근막염은 주로 과한 운동을 하거나 장시간 걷거나 서 있는 직업군, 혹은 불편한 신발을 신는 분들에게서 발생합니다.
이 외에도 노화로 발뒤꿈치 지방패드가 얇아지면서 탄력이 떨어지면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족저근막염이 생기고, 이로 인해 발뒤꿈치 통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새끼발가락 쪽) 휘면서 옆으로 툭 튀어나오는 뼈 부위에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발의 형태가 변해 육안으로도 그 변화를 느낄 수 있는데, 무지외반증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불편한 신발에 있습니다.
발 볼이 좁거나 신발 앞쪽이 뾰족한 구두 등을 즐겨 신는 분에게 주로 나타납니다.
무지외반증도 발바닥이아픈이유를 부추기는 족부질환 중의 하나이지만, 주로 발바닥 앞쪽 엄지발가락 부위의 통증이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주상골이란 엄지발가락과 발목을 이어주는 뼈입니다. 부주상골이란 그 옆에 붙어 있는 또 하나의 뼈를 말합니다. 위치상으로 설명하면 복사뼈의 2cm 정도에 위치해 있는데, 출생 시 뼈가 제대로 유합하지 않아 부수적으로 남아 있는 뼈를 말합니다.
부주상골증후군은 선천적인 원인이 내재해있지만 뼈가 성장하는 시기에 과도한 운동, 혹은 외상 등에 의해 나타납니다.
뼈 분리가 심각해진 상태가 아니라면 육안으로는 잘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주로 성장기 청소년이나 운동선수 등에서 흔히 발생하며 발바닥 안쪽 통증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부주상골은 ‘부수적인 뼈’이므로 기능적으로 필요 없는 뼈이지만, 부주상골증후군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발아치 근육이 손상되거나 무너지면서 보행 패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족저근막염과 발목 염좌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습관성 발목 염좌로 발전하거나 발목 불안정성이 생기는 등 족부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될 수 있으므로 청소년기에 통증이 있다면 꼭 치료하시기 바랍니다.
지간신경종이란 지간(발가락 사이)을 지나는 신경이 여러 가지 이유로 압박을 받아 과도하게 두꺼워지면서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를 지나는 신경인 자간신경이 자극을 받아 발생합니다.
발가락 저림이나 통증 즉, 주로 발바닥 앞쪽 통증을 유발하는데, 주로 2~3번째 혹은 3~4번째 발가락 사이에서 발생하며 발바닥 앞쪽 통증이 특징입니다.
환자에 따라 바닥 앞쪽이 타는 것과 같은 강한 통증을 느끼기도 하고, 몇몇 환자는 ‘마치 발바닥에 거친 모래알을 밟는 것처럼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
앞서 언급한 무지외반증은 발 변형 질환이므로 환자가 육안으로 그 변화를 쉽게 감지할 수 있지만, 지간신경종은 증상을 눈치채기 어렵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저에게 지간신경종을 진단받았던 한 환자는 진단받기 전에는 ‘약간 발이 불편한 정도였을 뿐 통증이 심하지 않았다’며 지간신경종 진단 후 당황스러워 한 적도 있는데요.
이 외에도 발바닥이아픈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질환명이 다르고 치료 방법 역시 각각 차이가 나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통증 치료’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합니다.
발은 일상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부지런한 신체 부위’이자 ‘중요한 신체 부위’이입니다. 그러니 부디 발 통증을 간과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병원 치료에 임하셔서 건강한 일상생활을 영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