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통제됐던 군 장병 휴가가, 거리두기 2단계 완화로 재개되었습니다. 휴가를 나오자마자 지속적인 허리통증으로 저를 찾아온 군 장병이 ‘척추분리증’을 진단받고 깜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척추분리증이라는 어감에서 주는 심적 부담감은 비단 이 환자만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척추분리증을 진단받은 환자 대다수가 이런 반응을 보였는데요, 다른 척추질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질환명에서 느껴지는 막연한 두려움을 쉽게 떨쳐버리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척추분리증은 활동이 왕성한 젊은층에서 종종 나타나는데, 오늘은 이 주제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지속해서 허리 통증이 있다면 몇 가지 척추질환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과도한 활동 후(신체 능력보다 과하게 운동한 이후 등) 허리통증이 발생했다면 척추분리증을 의심해볼 수 있는데요.
척추분리증이란 척추 후방(척추뼈 뒤쪽)에서 위, 아래 척추뼈를 이어주는 연결 부위인 협부(관절 돌기 사이의 좁아진 부분)가 손상, 골절되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척추뼈 구조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주로 협부에 스트레스성 골절이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게 나타납니다.
지난 26년간 마취통증의학과를 개원해 환자들을 진료해온 임상 경험에서 비추어봤을 때, 척추분리증의 원인은 대부분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관절간 협부의 결함이나 불안전한 상태인 선천적 원인도 있지만, 대부분은 외상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교통사고나 낙상처럼 척추에 강한 충격을 받는 경우, 혹은 운동 중에서도 부딪침 등 외상 위험이 큰 운동을 하다가 척추 협부가 손상되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제가 진료했던 척추분리증 환자 중에 태권도, 주짓수, 유도, 축구, 다이빙 등 수상 스포츠 등을 하다가 다친 분도 있었는데요. 이처럼 강한 외상이나 과도한 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분들은 협부에 과부하가 생겨 피로 골절 혹은 스트레스성 골절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척추분리증은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쁜 자세로 장시간 앉아 있거나 혹은 장시간 서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척추에 더 큰 무리가 갑니다. 또한 허리를 반복해서 사용하게 되면 협부의 피로도가 높아져 척추분리증 발생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다음은 제가 진료했던 환자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군 장병 사례인데, 휴가가 제한된 상황에서 ‘몸짱’이 되겠다는 목표로 약 3개월 간 군에서 개인 기초체력 강화 운동을 고강도로 했다고 합니다.
만일 이 환자가 제대로 된 운동 방법(웨이트 운동을 할 때 각 동작에 맞는 올바른 자세 유지나 자신의 신체 능력에 맞는 적정한 운동기구 무게 등을 고려한 운동 방법)을 지켰다면 아마도 증상이 심해지지 않았겠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운동 강도만 늘리다 보니 ‘오히려 잘못된 운동으로 허리통증’이 생긴 경우였습니다.
허리통증이 두 달간 계속된 상태에서 휴가 나오기 며칠 전 군 훈련으로 8시간 동안 군장을 메고 행군한 이후, 허리통증이 더욱 심해진 상태로 휴가를 나온 것입니다. 특히 이 환자는 허리통증과 함께 ‘하지 방사통’ 증상을 보였습니다.(*5번 요추가 1번 천추에 미끄러지듯 앞으로 빠지면 다리로 가는 신경근이 눌려 방사통이 나타날 수 있음)
이 환자는 휴가 기간 내내 집중 치료를 받았는데, 복귀 후에도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반드시 올바른 운동법을 숙지하고 운동할 것’을 재차 당부했습니다.
또 다른 환자 사례로 척추분리증을 방치했다가 척추전방위증으로 발전한 환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환자는 평소 허리를 반복해서 숙였다 펴는 동작을 많이 하는 직업군 종사자로, 허리통증이 있다며 저를 찾아와 당시 척추분리증을 진단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환자는 ‘일 때문에 치료를 받을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후속 치료를 받지 않았는데, 이후 약 1년이 지난 뒤 심한 허리통증과 더불어 엉덩이 통증, 다리 통증, 다리 저림 등으로 또다시 저를 찾아왔습니다.
처음에 왔을 때는 허리만 아팠는데 이제는 엉덩이, 다리 전체가 아프고 불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자신도 모르게 ‘오리걸음’처럼 걷게 되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는데, 이 환자는 척추분리증을 방치해 척추전방위증(척추뼈가 서로 떨어지고 어긋나면서 위쪽에 있는 척추뼈가 앞쪽으로 미끄러져 튀어나와 척추관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발전한 경우였습니다.
위의 두 환자 사례처럼 20대에서 40대까지의 비교적 젊은 나이의 환자에게서 척추분리증이 발생하는데, 대부분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거나 야외활동을 많이 하고 사회생활을 매우 활발히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실 척추분리증을 방치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아직 젊은데 허리통증이 무슨 대수?’라는 생각이 지배적인데요. 척추분리증 초기에는 허리에 무리가 가는 행동이나 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통증이 호전되고, 환자에 따라 약물복용이나 물리치료, 주사 치료 등 비교적 간단한 비수술 치료 방법으로 얼마든지 허리통증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초기 치료만 잘 받아도 허리통증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부디 경미한 허리통증이라도 절대 간과하지 말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길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