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환자는 50대에 들어서면서 큰 다짐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숨쉬기 운동’만 하다가, 비만과 당뇨 진단을 받은 뒤부터 운동을 시작한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과욕이 문제였을까요? 생애 첫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어깨회전근개염증이 생겼습니다.
이분의 경우 오히려 운동이 ‘독’이 된 셈입니다.
저는 개원 후 25년간 환자들을 진료해오면서, 이런 환자분을 많이 봐왔습니다. 더군다나 관절이 약한 분이라면, 어떤 운동을 하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가을철 과도한 운동이 어깨 관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가을은 ‘라운딩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게는 ‘어깨 질환의 계절’이라고 역설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제 막 골프에 입문한 분 중에는 무리하게 풀스윙을 하다가 어깨 질환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간 채 잘못된 자세로 스윙하는 것이 그 원인입니다.
또한, 의욕이 앞서서 과도하게 스윙 연습을 하는 분도 종종 보게 됩니다. 어깨를 반복해서 과사용 하면 이 역시 어깨회전근개염증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이 많은 운동(야구나 테니스, 배드민턴, 수영)’은 어깨에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팔을 들어 올릴 때 회전근개 근육과 힘줄에 가해지는 스트레스 강도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회전근개에 염증이 생기거나 파열될 수 있습니다.
야구는 공을 던지고 받을 때, 방망이를 휘두를 때도 주의해야 합니다. 순간적으로 어깨 관절에 가해지는 힘이 매우 커지기 때문입니다.
테니스도 서브, 리시브 동작 시 어깨 관절에 강한 힘이 전달됩니다. 이것이 반복될수록 회전근개에 무리가 가면서 염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말씀드리면, 대다수 환자가 ‘그럼 이제 운동하지 말아야지’라고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가뜩이나 운동하기 싫었는데, 관절에 무리가 간다고 하니 ‘운동 안 할 구실’이 생긴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운동이든 충분한 준비 운동과 적정 강도의 운동이 이루어진다면 ‘건강 명약’이 됩니다.
앞에서 언급한 어깨회전근개염증 환자도, 사실상 이를 간과했기 때문에 ‘독’이 된 경우였습니다.
이분의 사례를 통해 그 원인을 알아보겠습니다.
회전근개(돌림근띠)는 어깨관절낭 주위의 근육과 힘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깨 관절을 지지하면서 팔을 들어 올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회전근개에 염증이 생기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렇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저에게 진료받았던 어깨회전근개염증 환자분은 네 가지 모두 해당되었습니다.
의욕적으로 하루 2시간씩 쉬지 않고 ‘어깨 펌핑’ 운동을 하고, 덤벨 중량을 과도하게 높였다고 합니다.
단기간 내 상체 운동만 집중적으로 했기 때문에 어깨 반복 사용, 과사용, 운동 중 부상이 겹친 상태였습니다.
또한, 이 환자는 신체 노화가 시작된 중년이었습니다. 어깨 관절 나이는 또래보다 더 ‘늙어’, 관절과 근육 힘줄에 노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환자에게 웨이트 트레이닝이 맞지 않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가을철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요즘, 저는 늘 여러분의 관절 건강을 생각합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서 ‘부디 자신에게 맞는 적정 강도의 운동을 올바르게 할 것’을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