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손’이 하는 일은 제법 많습니다. 오늘도 우리의 손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요.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움직이고 자판을 두드리는 것은 현대인에게 익숙한 일상입니다.
가정에서는 끼니때마다 부엌에서 식사 준비로 분주하고, 식후에는 설거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행주를 깨끗이 빨아서 식탁을 말끔히 닦고, 다시 빨아서 잘 말려두어야 합니다.
청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창문을 열어 집안을 환기하고 먼지를 털고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로 닦아야 미뤄뒀던 청소도 끝이 납니다.
아이가 아직 어린 경우에는 수시로 안아 달라고 조르니, 아이를 안고 업고 어르며 육아가 이어집니다. 가사 노동에 지친 주부 입장에서 보면 ‘손목이 쉴 새 없는 일상’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날씨가 추워지면서 근육과 인대가 위축되다 보니 통증 강도도 더 심해지는 것이지요. 또, 중년 여성의 경우 류머티즘 관절염 증상과 맞물려 더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처럼 중년 여성을 괴롭히는 손목건초염이란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손목 질환’입니다.
건초란 '힘줄을 감싸고 있는 막'을 뜻하는데, 힘줄이 손상돼 두꺼워지면서 완충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힘줄 막과 마찰을 일으켜 움직일 때마다 손목 통증이 생깁니다.
엄지손가락과 손목을 연결하는 힘줄에 무리한 힘이 반복적으로 가해져, 힘줄이 늘어나거나 파열되면서 염증을 유발하는 것이지요.
류머티즘 관절염이 있거나 임신 등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로 손목 부위의 신경 막이 붓거나 염증이 생긴 경우에도 손목건초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일 이와 같은 증상이 있다면 손목건초염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손목터널증후군과 손목건초염을 혼동하곤 하는데요.
손목터널증후군은 수근관(손바닥 아래쪽 뼈와 인대가 지나가는 신경 통로.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손바닥 아래 뼈를 따라 둥근 타원으로 그리면 마치 터널과 같다고 해서 ‘손목 터널’이라고 부르기도 함)이 좁아지거나 이곳을 지나가는 정중앙 ‘정중신경’이 눌려서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손목이 시큰거리고 아프며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등 손목 감각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환자가 느끼는 통증만으로 ‘손목건초염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자가진단하기란 쉽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이 두 질환은 통증 부위에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손목이 아프다고 시큰거린다’는 정도로 느끼기 때문에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손목건초염 검사는 핑켈스타인 검사(엄지손가락을 나머지 손가락으로 감싸고 주먹을 쥔 상태로 손목을 아래로 꺾었을 때 통증 유무, 양쪽 손등을 맞대고 손목을 90도로 꺾어 1분 동안 자세를 유지했을 때 소리 혹은 통증 유무)를 하거나 혈액 검사로 염증 반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증상이 악화되어 저를 찾은 분도 의외로 많은데요, 손목 통증이 있어도 오랫동안 집에서 찜질을 하거나 파스를 붙이고,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거나 약국에서 근육이완제나 진통제 등을 구입해 복용하는 등 한시적 통증 완화만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통증을 장기간 방치하지 말고 초기에 치료받으셔서 일상생활에 불편이 생기지 않도록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