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곡소리가 절로 나요"
얼마 전 저를 찾아왔던 30대 남성 환자는 '엄지발가락이 스치기만 해도 악 소리 나게 아프다'며 극심한 통증을 호소해왔습니다.
문진 및 검사 결과 통풍성관절염을 진단받자 “통풍이요? 제 나이에도 풍이 오나요?”라고 되묻더군요.
아마도 여러분 중에 이 환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도 있을 텐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과거에는 40대 남성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지금은 20~30대 젊은 층에서도 통풍성관절염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주제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요산이 체내에 과다하게 증가해 밖으로 배설되지 못하고 관절 주변 조직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는 관절질환입니다. 혈액 내 요산의 농도가 높아지면 요산염 결정이 늘어나고, 이것이 관절의 연골이나 힘줄에 침착해 관절염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통풍성관절염은 요산 결정이 관절 주변 조직에 들러붙어 심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약 90%는 하나의 관절(주로 엄지발가락) 부위에 주로 나타납니다.
이 외에 발목, 무릎 관절에 생기기도 하며 드물지만 손가락이나 팔꿈치 관절에도 통풍성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정상적인 요산 수치(성인 기준)는
남성 3~6mg/dl, 여성 2~5mg/dl이며
경계는 남성 7mg/dl, 여성 6mg/dl
고요산혈증은 7.5~8.5mg/dl에 해당합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요산을 증가시키는 음식(술 포함)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체내에 요산이 증가해 통풍성관절염 발생 위험도 커지는 것이지요. 물론, 더 주의해야 할 고위험군도 있습니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성관절염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주로 발생하며, 특히 만성 대사질환(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등)을 앓고 있거나 술을 자주 마시는 분은 더 주의해야 합니다.
실제로 한 환자분이 저에게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술과 통풍성관절염이 무슨 관계가 있냐는 것입니다.
요산은 퓨린이 분해되고 남은 물질로 퓨린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과다 섭취할 경우 요산 수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맥주에는 퓨린이 많이 들어 있고, 알코올 자체가 요산 수치를 높이기 때문에 전문의들이 ‘금주’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요산은 신장 등을 거쳐 소변이나 대변, 혹은 땀으로도 배출되는데요.
술이 요산의 배출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므로
자나 깨나 ‘술 조심’ 하시길 당부드립니다.
간혹 환자 중에 통풍성 관절염과 류마티스관절염의 차이를 궁금해하는 분이 있습니다.
통풍성관절염이 요산 과다로 인해 관절에 요산 결정체가 쌓여 염증을 유발하는 관절질환이라면
류마티스 관절염은 면역 체계에 문제가 발생해 스스로 자기 몸을 공격하는 만성 염증성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두 질환의 차이를 증상으로 설명하면 통풍성관절염은 주로 엄지발가락에 심한 통증과 열감, 부종(엄지발가락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붓는 증상)을 동반하고, 심하면 발열과 오한이 나며, 양말이나 신발을 신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통증이 특징입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누워 있어도 통증이 심해 무릎을 바로 펼 수 없고 자고 일어나면 관절이 뻣뻣합니다.
또, 손목이나 손가락을 굽히기 힘들고 주먹을 꽉 쥐기 어려우며 손가락과 손바닥에 통증이 있습니다. 특히 평생 증상이 완화되었다가 다시 악화되는 반복적인 증상 패턴을 보입니다.
두 질환은 치료 방법에도 차이가 있는데요.
류마티스 관절염은 장기간에 걸쳐 환자의 증상 경과와 검사 수치 개선 여부에 따라 여러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렇듯 두 질환은 치료 방법에서 차이가 나므로, 전문의의 문진과 정확한 검사(혈액검사, 관절액 검사, x-ray 검사 등)와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