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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벨의 단상: '승진하지 못한 날'에 대한 단상

   이글은 승진하지 못한 7개월전에 써놓았던 글이다. 그때 나를 위로했던 책의 문구와 함께 '승진하지  못했던 날'의 비참한 마음과 나를 위로했던 글을 7개월만에 다시 꺼내어본다. 


    승진하지 못했다. 2023년 2월 승진자들의 인사발령장을 받았다. 나의 이름이 없었다. 나의 이름이 없다는 것은 승진하지 못해 교육현장에 나가지 못하고 다시 교육지원청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승진하지 못한 인사발령장을 받자 헤벨이 첫번째 든 생각은 ' 승진 차례에서 헤벨의 차례라고 카더라 통신으로 분명히 들었는데..왜 내 이름이 없을까?’ 도끼로 머리를 맞은 듯이 멍했다. 

   두 번째 드는 생각,  ‘아.. 창피하다. 욕이라도 하고 싶다.’ 

   세 번째 드는 생각  ‘ 하나님이 왜 나를 승진시키지 않았을까?  나의 승진을 무척이나 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인가.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아왔는가? ’

  네 번째 드는 생각,  ‘ 인생이 내 맘같지 않구나.’

  다섯 번째 드는 생각  ‘힘도 없고 학교 뒷 배경도 없어서 승진을 못하는 건가?  이럴 줄 알았으면  인사에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에게 정치 좀 할걸..’ 

  여섯 번째 드는 생각, ‘ 승진하지 못했으니 위로하는 전화 무지 받겠군. 전화하는 사람들 위하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잘되었다고 웃는 놈들도 있을텐데.. ’ 

 일곱 번째 드는 생각  ‘ 억울하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나는 왜 이 길을 선택해서 이렇게 살수 밖에 없나?’ 

 마지막으로 ‘ 하기 싫은 일을 또 해야하나?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야하나? 모두 때려치고 싶다.  그냥 사람

 없는 곳에서 조용히 살아야하나?’


   오만가지의 생각과 승진하지 못한 나의 슬픔은 뒤로한 채 2월의 주된 업무인 교사들의 인사발령 임지 지정 작업을 위해 헤벨은 다시 교육지원청으로 향해야했다. 나의 인사발령은 내 의도되로 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인사발령은 원하는 곳에 최대한 배치해 드리고 싶었다. 

                     © jojoyuen, 출처 Unsplash


   승진하지 못한 막막한 나의 현실 속에서 삶의 의미까지 흔들릴 때 내가 접하게 된 책이 김영민 교수의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였다.

김영민교수님의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것인가’는 나에게 몇 가지 화두를 던져주셨다. 

" 이 메마르고 고단한 삶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 쉬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일을 즐 길 수 있나? "

“ 목적이 없어도 되는 삶은 어떠한가?” 

   김영민 교수님은 헤벨에게 세 가지의 화두를 던져주시고 답도 책에서 제시하고 계셨다. 아마도 김영민 교수님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셨을 거라고 생각을 해본다. 

   교수님이 제시하신 이 메마르고 고단한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노동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긴 여가를 확보한다고 해서 고단한 삶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하는 힘이 노동에 있으며 노동만이 노동을 극복할 수 있으며, 지나친 여가는 인간을 공허하고 무료하고 빈둥거리고 낭비하게끔 만든다. 노동을 없애는 것이 구원이 아니라 노동의 질을 바꾸는 것이 구원이다. 일로부터 벗어나야 구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을 즐길 수 있어야 구원이 있다고 하신다. 

공부하는 삶이 괴로운가? 공부를 안 하는게 구원이 아니라, 재미있는 공부를 하는게 구원이다.  사람을 만나야 하는게 괴로운가? 사람을 안 만나는게 구원이 아니라,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는게 구원이다라고 하신다. 
-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것인가'(김영민 교수 저)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일을 즐길 수 있나? 라는 화두에서 윌리엄 모리스의 ’로빈슨 크루소의 다음 구절을 인용하셨다

“ 인간을 비천한 노동으로 내모는 무지막지한 산업화와 상업화에 저항하며 사회주의의 기치를 내세웠지만 혁명의 구호가 울려 퍼질 광장에 세워질 거대한 이념적 조각 작품을 만드는 대신 일상을 채우는 벽지, 직물, 가구 등의 디자인과 생산에 주력했다. 일상의 물품에 깃든 아름다움이야말로 그런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 하는 공들인 노동이야말로 삶을 결국 구원하리라고 믿으셨다. ”


“ 목적이 없어도 되는 삶은 어떠한가?”에 대해 교수님이 산책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산책에 목적이 없기 때문이며, 목적보다는 삶을 원하며, 목적을 위해 삶을 희생하기 싫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렇다고 목적이 없이 사는 것이 무위도식하겠다는 말이 아니며 열심히 일 할 것이며, 운이 좋으면 이런저런 성취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일을 하러 우리 인간들이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 별거 아닌 혹은 별거일 수도 있는 성취를 이루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목적없는 산책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계셨다. 

오사카 여행에서 찍은 다양한 미니어쳐 음식들 

   승진이 나의 삶의 목적은 아닐진대 승진을 못했다고 낙담하고 세상사람들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니 ’ 나는 그 일하러 태어난 것은 아니고, 그 별거 아닌 승진에 나는 왜 이렇게 나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가? 혹자에게는 별거일 수 있는 승진에 성취를 못했다고 인생이 실패한 것이 아니며, 크나큰 목적이 아니어도 하나님이 주신 내 인생의 의미있는 일이 있지 아니한가!‘ 라고 내 자신에게 답해본다. 

   행복하고 싶어! 돈 많이 벌고 싶어! 인정받고 싶어! 출세하고 싶어!, 유명해지고 싶어! 등 세상사람들이 싶어!싶어!라고 외치지만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다시 힘든 교육지원청 생활을 밥벌이를 위해 이어나가야한다. 

'승진하지 못한 날'은 나를 한층 돌다보고 나를 성장시킬 것이다. 무엇인가를 쫓아가는 대신에 오기를 기다리고, 억지로 가려고 하면 더 안 오는 일들에 너무 목메어 살지 않기로 다짐해본다. 


    이글을 쓰고 6개월 후, 헤벨의 이름이 승진자 명단에 있었다. 승진하지 못한 날이 있었기에 헤벨은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다른 인생의 목표를 향해하고 있다.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6개월 전의 '승진하지 못한 날'이 있었기에 헤벨은 인생의 다른 목표를 찾을 수 있었다.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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