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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벨 여행: 우여곡절의 싱가포르 여행(1일 차)

   직장 옮기고 8년 만에 맞는 방학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한 방학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딸아이가 싱가포르를 가보고 싶다는 말을 1년 전부터 말했다. 싱가포르가 왜 가고 싶냐는 말에 명쾌한 답을 하지 않는 딸아이이의 답이 나에게 설득력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4박 5일 시간 내기도 싶지 않았다. 


  8년 만에 맞는 방학이니 방학 동안에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은 딸아이와 함께하는 싱가포르 여행이었다. 2023년 12월 초부터 1월 중순의 4박 5일 싱가포르 자유여행을 예약했다. 1달 후면 떠날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있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복병이 있었다. 갑작스럽게 아파온 나의 몸과 마음, 방학인데도 밀려오는 학교업무였다. 1월 중순의 싱가포르 자유여행 예약을 취소해야 했다.  하지만  겨울방학 동안 딸아이의 하루 일과가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11시 기상, 아점은 라면, 오후는 핸드폰과 혼연일체, 5시부터 간신히 일어나서 학원을 가는 모습을 보니 결단을 해야 했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도 떠나자.  저가로 나온 싱가포르 자유여행 상품을 구입하고  2024년 1월 29일부터 2월 1일 일정으로 싱가포르로 딸아이와 함께하는 가족여행 다시 세웠다.  


   여행 떠나기 이틀 전부터 한국날씨가 몹시도 추웠다. 체감온도 영하 30도라니.  따뜻한 나라로 떠나고 싶었다. 추운 날씨에 딸아이의 몸이 견디지 못하고 감기가 걸렸고, 나의 몸도 정상체력은 아님을 감지했다. 고민스러웠다. 여행을 떠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여행경비를 모두 날려야 할 정도의 위약금을 내고 여행을 포기하기에는 돈이 너무 아까웠다. 나와 딸아이는 병원에서 약을 짓고 단단히 무장하고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지금부터 나와 딸아이의 3박 5일 싱가포르 여행기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솔직히 나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18년 전에 친구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18년 전의 싱가포르 여행에 나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이번 싱가포르 자유여행도 기록해보고자 한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보다 GDP가 2배 높은 나라, 제주도만 한 작은 면적을 가진 나라로 알고 있으며, 중국인이 전체 인구의 50%을 차지하고 있고,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기타 다른 민족들도 함께 살고 있는 선진국 대열에 있는 나라라고만 알고 있다. 


   2024년 1월 29일 창이공항에 새벽 2시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호텔에 가서 5시간 정도 눈을 붙였다. 

싱가포르에 우리 가족이, 아니 내가 가장 먼저 가보고 싶었던 곳은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이었다. 내가 처음 방문한 싱가포르 여행의 랜드마크는 ‘멀라이언 상’이 있는 공원과 리버사이드였는데 세월이 지난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과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로 바뀌어 있었다. 

    18년 전에 싱가포르에 멀라이언 상이 있는 공원 맞은편에 바다를 메꾸어 땅을 만드는 간척사업을 하고 있었다.  여행 가이드말로는 싱가포르에 라스베이거스 버금가는 카지노와 관광단지가 만들어질 거라는 말을 들었다. 오래전에 바닷가 땅을 메우고 있었던 자리에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  우리는 이번 생가포르 여행에서 지하철을 이용할 생각이다. 호텔에서 나와 전철역 찾기가 쉽지 않아서 40분간을 걸어서 헤맨 것 같다. 두 사람정도에게 전철역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친절하게 가르쳐주지는 않았다. 어렵게겐 지하철 탈 수 있는 역을 찾았고. 지하철 근무하시는 분에게 지하철 표를 끊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5달러는 지하철 티켓비용, 나머지 5달러는 지하철 이용비용. 1인당 총 10달러를 내고 지하철 티켓을 끊었다. 지하철 공무원에게 지하철 노선지도도 받았다.

                                                          싱가포르 지하철 노선지도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가기 위해 MRT(지하철)를 타고 베이프런트 역에서 내려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랜드마크를 향해서 걸었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이며 빼어난 건출 디자인이 나를 사로잡기는 했다. 이곳은 라스베이거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손꼽히는 복합 카지노 리조트라고 한다. 카드 두장을 서로 맞대어 놓은 모양이라고 하였다.  높이 200M에 달하는 건물 3개 동과 이들의 최상층을 연결하는 배 모양의 스카이 파크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건축가 ‘모세 샤프다’의 건축 디자인과 쌍용건설이 건축물을 만드는데 함께 했다고 한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싱가포르의 국책사업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재벌‘샌즈 그룹 ’의 투자를 받아 2010년도에 개장했다. 한국여행자의 경우는 여권과 출국 카드만 제시하면 무료로 입장가능하지만 싱가포르 국민은 24시간 기준 100달러 입장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샌즈호텔  입구만 구경하고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옆의 ' 가든스 바이더 베이'로 향했다.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 그린 라이프가 곧 삶의 질을 높인다’는 철학이 반영된 가든스 바이더 베이. 

거대한 정원이다. 싱가포르 남쪽 칼랑 강의 일부를 매립한 땅 위에 세워졌다고 한다. 정원 규모 약 1만 7000평, 그 안에 슈퍼트리 그로브, 플라워 돔, 클라우드 포레스트, 헤리티지 가든, 월드 오브 플랜츠, 베이 이스트 가든 등 다양한 정원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슈퍼트리는 마다 가스카스 섬의 바오바브 나무를 연상케 하는 인공 나무들로 밤이 되면 조명 옷으로 갈아입는다고 한다. 나는 조명옷의 나무보다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정원을 걸어보는 것으로 했다. 날씨가 더워서 모든 정원을 걸어보는 것을 무리였다. 특히, 딸아이가 덥다고 투덜대는 바람에 슈퍼트리, 헤리티지 가든, 베이 이스트 가든 정도만 구경하였다. 뒤늦게 안 사실인데 전동 셔틀과 오디오 투어 전동차도 있었다. 가든스 바이더 베이를 모두 구경하고 싶으면 전동셔틀 및 오디오 투어 전동차를 추천한다. 

   우리는 점심 식사장소를 마리나 베이 근처의 식당이 아닌 리틀 인디아 관광지역으로 가서 인도 음식을 먹어보자 결정했다. 싱가포르에서 인도의 분위기와 인도음식을 먹어볼 경험에 부풀어서 리틀 인디아로 갔다. 지하철 파러 파크 역 H번 출구로 나왔다. 세랑군 로드를 따라 나오니 인도 가게와 음식점들이 눈에 보였다. 리틀 인디아 맛집을 책자에서 보기는 했으나 우리들의 배꼽시계가 맛집을 찾을만한 여유가 없었다. 


리틀 인디아 입구의 첫 번째 식당으로 들어갔다. 탄두리치킨, 난, 카레, 비리야니(인도식 볶음밥)를 주문했다. 딸아이는 탄두리 치킨과 난만 입에 맞는 모양이었다. 나에게는 인도 본토에서 맞보았던 인도 음식의 맛은 아니었지만 허기를 채울 정도의 맛이었다. 가족들에게 인도 음식을 맞보게 해 준다는 신념으로 찾아온 리틀 인디아였지만 기대보다는 힌두사원과 인도가게들의 볼거리가 풍족하지는 않았다. 인도 출신 이민자들에 의해 형성된 리틀인디아에서 볼만한 힌두사원은 스리 스리니바사 페루말 사원(Sri Srinivasa Perumal Temple)과 스리 비라마킬리아만 사원(Sri Veeranakaliamman Temple) 이 있다. 

   정리되지 않은 듯한 리틀 인디아 지역을 뒤로하고 멀라이언 상을 보기 위해 멀라이언 파크로 향했다. 딸아이는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지하철만 타고 다녀도 좋다고 했다. 딸아이는 지하철 안을 싱가포르에서 최고의 장소로 꼽았다. 


   멀라이언 파크를 가기 위해 MRT 래플스 플레이스 역 B번 출구로 나와 플러턴 호텔 방향으로 걸었다. 싱가포르의 상징이자 귀여운 마스코트 ‘멀라이언 상’이 있는 공원은 싱가포르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뒤로는 플러턴 호텔이, 옆으로는 원플러턴(고급 식당가)이 공원을 둘러싸고 있다. 

   멀라이언(Merion)은 사자의 도시 싱가푸라에서 유래한 사자와 어촌 마을 테마섹의 물고기 ‘Memald’ 를 더한 합성어로 1960년대부터 싱가포르 관광 아이콘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라콴유 수상에 의해 세워졌으며 1972년에 제작된 것으로 시멘트로 속을 채운 다음 도자기 소재인 포셀린으로 조각해 약 10개월 만에 완성된 작품이라고 한다. 짧은 제작기간에도 싱가포르의 관광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니 관광을 위한 홍보를 어떻게 하였나 궁금해졌다. 리버시아드의 플러턴 호텔(The Fullerton Hotel) 싱가포르를 여행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꼭 머물고 싶어 하는 호텔이라고 한다. 마천루가 선사하는 야경이 아름답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재정상태로는 플러턴 호텔에 머물정도는 아니니 외관만 구경하고 왔다. 1924년 영국 건축가가 그리스 신전을 모티브로 디자인하여 1928년에 완성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호텔이 아닌 상업빌딩으로 지어졌으며 초대 식민지 총독이었던 로버스 틀러턴의 이름을 따서 플러턴 빌딩으로 불었으며, 우체국을 포함해 무역, 금융, 통신 업무를 담당하는 오피스로 쓰였다. 1997년 홍콩 시노랜드사가 이 빌딩을 인수하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해 최고급 변신시켰다고 한다. 

멀라이언 상 


   싱가포르 1일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우리는  부기스 지역을 선택하였다. 부기스(Bugis)는 이슬람 문화와 쇼핑이라는 키워드가 합쳐진 흥미로운 여행지라는 책자의 소개로 선택하였다. 과거에는 항구였던 부기스는 아랍상인들이 정착하면서 자연스럽게 말레이, 이집트, 터키 등과 같은 이슬람 주변국의 전통문화가 더해져 이국적인 면모가 유지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MRT를 타고 부기스 역에서 하차하였다. 부기역 역 B번 출구에서 나오니 술탄 모스크가 보였다. 1826년에 완공된 이 사원은 말레이시아 조호르주(Johor State)의 술탄 ‘후세인 샤’가 자신의 가족과 측근, 말레이 귀족들을 위해 특별힌 지은 것이라고 했다. 우리 가족은 사원을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여행자들에게는 사원의 일부를 공개하고 있다고 한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으나 민소매나 반바지 차림이라면 사원 입구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가운을 입고 들어가면 된다고 한다. 

부기스 지역 전경 

   하지레인(Haji Lane)은 아랍 스트리트와 바로 연결되어 있다. 약 100m 남짓한 이 짧은 골목에는 유럽, 미국, 호주 등지에서 수입해 온 독특한 상품들을 콘셉트별로 설렉트해 놓은 가게들이 있다. 우리 가족들이 갔을 때 대부분의 가게들이 열기는 하였으나 술집들은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부기스 스트리스라는 쇼핑거리는 대부분 1~2만 원대 의류, 잡화, 액세서리 등을 다루고 있으며 품질보다는 저렴함이 더 우선시되는 쇼핑거리였다.

하지레인 거리이다. 

부기스 지역에서 저녁을 먹는 대신 우리 가족은 싱가포르에서 꼭 먹어보아야 한다는 ‘칠리크랩’을 저녁식사로 정했다.  리버사이드 근처의 식당에서 칠리크랩을 먹을 수 있었지만 우리 가족은 이스트 사이드 근처의 점보 체인점에서 조용히 석양을 보면서 칠리크랩을 먹어보기로 했다. 


   칠리크랩(Chilies Crab)은 매콤한 칠리소스에 부드러운 게살을 발라 먹을 수 있으며, 볶음밥에 비벼먹거나 번(중국식 빵)에 찍어먹을 수 있는 요리였다. 싱가포르에 왔으니 한 번쯤은 먹어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싱가포르의 이스트 사이드 근처의 식당가로 갔다. 

   저녁 6시쯤 도착했는데 다행히 식당 자리가 있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들어갈 수 없음을 듯했다. 6시 30분이 되니 식당의 모든 자리들이 꽉 찼다. 딸아이가 만족스럽게 먹어서 다행이었다, 솔직히 나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담백하게 찐 크랩이 그리웠다. 칠리크랩 맛이라는 체험을 마치고 가족들끼리 이스트 사이드 근처를 산책했다. 조용하고 한적한 이스트 사이드에 바닷가에 즐비하게 서있는 무역선, 선박들과 운동하는 사람, 가족들과 산책 나온 시민들이 대조적으로 보였다. 경제적인 여유와 힐링을 즐길 줄 아는 싱가포르 시민들을 보면서 단면적으로나마 싱가포르가 선진국 나라임에는 틀림없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여행노선을 바꿀 필요가 있는 부분이 있었다. 마리나 베이 지역과 멀라이언 파크는 가까운 곳이어서 오전이 1일 차 싱가포르 여행에서 여행노선을 바꿀 필요가 있는 부분이 있었다. 마리나 베이 지역과 멀라이언 파크는 가까운 곳이어서 오전이 아니면 오후에 한 번에 단일 코스로  갔으면 더욱 좋았을 듯싶었다. 그러면 어떠하리. 여행은 발길 닿는 곳으로 가는 것이지 않은가!!!. 

 아니면 오후에 단일 코스로  갔으면 더욱 좋았을 듯싶었다. 설사 잘못된 여행계획일지라도 어떠하리.. 여행은 발길 닿는 곳으로 가는 것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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