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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벨의 여행: 우여곡절의 싱가포르 여행(3일차)


   싱가포르를  내일 새벽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 한다. 싱가포르 3일차 여행을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싱가포르 인구의 50% 이상이 중국인이라고 하니 중국 이민자들이 만든 차이나타운을 놓칠 수는 없었다.  MRT를 타고 차이나타운 역 A 번 출구에서 내려 우선 파고다 & 트랭가누 스트리트를 걸어보았다. 구정이 다가와서 그런지 가게들마다 모두 빨간색으로 물들여져있다. 종이로 만든 청룡, 종이로 만든 장식품, 복이라고 쓰여있는 장식품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차이나타운의 대표적인 쇼핑 거리인 파고다 & 트렝가누 스트리트는 여행객으로 혼잡했다. 

차이나타운 거리 전경

    저렴한 기념품, 중국풍 소품, 고가구, 전통의상, 약재 등이 판매되었다. 우리 가족은 과일가게에서 파는 두리안을 맞보기로 했다. 싱가포르 대표적인 두리안 과일을 맛본 우리 가족들의 반응은 “ 이상하다. 맛이 느끼하다”였다. 스미스 스트리트는 먹자골목으로 통하는지 노천 테이블에 사람들로 붐볐다. 딸아이가 차이나타운을 너무 벗어나고 싶다고 계속 조른다. 구경거리는 많았으나 수많은 인파와 더운 날씨 탓에 차이나타운을 벗어나 우리 가족은 시원한 카페로 직행했다. 

    카페에서 다음 행선지를 의논하였다. 인디아 이민족들이 만든 리틀 인디아 빌리지도 가보았고, 이슬람인들이 만든 부기스 지역도 탐방하였고, 차이나타운도 방문해 보았으니 마지막으로 홀랜드 빌리지(Holland Village)를 가보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싱가포르에서 거주하는 서양인들이 많이 모여살고 있으며, 유럽식 노천카페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구석구석 숨어있는 곳이라고 한다. MRT를 타고 홀랜드 빌리 지역에서 나오면 바로 홀랜드 빌리지를 들어서고, 

홀랜드 빌리지 전경 

   홀랜드 로드 쇼핑센터가 눈에 띄었고, Food Republic 식당도 눈에 띄었다. 점심시간이어서 음식 공화국이라는 말처럼 많은 인파들이 모여서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Food Republic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으나 딸아이가 사람 많은 곳은 싫다고 한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숨어져 있다고 해서 홀랜드 빌리지 안으로 걸어서 들어가니 마지막 골목 끝에 [LoLa’s]라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LoLa's 식당에서 


    점원에게 남아있는 자리가 있는지 물었더니 예약제로만 사람을 받는다고 하였다. 테라스에서 먹어도 되니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하였더니 기다리라고 하였다. 30분쯤 기다리니 식당 점원이 테라스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알고 보니 싱가포르에서 맛집이었나 보다. 사람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면 모두 [LoLa’s]라고 쓰인 상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듯하다. 우리가 주문한 스파게티와 디저트를 맛보았는데 우리 집 근처의 이탈리아 레스토랑보다 못한 맛이었는데 우리 식구들의 허기를 채울만했다. 

    홀랜드 빌리지에서 점심을 먹은 후 개인적으로 딸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었다. 아시아 대학의 1위로 손꼽히는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ational University of Singapro)였다. 세계 대학 순위에서 세계 11위로 하는 대학만큼이나 학구열이 놓은 대학으로 알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MRT를 타고 Kent Ridge 역에서 내려서 대학교로 향하는 셔틀버스 타는 정류장으로 갔다. 대학교를 도는 다양한 노선의 셔틀버스가 있었다.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 않아 대학교로 들어가는 셔틀버스를 아무거나 탔다. 방학인데도 학생들이 많았다. 우리 가족은 중앙도서관에서 내렸다. 중앙도서관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대학생들은 보이지 않고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방문객들인 중고등학생들로 가득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도서관 전경 

    중앙도서관 앞에는 암벽등반 동아리 학생들이 암벽등반을 하고 있었다. 중앙도서관을 나와서 단과 대학교인 자연과학대학교, 예술대학교 정도만 돌고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Kent Ridge 역으로 향했다. 딸아이에게 학구열까지는 아니어도 세계대학의 분위기를 맞보게 하고 싶었으나 나의 욕심이었다. 

    싱가포르를 떠나기 전까지 9시간이 남았다. 우리 가족은 창이공항 가기 전에 기념품을 사거나 저녁을 해결할 목적으로 리틀 인디아 근처의 무스타파 센터(Mustafa Centre)로 향했다. 

1971년에 오픈해 현재는 직원만 1,200명이 넘는 초대형 쇼핑몰이며, 가격이 저렴하고 여행지로도 재미있는 장소라고 들었다. 센터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점원이 우리를 불러 세웠다. 여행 배낭을 메고 있었는데 점원이 배낭에 자물쇠를 잠가야 한다고 하면서 배낭 지퍼에 자물쇠를 잠갔다. 도둑들이 많다고 하면서 말이다.  쇼핑센터 들어가기 전에 도둑 취급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만큼 무스타파 센터에 사람들로 붐볐다. 카야 잼, 홍차, 초콜릿만 구입했다. 나올 때 여직원이 자물쇠를 풀어주었다. 여행이 막바지에 다다르니 여행 가지 전에 아팠었던 눈이 다시 아파지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느낀다. 건강해야 여행도 할 수 있음을 말이다. 

  여행 직전의 딸아이의 감기, 정상적이지 않은 나의 건강 상태로는 쉽지 않을 것 같은 싱가포르 여행도 창이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면서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싱가포르 여행이었다.’고 스스로 위로하였다. 


    다음 여름방학의 여행지는 어디로 가야할까? 잠깐 고민하다가 눈을 감았는데 어느새 인천공항에 도착해있었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추워서 더운 나라로 가고 싶었는데 한국에 도착하여 우리나라의 날카로운 찬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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