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시는 날' 휴일 전날에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절밥 먹으러 가자고 말이다.
부처님 오시는 날에 절밥이라니..
‘ 절밥? 내가 그냥 맛있는 한정식 사줄게’
‘ 아니 난 절밥 먹고 싶어’
친구의 문자에 나는 조금 주저했다.
시주도 하지 않은 내가 절밥을 먹는다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교회 다니는 내가
절에 가서 공짜 밥을 먹는다는 것도 허락이 되지 않아서 망설였다.
하지만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에게 분명히 절밥이 먹고 싶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함께 동행하기로 했다.
부처님 오시는 날에 비가 내렸다.
친구와 만나기로 한 절 앞에는 인산인해였다.
처음 알았다. 오십 평생에. 부처님 오시는 날에 절밥과 떡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이렇게 몰려온다는 것을..
친구는 매년 부처님 오시는 날에 어머니와 절에 가서 절밥과 떡을 먹는다고 했다.
올해는 어머니가 잘 거동을 못하시기도 하고 시골에 내려가지 못해서 올해 부처님 오시는 날
에는 나와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40분 넘게 기다렸다가 친구가 받아온 절밥은 비빔밥이었다.
나는 점심을 먹고 와서 먹지는 않았다. 맛있냐는 질문에 친구는
‘배고프니깐 맛있다.’고 했다.
친구가 절밥을 먹고 싶은 이유는 아무도 어머니에 대한 향수 때문인 것 같았다.
친구는 부처님 오시는 날이면 고향 근처의 절에 가서 매년 어머니와 절밥인 비빔밥을 먹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부처님 오시는 날에 친구에게 절에 가서 절밥을 먹자고 하면 짜증을 내며 어머니의 뒤를 따라갔었는데
이제는 ‘부처님 오시는 날’만 되면 절밥이 그리워진다고 한다.
친구가 맛있게 절밥 먹는 것만 보아도 배가 불렀다.
절밥 먹은 후에 비 오는 날 산책길을 걸어서 도란도란 둘만의 대화가 빗소리의 리듬에 맞추어져서 다정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친구 덕분에 '부처님 오시는 날'에 특별하게 먹을 수 있는 절밥과 떡에 대해 알았고, 친구 덕분에
비 오는 날 빗소리 맞으며 오랜만에 호젓한 시간을 보냈다. 고맙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