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 퍼펙트 데이즈' 영화를 보았다. 글을 올려야지 올려야지 하면서도 삶에 허덕이다가 이제야
글을 써본다. 친구가 보자고 선택한 영화는 ‘하이재킹’ , 나는 오랜만에 조용한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해서 고른 영화는 ‘퍼펙트 데이즈’였다. 내가 이겼다. 우리는 나란히 10명가량의 관객과 함께 ‘퍼펙트 데이즈’를 보았다.
영화시작하고 10분 이상 거의 대사가 없이 주인공 '히라야마' 일상의 루틴을 보여주고 있다.
팀 벤더스 감독이 일본 영화를 만든 배경이 궁금했다. 팀 벤더스 감독이 야쿠쇼 코지 배우를 좋아해서 선택했다고 하는 설도 있고 일본이 도쿄에 만든 화장실을 세계에 광고하고 싶어서 만든 영화라는 말도 있는데 2023년 야쿠쇼 코지는 이 영화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퍼펙트 데이즈감독빔 벤더스출연야쿠쇼 코지개봉2024.07.03.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화장실 청소부인 ‘히라야마’는 혼자 살고 있는 50대 남자이다.
하루의 시작은 새벽 골목길을 빗질하는 할머니의 청소하는 비질 소리를 들으면서 눈을 뜬다. 이부자리 정리, 간단하게 세수를 끝낸 후 창가에 놓아둔 자신만의 화분에 물을 성스럽게 준 후, 노동복으로 갈아잆은 후 새벽바람을 맞으며 집을 나온다. 집 앞에 있는 벤딩머신에서 커피를 사가지고 온다. 출근을 위해 차를 타면서 출발 전에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카세트테이프를 꺼내서 음악을 듣기 위해 테이프를 넣는다. 처음 출근 때 테이프에서 흘러나온 “ House of the Rising Sun’ (The animals) 은 시부야의 도시 건물들에 걸쳐진 떠오르는 태양만큼이나 강렬했다. 화장실 청소를 정성스럽게 한다. 젊은 동료가 대충 하라는 말에도 말없이 웃기만 한다. 히라야마의 점심 식사 장소는 일본의 산사이며, 스님과 인사하고 벤치에 앉아서 조용히 빵과 우유를 먹는다. 카메라를 꺼내서 나무들 사이에 비추는 나뭇잎들, 하늘 등 자연을 찍기 시작한다.
퇴근 후 히라야마의 삶의 루틴은 동네 목욕탕에 가서 초로의 할아버지들과 목욕을 하고 목욕탕에서 말없이 목욕을 마친 할아버지들과 눈인사를 한다. 저녁식사는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좀 떨어진 식당가에 가서 하이볼을 마시며 식사를 한다. 집에 돌아온 히라야마는 잠들기 전까지 책을 읽는다. 책을 덮고 자신이 만난 사람들을 회상하며 꿈속에서 그들과 마주하며 잠을 청한다.
히라야마는 주말을 다음과 같이 보낸다. 1주일 동안 일한 유니폼과 옷들을 세탁하기 위해 코인세탁방에 간다. 옷들이 세탁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중고 서점에 들러서 읽고 싶은 책을 산다. 책방 주인은 히라야마가 사는 책들의 작가에 대해 설명해 준다. 히라야마는 웃기만 한다. 1주일 동안 찍은 필름을 들고 사진관에 가서 현상한 사진을 찾는다. 1주일 동안 수고로운 자신을 위한 만찬을 즐기기 위해 몇 년 동안 단골인 식당을 향한다. 중년의 여주인이 술과 음식을 판다. 그리고 구슬픈 노래를 선사해 주는 장소는 히라야마에게 안식의 공간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히라야마의 일상의 루틴에서 갑자기 들어오는 인물들이 있다. 동료의 여자친구의 갑작스러운 볼뽀뽀, 그날 히라야마는 목욕탕에서 웃음을 지으며, 집에서 책을 읽으며,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퍼펙트 데이즈’ 팝송을 듣는다. 히라야마가 행복해 보였다. 가출한 조카로 인해 히라야마는 자신의 방을 내어주고, 조카와 함께 일터로 향한다.
조카는 이야기한다. 삼촌을 자신의 집에서는 별종이며,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고. 히라야마는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묻는 조카에게 ‘나중은 나중, 지금은 지금’이라는 단어를 반복한다. 여동생에게 전화한 히라야마는 오랜만에 여동생을 만난 것 같다. ” 정말 화장실 청소를 하냐?‘고 묻는 여동생의 말에 히라야마는 고개를 끄덕인다.
일상에 끼어든 조카가 떠나고 히라야마의 일상은 변함이 없다. 화장실 틈새에 누군가 끼어놓은 빙고게임 종이에 X 표시를 하며 즐거워하는 히라야마, 공원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춤과 세상에서 사는 노인과의 눈 맞춤, 자주 가는 단골 식당의 여주인의 전 남편과의 만남. 죽을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던 식당 여주인의 전 남편은 이혼한 전 부인을 만나고 싶어서 식당에 들렀다고 한다. 달에 비춘 사람의 그림자가 겹쳐지면 그림자가 더 어두워질까? 하는 질문에 히라야마는 그러면 직접 확인해 보자면서 그림자를 만들어 보이며, 그림자놀이를 하는 두 중년의 남성의 몸짓이 서글펐다.
히라야마의 일상은 다시 계속된다. 동네 할머니의 정소질 하는 빗질 소리에 잠이 깨고, 산사에서 캐온 작은 묘목들에게 물을 주며, 벤딩 머신에서 커피음료를 빼마시며, 시부야의 떠오르는 태양을 맞으며, 자신의 좋아하는 팝송을 들으며 일터로 향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히라야마는 뭔지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이면서 눈물을 참으려고 하는 얼굴 표정에 수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어 한다.
마지막 장면의 히라야마 얼굴에 비친 눈물은 행복해서 흘리는 것일까?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한 고뇌의 표현일까? 감독이 우리에게 던진 관중들의 각각의 몫일 것이다.
나에게 퍼펙트 데이즈는 어떤 날일까? 히라야마처럼 일상의 루틴에서 평안하고, 잔잔한 날들일까? 다양한 일들과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들과 일들을 겪은 날들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보상하는 날일까?
산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적은 중년의 나에게는 히라야마 같은 잔잔하고 평온하며, 삶의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즐길 줄 알는 날이 퍼펙트 데이즈가 아닐까 싶다.
내일은 월요일이다. 오전부터 벌써 마음이 답답해져오는 것은 왜일까? 히라야마같은 중년의 조용한 웃음, 여유로움과 침묵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싶다. 나의 수컷에게 퍼펙트 데이즈의 히라야마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바로 나에게 팩트를 날린다.
“ 나이 들어서 화장실 청소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냐? 몸이 힘들어서 아마도 너는 하루도 못 버틸 거다. 퍼펙트 데이즈를 만들려면 체력부터 길러야 할걸. 운동 좀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