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삼밥의 고장, 남해


추석에 시댁이나 친정에 찾아뵐 분이 없는 나는 명절에 방황하곤 한다.

이번 명절에는 어디로 갈까나?

어디 여행 다녀오면 잘 다녀왔다고 소문날까?

올해 추석에는 남해로 정했다. 1박 2일 코스로 내편과 함께하기로 남해를 선택한 이유는

딱히 없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접하게 된 멸치쌈밥이라는 단어에 꽂혀서이다.

도대체 멸치쌈밥은 어떤 맛일까?. 멸치를 회로 쌈 싸 먹는 것일까?


AI에 물어보면 바로 답해주겠지만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멸치쌈밥에 대한 어떤 맛이 날까 하면서 기대에 부풀어서 편도 7시간의 남해여행을 시작하였다.

시작부터 내편과 삐꺽 거렸다. 명절 때는 움직이는 것 아니다. 명절 때는 사람들이 많아서 집에서 노는 것이 최고다. 왜 길에다가 중요한 시간을 허비하냐? 새로 나온 게임 레벨업 해야 하는데

너 때문에 못하게 되었다 등등. 이럴 줄 알았으며 혼자 여행 떠나도 좋았으련만..

남해 가는 길 내내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도로는 막히고 비는 오고..

갑자기 ‘괜히 여행 왔나’ 후회가 밀려왔다.


오후 3시가 돼서야 현지에서 유명하다는 멸치쌈밥집에 들어갔다.

친절한 20대로 보이는 부부가 우리들을 맞아준다. 늦은 오후여서 두 테이블만 사람들이 멸치쌈밥을 먹고 있다.

멸치쌈밥, 한상

우리가 주문한 것은 멸치쌈밥 한상이었다.


매운탕 맛난 멸치탕이 나왔다. 멸치가 크다. 죽방멸치라고 한다. 죽방멸치는 대나무로 만든 부채골 모양의 말뚝을 통해 생산되는 멸치로, 남해군의 특산물이다. 일반 멸치처럼 그물로 잡지 않고 남해안의 청정해역의 빠른 유속에 의해 멸치들이 죽방렴 안으로 들어가서 비늘이나 물체 손상 없이 건져 올리수 있다.

고영양 플랑크톤이 서식하는 남해안에서 자라 육질이 단단하고 기름기가 적어 비린내가 나지 않는 고급멸치다. 7cm짜리 암놈과 은빛이 영롱하게 감도는 멸치가 죽방멸치의 매력이라고 한다. 죽방멸치를 건져 오르기 위해 어부들은 바다 한가운데 설치된 불통에서 육지 건조장까지 옮기는데 멸치에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적은 양을 자주 옮기는 수고로 음을 마다하지 않는다.


7cm 까지는 아니지만 대어 같은 멸치에 뼈를 발라서 상추가 깻잎에 싸서 쌈장과 함께 먹는 것이 멸치쌈밥의 정체였다. 고추장과 고춧가루에 죽방멸치를 넣어 끊이고 맛 낸 국물도 좋았다.

멸치한상에는 멸치회와 멸치튀김도 한상에 나왔다.

멸치의 비린내가 없어서 맛이 깔끔했다. 멸치회에 비린내가 없고, 튀김도 추어튀김과 다른 색다른 맛이 났다. 멸치쌈밥으로 두둑하게 채운 배로 우리는 독일마을로 향했다.

독일마을에서 맥주축제(옥토버페스트)가 안타깝게도 어제 마쳤다고 한다. 마을 전체에 맥주 냄새로 진동하는 것 같았다.


1960년대에서 70년대에 독일로 파견되었던 광부와 간호사 등교포들이 귀국 후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든 마을답게 독일식 목조주택과 파스텔톤벽과 붉은 지붕은 유럽에 잠깐 와있는 듯하다.


남해 독일마을 전경과 거리

여행객이 많다. 가죽공예방, 독일식 빵집, 초콜릿집, 맥주판매점, 독일식 전통 소시지 가게, 아름다운 카페 등이 즐비하게 서있다. 독일마을에서 꼭 한 번은 먹어봐야 하는다는 맥주 네 병을 사가지고 왔는데 남편이 맛이 없을 것 같다고 한다. 독일마을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가는 길에 미국마을도 있었다. 자유의 여신상이 슬퍼 보이는 미국마을이었다. 미국마을의 전통은 햄버거일까 혼잣말로 이야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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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근처에 숙소를 얻어서 하룻밤 묵었다. 30년 전만 해도 아무도 방문하지 않았을 바닷가 어촌마을에 꽤나 많은 펜션과 카페가 즐비하게 서있어서 이 마을사람들의 밤벌이가 되고 있다.

이른 아침식으로 어제 독일마을에서 사 온 호밀빵과 커피로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다랭이 논이 있는 다랭이 마을로 향했다.

다랭이 마을 가는 길이 아름답다. 남해의 해안도로의 풍경이 고즈넉하고 아름답다.

다랭이 마을, 남해
20251006_082744.jpg?type=w773 다랭이 마을 가는 길에 만난 꽃. 이름을 모른다. 그래도 예쁘다.

다랭이 마을의 정식명칭은 남해가천 다랭이마을이라고 한다. ‘다랭이’는 산비탈에 층층이 만들어진 계단식 논을 뜻한다. 계단식 논이 펼쳐진 마을로 약 108개의 계단식 논이 바다를 향해 층층이 이어져있다. 남해바다의 색깔과 노랗게 물든 벼이삭이 색깔이 어우러져있다. 다랭이 마을의 홍보물 사진에 모두 외국인들이 쟁이질 하거나 다랭이 마을 체험을 하는 사진으로 되어있다. 홍보사진을 다랭이 마을 사람들이 하면 어떨까 싶다는 비판적 사고를 해본다.


다랭이 마을에 가천 암수바위가 마을 앞바다에 서있다.

남근, 여근 모양의 바위로 자손 번창을 기원하는 전설이 전해진다고 한다.

다랭이 마을의 바다내음과 흙내음을 맡으면 돌담길을 걷는 나의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비탈길로 이루어진 다랭이 마을을 걸으려면 체력을 조금 길러야겠구나 싶다.

다랭이 마을을 끝으로 짧은 남해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향한다.

차 안에서 남편과 나는 얼마나 말다툼을 할까 싶다가도 남편의 좋은 점과 싫은 점을 나열해 보니

그래도 남편의 좋은 점이 평균이상이면 함께 살만하다고 나 자신을 위로한다.

내일부터 나의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뜨는 단어가 ‘황혼이혼’ ‘ 부부들이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

‘졸혼’이라는 단어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라남도와 이웃하고 있는 경상남도 남해의 맛은 젓갈이 섞어져 있기도 하고 전라도의 맛과 유사한 맛의 여운, 남해의 바닷가로 즐비하게 만들어진 해안로와 산 위에 걸친 구름의 운치, 친절함이 몸에 밴 남해 사람들. 한번 더 방문하고 싶은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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