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비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왜 이런 질문을 하셔요? '라고 반문하면서도 IF의 가정문의 황당한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이렇다.

나는 2012년도에 방영된 ‘사랑비’라는 드라마에서 등장한 1970년대 김윤희와 서인하 같은 가슴 떨리고 가슴 저미는 사랑을 한번 하고 싶다고. 이런 말을 하면 현재 나와 같이 살고 있는 남편은 화낼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나와 같이 동행하는 남자는 사랑보다는 우정과 의리에 의해 맺어진 관계여서 이해할 거라고 생각한다.


스무 살 시절에는 무조건 앞자리 '2'라는 숫자가 빨리 지나가기를 열망했다. 20대가 지나면 내가 가지고 있었던 고민들, 아픔도 없어지고 내가 사랑했던 가족들의 죽음과 슬픔이 지나갈 거라고 나의 고통이 끝날거라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도 없었고 다가오는 누군가로부터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5호선으로 갈아탄 나이가 되어보니, 나는 길거리에서 젊은 남녀가 서로 포옹하고 뽀뽀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어떤 이는 공공장소에서 뭐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풋풋한 사랑하는 모습에 나는 '가슴 떨리겠구나, 살아있는 느낌이겠구나, 행복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요즈음 젊은 세대를 일본 젊은이들의 '사토리 세대'와 비슷한 의미의 'N'세대라고 한다. 사토리 세대의 의미는 자신들에게 원래 욕망이 없어서 불행도 없다고 하는 세대라는 뜻이라고 한다. 일본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포기하는 세대가 된 것은 사회 시스템에 의한 무소유를 강요당하는 세대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젊은이들에게 사랑비의 노래 가사에 나오는 두 단어를 가져보라고 하고 싶다. " 살랑살랑", " 두근두근"이라는 단어를 ..


비 오는 저녁 그녀 모습 보았죠. 오래전부터 보고 싶던 그녀를

우산이 없는 그녀에게 말했죠. 내 우산 속으로 그대 들어오세요.

살랑 살랑살랑 들려오는 빗소리

두근두근 두근두근 떨려오는 내 가슴

살랑 살랑살랑 두근두근 두근

우산 소리 빗소리 내 가슴소리

사랑비가 내려오네요.

(사랑비 드라마의 OST 가사)


노래 가사처럼 '살랑살랑', '두근두근'이라는 단어들이 인생의 중반에 와있는 나에게는 너무도 느끼고 싶은 것들임에 틀림없다. 중년의 나이에는 사랑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가슴에서 건강상의 문제로 오는 살랑살랑 과 두근두근함이 아닌 감정의 속삭임을 느끼고 메마르고 얼어버린 가슴을 깨고 살랑살랑 바람이 불었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헤벨의 단상, with 독서(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