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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벨의 특별한 모험: 어반 스케치에 대해 알다


     이번 주  수요일 오후에  ‘내 여행을 특별하게 바꿔줄 어반 스케치 ’라는 강좌를 청강했다.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로 몸이 축 처진다. 그래서 퇴근 후에 댄스를 배우러 다닌 다느니, 제2 외국어를 배우러 다닌다느니, 지인과 한잔한다느니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아.. 저런 체력이 어디에서 나실까. 부럽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생리학적인 청춘이 아니기에 나의 무력감은 당연한 것일 거라고 취부 하면서도 내가 너무 집과 직장으로만 한정되는 삶의 동선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에서 올해 큰맘 먹고 시작한 일이  ‘도서관 서포터스 ’의 봉사활동 일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지역 문화 재단에서 운영하는 도서관 프로그램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카드 뉴스를 작성하는 일이다. 한 달에 한 번이라서 시작했는데 저질스러운 체력 덕분에 그 한 번도 주중에 잡힌 일정이면 부담이 되었다. 

    6월에는 수요일 저녁 19:00~21:00시까지 잡혀 있는 ‘어반 스케치’ 강좌를 청강해서 기사화해야 하는 일은  나의 일상의 깨트려야 하는 모험이었다. 직장을 마치고 하품을 하면서 18:40분에 도서관 문화교실에 들어갔다. 3분 정도의 수강생들과 강사 선생님이 계셨다. 인사드리고 뒷자리에 앉아있으니 19:00 시간이 되니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도착했다. 30대부터 50대까지 골고루 분포된 학생들이다. 수업이 시작되었고, 강사님의 소개를 하셨는데 화려하셨다. ‘세상에 이런 일도’에도 출현하신 이력을 가지고 계신 분이셨다. 


   ‘어반 스케치’에 대해서 나는 솔직히  처음 들었다.  나라는 인간이 몇 년 동안  문화생활과 너무 거리를 두고 살아왔나 보다.  미술 분야로 무지했다.  어반이 영어로 Urban 이 맞나? 싶었다. 도시의, 도심의 뜻을 가지고 있는 도시를 그리는 스케치 인가? 싶었는데  도시의 일상, 도시풍경과 자신의 일상을 그리는 것이라고 하셨다. 

강사분이 학생들에게 ‘ 나는 왜 그림을 배우러 왔지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들이 다양했다. 

자기계발, 그냥 배우고 싶어서, 아름다운 장면, 세세하게 담아두고 싶어서, 여자친구랑 함께 배우기로 했는데 여자친구는 신청을 안 해서, 옛날부터 그림 그리는데 갈증이 있어서, 단순한 호기심 등등 


답이 다양했다. 

강사님이 스케치를 하는데 ’ 나만의 주제를 가지고 여행 드로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어반 스케치라는 단어가 매력적이었다. 나에게. 나도 여행도 좋아하고, 한때는 미술도 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호기심이 생기는 수업이었다. 

어떤 결과물이 나오더라도 나만의 기록이 되는 드로잉 작업을 완성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강사분께서는 설명해 주신  어반 스케치와 여행 드로잉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여행 드로잉은 여행지의 사진을 찍어와서 펜으로 그림을 그려도 되지만, 어반 스케치는 꼭 여행지 현장, 자신이 있는 현지에서 그리는 펜 그림이라야 어반 스케치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어반 스케치를 할 거면! 지켜야 할 서로의 약속 8가지 

1. 우리는 실내 외의 현장에서 직접 보고 그린다. 

2. 우리의 드로잉은 여행지나, 살고 있는 장소, 주변의 이야기를 담는다. 

3. 우리의 드로잉은 시간과 장소의 기록이다. 

4. 우리가 본 장면을 진실하게 그린다. 

5. 우리는 어떤 재료라도 사용하며 각자의 개성을 소중히 여긴다. 

6. 우리는 서로 격려하며 함께 그린다. 

7. 우리는 온라인에서 그림을 공유한다. 

8. 우리는 한 번에 한 장씩 그리며 세상을 보여준다.

   

   8가지 규칙이 너무 맘에 든다.  특히 강사님이 강조한 규칙은  ' 서로 격려하며 함께 그린다'였다. 절대 다른 사람의 그림을 보고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하시면서 ‘초등학생들’만 조심하면 된다고 하셨다. 

초등학생들은 정직해서 ‘ 저 지붕 색깔이 틀려요!, 왜 이렇게 못 그려요” 한다는 것이다. 


    어반 스케치를 배우는 사람들은 우선 다른 사람들의 그림에 대해서 평가하지 않고 서로 격려하며 함께 그린다고 하셨다.  헤벨은 우리 인생도 누군가의 삶을 평가하기보다 서로 격려하면 함께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생각했다.   첫 시간이어서 어반 스케치는 아니고 수강생들의 펜 드로잉 기법을 가르쳐 주시기 위해  사진 한 장을 주시면서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셨다. 


나도 열심히 그려보았다.  수강생들의 작품을 서로 보면서 격려하는 시간도 가졌다. 모두들 처음 시작한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그리셨다. 그리고 강사님이 어록에 실릴만한 말씀을 하셨다. 


“ 그림은 평가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다. ” 

   펜 드로잉에서 주의할 점! 처음 시작과 끝이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마감 처리가 완벽하게 되는 게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 펜드로잉은 무한반복 연습뿐이 없다는 말씀을 끝으로 다음 시간의 과제도 내주셨다. “ 카페에서 커피잔과 간식류( 빵, 샌드위치) 한 장 이상 그려오기 " 


나의 첫 펜드로잉은 아래와 같다. 잔선이 너무 많다. 선은 한 번에 그어져야 하는데 잔선이 너무 많다. 

헤벨이 처음 그려본 펜 드로잉(어반 스케치에는 날짜와 저자 서명이 필수) 

 

    직장 후에 취미활동과 자기개발을 하시는 분들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하품하면서 들어간 ' 어반 스케치 수업'에서 말로 표현 못 할 ' 무엇인가 그리고 싶다는' 욕구를 품고 나왔다.

 나를 아는 누군가에게  나의 어반 스케치를 종종 선보이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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