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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벨의 여행: 그리스 여행기(2탄)

    산토리니 섬으로 향하는 블루스타 페리호는 오후 9시에 출발하였다. 페리 호 안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 배낭족 및 여행객 들로 인산인해였다. 배멀리까지는 아니어도 속이 약간 울렁거려 페리의 간판대에 서서 깜깜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헤벨의 고도 찾기’를 위한 인내의 시간을 견디었다. 

   저녁 9시에 출발한 페리호가 어떤 섬의 선착장에 도착했다.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내렸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20분이었다. 드디어 산토리니 섬에 도착했구나 부푼 마음을 안고 배에서 내렸다. 약간 어두컴컴하였지만 지중해 바다와 별이 만나서 환한 불빛을 만들고 있었다. 


    어디에서 묵어야 하나? 숙소부터 해결해야 했다. 다른 여행객들은 묵을 숙소를 미리 예약했는지 씩씩하게 섬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선착장 앞에는 몇 명의 그리스 젊은 남성들이 숙소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2명 정도 나에게  다가와서 어디 묵을 곳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헤벨은 묵을 곳이 있다고 했다. 아무튼 섬 안쪽으로 들어가면 숙소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때,  70대 할아버지가 나에게 오셔서 아테네로 공부하러 간 아들이 온다길래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 오는 것 같다면서 혹시 묵을 곳 없으면 자기 집으로 가자고 했다. 헤벨은 할아버지라서 안심도 되었고, 직접적이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 할아버지가 믿음이 갔다. 숙소 가격을 서로 조율하고 할아버지를 따라갔다. 


할아버지에게 이 섬이 산토리니 섬이 맞냐고 물어보았다.  할아버지는 ” No, This is Baros“ 라고 하셨다. 

   선착장 여직원에게 몇 번이나 산토리니 섬으로 가는 표 달라고 이야기했는데 여직원이 나에게 그리스 어로 뭐라고 했는데 명확하게 알아듣지 못했다. 아마도 산토리니 섬을 가기 위해서는 섬 하나를 거쳐야 한다는 말을 할아버지를 만나고 나서야 이해했다.  할아버지가 내일 아침에 산토리니 가는 페리가 오니 그것을 타면 된다고 하셨다. 

   할아버지의 펜션에 도착하고 보니 외국인 여행객이 몇 명 있었다. 할아버지가 아테네에서 오는 자식을 기다린다는 말은 ‘뻥’ 이었던 것 같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여행객을 상대로 펜션을 운영하고 계시는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작은 섬이 눈에 들어왔다. 지중해 바닷가의 색깔이 푸른색과 파란색을 섞어 놓은 것 같았다. 짧게 섬을 산책하고 들어오니 할머니가 부엌에서 빵을 굽고 계셨다. 집에서 직접 구운 빵을 먹을 생각이 하니 배에서 난리가 났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된 식사를 아테네 식당 사건 이후로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다. 할머니가 직접 구운 빵, 소시지, 프라이 등 간단한 모닝 식사가 나왔다. 


나는 식사를 마친 접시들을 들고 부엌의 개수대에 가져다 놓으려고 부엌으로 무심결에 들어갔다. 

할머니가 부엌에 들어온 나를 보더니 갑자기 화를 내시기 시작하셨다. 그리스어로 말씀하셨는데 

대충 ‘ 왜 들어왔냐? 빨리 나가라! , 기분 나쁘다!”라는 내용으로 촉이 왔다.  할머니의 행동은 동양인이 

부엌에 들어온 것을 무척이나 기분 나빠하시는 것처럼 보였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인 차이를 느끼는 순간이었으며  나의 호의적인 행동은 그리스 할머니에게는 무례한 행동이 되었음을 알았다.  더욱이, 문화적인 차이를 넘어서 할머니는 " 그냥 동양인 여자가 자신의 부엌에 들어오는 것" 이 싫은 눈치였다.  백인 여성이 호의적으로 자신이 먹은 접시를 들고 그 할머니 부엌에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그때도 나에게 보였던 행동을 하셨을까? 싶었다. 


할머니는 영어를 잘 못하시고 해서 할아버지에게 할머니가 오해하시는 것 같다. 나는 내가 먹은 접시를 놓고 오려고 했고, 도와드리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할아버지의 단 한마디는 “ The Kithcen is her space! ‘였다. 맞는 말이다. 나도 나의 공간을 허락 없이 누가 들어오는 것은 기분 나쁜 일임에 틀림없다.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되었다. 

   무서운 그리스 할머니를 뒤로하고 나는 선착장으로 가서 산토리니 섬으로 가는 페리호를 탔다. 페리호는 산토리니 섬을 가지 전에 이오스 섬을 들렀다. 이오스 섬은 화산 섬 같았다. 그리스에는 1,400개의 섬을 가지고 있는 만큼 매력적인 섬들이 즐비해 보였고 그리스의 유명한 섬이 아니더라도 이오스 섬처럼 조용하게 힐링의 장소가 되는 섬들이 있어 보였다.  이오스 섬의 바닷가에서는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파도 끝이 햇빛과 부딪히면서 흩어지는 가운데 무지개색이 만들어졌다. 하늘이 아닌 바닷가에서 무지개를 볼 수 있다니 


    드디어 산토리니 섬에 도착했다. 화산 같은 지형 위에 놓인 산토리니 섬은 멀리서 봐도 장관을 이루었다. 아름다운 섬이었다. 산토리니 섬에 도착한 나는 black  beach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산토리니 섬은 다음날 돌아보기로 하고, 혼자 바닷가를 걸으려고 나왔는데 마을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음악회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잔치라고 해야 하나? 그리스 여행 간 시즌이 그리스 연휴였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부추키라는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악사들의 음악에 맞추어 손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할머니를 따라나온 소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리스 산토리니 마을 축제 장면 

                                           [ 그리스 마을 축제에서 만난 소녀]


   그다음 날 지중해 아침식사를 마치고 블랙 비치 해안가로 갔다. 파라솔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누워서 조용히 그리스의 하늘과 검은 색깔의 모래사장을 보면서 몇 안 되는 수영하는 외국인들의 여유로움이 나에게 전이되고 있었다.  호젓한 지중해 바다의 여유로움을 한국에 가져갈 수 있을까? 어디에 담아 가면 될까? 고민하고 있던 참에 그리스 중년 남자분이 나에게 다가왔다. 파라솔 이용료를 내라는 거였다. 파라솔 주인이라고 하는 분이 부르는 이용료가 터무니없이 비쌌다. 가격을 조금 깎으려고 하니 안된다는 것이었다. 20개 남짓한 파라솔에 이용되고 있는 파라솔은 3~4개였다. 가격 흥정을 했는데 그리스 남자분 참으로 불친절했다. 

   그리스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그리스 도착 첫날부터 게스트 하우스 주인아저씨, 식당 웨이터의 무례한 행동,  선착장의 표 끊어주는 아주머니, 바로스 섬의 펜션 할머니 그리고 파라솔 주인아저씨 등 내가 만났던 그리스 분들의 얼굴들에서는 서양의 로마 문화와 함께 아테네, 스파르타 등의 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우고, 알렉산드로 대왕을 선두로 한  헬레니즘 문화를 이룩했던 후손들의 여유로움과 포용력을 얼굴에서 읽을 수가 없었다. 

                                             그리스에서 아침식사


                                                     산토리니 섬 


   미시적으로 몇 명의 그리스인들의 만남이 거시적인 그리스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2007년 헤벨이 방문했던 그리스는 아름다운 경치와 풍요로운 유산을 물려받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헤벨이 느꼈던 몇몇 그리스인의 불친절함과 동양인을 차별하는 듯한 불편한 시선 속에서 그리스의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며칠 머무른 그리스의 이미지와 판단은  헤벨의 그저 감정의 판단이었을 것이다.

교과서에서 만났던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들을 배출했던 나라가 아니던가. 산토리니의 하얀 집들과 파란 지붕이 있는 동화 같은 집들도 구경하고 포카리스웨트는 아니고 그리스 커피 한잔 마시며 여유라는 것을 잠깐 느꼈던 것 같다. 


   그리스에서의 충만한 여행에 대한 만족감보다는 씁쓸한 그리스인들의 얼굴을 뒤로하고 이집트 여행을 위해 카이로 공항으로 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좋은 이미지만을 주지 않았던 그리스가 그 다음 해 2008년 금융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을 신청했다. 


    하지만 헤벨은 개인적으로 그리스는 신혼여행지로는 좋은 여행 장소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중해의 풍요로운 먹거리, 호젓한 지중해 바닷가, 수많은 그리스 섬중에서 한개를 골라 둘만의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거나  그리스와 로마 문화 유적지 등을 느끼고 싶다면 말이다. 

   헤벨은 언젠가는 딸아이와 함께 1,400개의 그리스 섬 중에서 알려지지 않은 섬 투어를 해볼 예정이다. 

금융위기를 곧 마칠 예정인 그리스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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