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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벨의 단상: 적절한 침묵, 경청 그리고 질문

  말 그릇(김윤나 저)에 나온 말을 인용하면  


" 나이 든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너무 많은 말을 해서 듣는 이를 피곤하게 하는 것부터 피해야 한다. 늙어가면서 자기도 모르게 저지르는 잘못 중에서는 말하기를 지나치게 밝히는 것도 포함된다. 젊은 사람들 앞일 수록 조심성을 잃지 말아야 하며, 그 조심성은 존중의 수준으로까지 격상될 필요가 있다. 나이 든 사람의 입에서 나온 과격하거나 불경스러운 말 한마디는 반듯한 사고를 갖춘 젊은이의 빈축을 살 뿐이다. "

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말을 조심해야 하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직장에서 업무를 추진하다 보면 직장 후배에게 뜻하지 않게 조언 혹은  잔소리를 하게 된다. 


                           [ 말 그릇] (저자: 김윤나, 출판: 카시오페아, 발매2017.09.22.)

    

   월 초에 세운 1년의 사업 계획들 중에서 이때쯤이면 후배 동료의 업무들 중에서 후배가 꼭 추진해야 하는 사업 계획서의 결재가 올라오지 않는다.  아무리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다. 

    더 이상 기다리면 안 될 것 같아 먼저 후배에게 추진해야 하는 사업, 시기, 계획 및 업무 추진 일정 등에 대해 물어본다.  한번 물어본 후에는 후배 동료를 믿고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일의 진척이 전혀 없다.  그래도 참고 기다린다. 일하는 사람의 스타일이 있으니 참고 기다린다. 기다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질문하고 추진 과정이 어떻게 진척되는지 ' 질문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말을 하지 않고  기다리는 헤벨의 마음은 어떤 때는 숯 덩어리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의 성격도 한몫한다. 성격이 급하고 일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고 추진하는 성격이지만 어떤 후배 동료는 성격이 느긋하다. 그러면 일하는 속도와 스타일이 달라서 업무 추진에 있어 서로 조율해야 한다. 


     헤벨도 직장 후배들에게는 직장 상사의 입장으로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잔소리 꾼‘ , ’꼰대‘라고 취급받을까 봐서 후배에게 말을 삼가고  최대한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는다. 하지만 후배에게 업무적으로 '조언'(상황에 따라서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 경우는 일이 펑크가 나는 경우도 간혹 있으며, 업무 추진에서  중요한 과정이 빠지는 경우도 있다. 후배에게 일에 대해 말을 꺼내는 시기, 싯점, 말의 강도 등에 대해 치고 빠지는 게 쉽지 않다.

   헤벨은 직급이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중간층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헤벨도 직장 상사와 일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월초 계획에도 없는 교육사업을 갑자기 세워서 추진하라고 하면 헤벨은 어떤 사업이든지 사업의 목적성과 향후 몇 년 이상 사업의 타당성, 결과 및  법적인 문제 등을 알아보고 추진하는 성격이다. 윗분은 무조건 빨리하라고 한다. 그럴 경우에는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는 나의 방식과 윗분의 빨리 성과를 냈으면 하는 성격과 맞지 않는다. 윗상사에게 일을 빨리 추진하지 않고 결과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무시당하기도 한다. 

   그래도 헤벨은  고집한다. " 목적성이 결여되고 단순한 성과 업적주의에 따른 사업은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하고 큰 규모의  새로운 사업과 정책을 실시하기 전에는 충분한 백데이터, 설문, 포럼, 연구 기반 등의 민주적이고  성찰하는 과정을 기반으로 해서 추진되어야 한다."라고 말이다. 


     직장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역지사지[易地思之] 라는 말을 쉽게 내뱉는다.  역지사지라는 뜻은 남과 처지를 바꾸어보거나 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 봐야 한다는 뜻이다.  역지사지라는 말을 쉽게들 이야기하지만 실제적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과 처지를 생각하고 되어보려고 하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헤벨은 역지사지[易地思之] 보다는 역지심지(易地心之)를 주장한다. 


   생각만 하지말고  다른 사람의 마음이 되어보는 것이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진정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이 되어보는 것이다.  역지심지[易地心之]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이 되어보지 않으면 온전히 그 사람의 입장을 알 수 없을지라도  한 번쯤은 ' 내가 이렇게 행동하고 말하면 타인의 마음이 어떨까? ' 한 번은 고민해 보게 될것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대해 단순히 생각만 하지 말고  마음이 되어보는 것이다. 

   헤벨은 역지심지[易地心之] 의 실천을 위해 우선은 ’말을 삼가야 하고, 조심해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말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을 삼가야 한다. 윗분의 생각 없이 무심히 내뱉은 말로 인해 헤벨도 종종 마음의 상처를 받기에 나 또한 후배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도록 말을 삼가하고 조심하려고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내가 내뱉는 말들이 숙성되고 풍미를 갖춘 된장의 맛이 되도록 말을 삼가야겠다‘ . 말을 잘 못하고, 말 스킬도 부족하며 투박한 말투를 가진 헤벨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헤벨에게  적절한 순간에 침묵하고 경청하고 질문하는 연습은 나이 들수록, 죽는 날까지 단련시켜야 하는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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