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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벨의 여행: 그리스 여행기(1탄)


   벌써 16년 전에 다녀왔던 그리스 여행 기록지를 보고 글을 쓴다.  25일 정도의 일정을 잡고 터키, 그리스, 이집트 지중해 배낭여행을 갔었다.  여자 혼자  배낭여행을 갔었던 헤벨도 한때는 통이 큰 여자이긴 했다. 배낭여행 기록지를 들추어보니 16년 전에 그리스에 여행에 있었던 일들이 생각나 적어본다. 

   터키 여행을 마치고 이스탄불 공항에 오후 5시 15분에 터키를 뒤로하고 그리스 아타튀르크 공항에 저녁 11시에 도착했다. 그리스에서 5일 동안 머무를 예정이었다. 그런데 터키에서 그리스까지 비행시간이 5시간 소요될 줄  몰랐다.  그리스에 저녁 늦게 도착해서 숙소를 빨리 잡아야 했다. 공항에서 우선은 그리스 시내 중심가로 나오는 버스를 탔다. 그리스 중심가에 도착하니 가게 문들이  닫혀있었다. 그리스도 유럽에 속하니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에 가게들이 문을 닫는 것은 당연했다. 


    호텔에 머물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없어  우선 모델 수준의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20분 정도 걸어서 불이 켜져 있는 민박 수준의 숙소를 잡았다. 노렐 게스트 하우스라고 적혀있어서 그래도 숙소 수준은 중간 레벨은 되겠지 하고 주인이 준 키를 가지고 묵을 방으로 들어갔다.  아.. 창문도 창살이었고, 침대도 죄수들이나 쓰는 수준의 침대였다. 벽은 우중충한 회색으로 누군가 묵었던 사람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베개와 이불만 깨끗하면 모두 용서해 주겠다는 마음으로 베개를 보니 예상했던 대로 사람 머리의 기름때가 있었다. 베개와 이불 덮는 것은 포기하고 한국에서 가져온 침낭을 밑에 깔고 자려고 바닥에 누웠다. 불을 끄니 갑자기 이상한 물체들이 움직이는 게 포착되었다. 짐작하다시피 바퀴벌레였다.  다시 침대 위에 침낭을 깔고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포카리 스웨트 광고가 나왔던 ' 산토리니 섬'만 도착하면 잠자리의 고통은 모두 잊혀질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어떻게 잤는지 모르게 숙소를 빠져나왔다. '노렐 게스트 하우스'가 아니라 나에게는 ’놀랄‘ 게스트 하우스였다. 아점(아침과 점심 사이 식사)을 먹으려고 아테네의 번화가에 있는 식당을 찾아서 어제 고생한 나를 위한 보상으로 ’근사한‘ 브런치를 먹을 계획이었다. 

   그래서 식당이 즐비하게 서있는 번화가의 식당들을 둘러보았고, 외국에 온 느낌이 들었다. 그리스 사람들인지 관광객들인지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와 브런치를 먹으면서 즐거운 수다를 떨고 있었다. 햇살도 좋았다. 

   나도 저들과 함께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와 브런치를 먹을 계획으로 밖에 놓어있는 메뉴판을 보고 있으니 웨이터가 와서 아시아인을 무시하는 말투로  ’Are you creasy?‘  라면서 나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한번 훑어보는 것이었다.   14일 터키 배낭여행을 마친 나의 모습은 그 웨이터 눈에는 ’거지‘처럼 보였는지 나보고 얼굴도 시커멓게 타고 키도 작은 아시아인 여자가 식당 앞에서 메뉴판을 보고 기웃거리니 웃겼을 것이다. 

   내가 물었다. 웨이터에게  “ What? ” what do you say to me, ‘creazy'?" 

잘하지 못하는 영어로 쏘아붙였다. 웨이터가 주문을 안 하고 계속 메뉴판만 보고 있어서 그랬다고 했다.  너무 화가 났다. 외모로 이것들이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네 하는 생각이 들어서 


” who is the manager in this restaurant? I have to tell him your insulted behavior " 

   화가 나니  잘하지도 못하는 영어가 슬슬 나왔다. 내가 식당 앞에서 소리를 지르니 그 웨이터가 매니저인지 아니면 그보다 높은 직급의 배부른 중년의 남성을 데려왔다. 


   나는 매니저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당신의 직원이 나에게 ’creazy’라는 단어를 썼다. 직원 교육을 어떻게 시키냐? 아시아인이고 백패커 여행자라고 사람을 무시하는 거냐? 등의 내용으로 소리 높여서 영어로 이야기했다. 매니저는 ‘ I am sorry, Can you make your voice down?’라고 말했지만 나의 목소리는 더 높아져만 갔다. 식당 앞 테라스에 있는 외국인들은 나와 매니저를 보고 있었고,  화가 나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식당이 잘못 한 일을 했구나 하고 짐작들을 하는 눈치였다.  매니저는 미안하다면서 나에게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자기 식당 웨이터가 잘못한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먹게 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I’m not a beggar, I'm a traveler’라고 이야기하고 식당을 나오려고 하니 매니저가 ‘ Where are you form ?’ 하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순간, 나의 머리 속에 여러 가지 계산을 하게 되었다. 매니저가 나의 국적을 물어보는 의도는 무엇일까? 공짜로 맛있는 것을 준다고 해도 안 먹는다고 하는 나의 강직함  때문인가? 아니면 도대체 소리를 너무 높여 이야기하여 자신들의 식당을 욕 먹인 동양 여성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를 알고 싶어서였나? 


나의 머리 속 계산이 마친 후에 내 입에서 나온 영어는 " I am Japanese “였다. 


    나는 배고픔도 잊은 채 정신없이 번화가의 식당가를 빠져나왔다.   나는 산토리니 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페리를 타야 했다.  블루스타 페리호를 타기 위한 선착장으로 갔다. 8시간을 기다린 끝에 오후 9시에 블루스타 페리호를 타고 산토리니 섬으로 출발했다.

                  산토리니 섬으로 향하고 있는 블루스타  페리호 


   고등학교 학창 시절,  포카리 스웨트 광고를 보았을 때,  나는 광고모델보다는 파란 하늘과 녹색 바다가 만나는 하얀 집들과 파란 지붕을 가진 동화적이고 목가적인 풍경의 나라에 끌렸다. 저런 곳은 어디에 있을까? 검색해 보니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헤벨은 다짐했다. 광고에 나온 '산토리니 섬'을 꼭 가야겠다는 꿈을 꾸었다.  광고 모델 같은 포즈는 어니어도 하얀 집의 파란 지붕을 가진 장소에서 헤벨 만의 ' 그 무엇'을 마시고 사람들을 만나보겠다는 꿈을 꾸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산토리니 섬으로 향했다.  

출처: 네이버 나무 위키(포카리 스웨트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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