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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벨의 단상: '체리 새우-비밀 글입니다' 를 읽고

책을  읽으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알고 새로운 것들을 익힐 수 있다고 한다. 며칠 전에  [ 체리 새우: 비밀글입니다.](황영미 저)를 읽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청소년들의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체리새우'의 주인공들과 주인공들과 주변 인물들이 내 딸아이와 같은 또래들이어서  더욱 그들의 세계가 나에게 와닿았다. 

   딸아이와 거의 대화가 없는 헤벨에게 '체리 새우' 의 용어와 대사들이 현재 딸아이의 학교생활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딸아이의 학교생활, 교우관계의 어려움과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고 있겠구나 간접적으로 알게 되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주인공 다현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은 따 경험이 있어 중학교 현재 시점에서 다섯 손가락 멤버에 속해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다현이는 인생에서 친구들이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 다섯 손가락 멤버에 소속감을 가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다섯 손가락 멤버들 중에서 빅마우스 격인 아람이가 가장 싫어하는 노은유와 짝꿍이 되고 나서부터는 다현이의 입장이 애매해진다. 

   다섯 손가락 멤버 중에서 먼저 노은유를 미워한 건 아람이었다. 원래 그렇다. 누구 한 명이 ‘그 애 좀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씨앗을 뿌리면 다른 친구들은 ‘이상하지, 정말 이상해’라며 싹을 틔운다. 그다음부터 나무는 알아서 자란다. ‘좀 이상한 그 애’로 찍힌 아이는 나중에 어마어마한 이미지의 괴물이 되어 있는 것이다. 

  자신과 세계의 가치관 정립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의 심리를 보여주고 있는 문장에서  어른의 세계도 비슷하지 않은가?라고 헤벨은 자문해 본다. 


    자신이 속해있는 무리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누군가로부터 은 따 혹은 왕따를 당하기 않기 위해 싫어도 좋은 척, 좋아도 싫은 척, 몰라도 아는 척, '척''척' ‘척’으로 첨철되면서 어떤 무리에 속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가 고스란히 청소년들에게도 읽을 수 있다.   어떤 무리에 속하기 위해  ‘소리 없는 소리’의 무리 속에 묵묵히 살아가고 있지만 그 무리 속에서 더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을  헤벨은 알고 있다. 


   다현이가 다섯 손가락의 무리들이 싫어하는 노은유와 짝꿍이 되고 해강이와 시후라는 친구와 수행평가를 하면서 다현이는 다른 세계에 있으며, 다른 생각들과 꿈을 쫓아가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가치관의 혼란을 겪게 된다. 다섯 손가락이 싫어하는 노은유는 생각보다 그렇게 나쁜 아이가 아니었으며, 다현이와 더욱 생각이 맞는 친구였다. 노은유아 다른 친구들인 시후, 해강이와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되면서 다현이는 다섯 손가락 무리의 친구들에게 은따를 당하면서 시작한다. 특히, 다섯 손가락 멤버의 ‘시민 중 밉상’ 1위인 효정이를 다현이 대신 다섯 손가락 멤버를 끼워주면서 자연스럽게 다현이는 무리의 멤버에서 강퇴당하는 격이 된다.  며칠 동안 아파서 학교에 나가지 못한 다현이를 챙겨주는 친구들은 다섯 손가락 멤버가 아닌 해강, 시후, 노은유였다. 다현이는 다섯 손가락 멤버들 중에서 그래도 가장 친했던 설아라는 친구에게만 털어놓았던 비밀 이야기가 소문을 타고 다른 식으로 왜곡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친구, 우정을 정립해나간다. 

   다현이는 다섯 손가락 멤버들에게는 공개하지 않았던 [체리 새우]라는 블로그를 용기 내어 공개 글로 전환하면서  자신의 글을 세상 밖으로 꺼내면서  알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오게 된다.

출처: 교보문고,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황영미 저), 출판: 문학동네, 2019.1.28.

    청소년기에는 부모보다 우정이 먼저이고, 친구가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알기에 청소년기의 여학생들의 경험도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해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청소년 도서인데  어른들을 가르치는 문장들도 눈에 들어온다. 

  엄마 말처럼 나를 좋아하는 친구한테 집중하고 싶은데, 나를 좋아하는 애가 없는 거야 그래서 난 그냥 공부했어. 영어로 된 책도 엄청 읽었어. 진지충 소리도 많이 들었는데 뭐 어때? 나중에는 아이들이 날 싫어하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쓰이더라” “ 이제는 혼자 잘 지내는 편이야, 책 읽고 영화 보고 수영장 다니고 우르르 무리 지어서 다니는 거, 사실은 별로 안 좋아해. 그러니 아쉬울 것도 없어. 집에 혼자 있으면 외울 때도 있지만 수많은 작가와 감독이 소중한 선생님이고 친구쟎아. 

 

노은유가 내 뱉은 문장이다. 대다수의 어른들은 세상적인 이목,  세상 사람들에게 자랑질 할 것들을 찾고, 승자가 없고 패배만 있는 경쟁 속에서 타인의 시선을 자신보다 더 중요시한다. 이에 비하면 노은유학생이 더욱  어른스럽다. 

무엇보다도 체리 새우를  읽으면서 요즈음 청소년들이 유행을 알게 된 것도 헤벨에게는 큰 수확이었다. 

 몇 달 전에 딸아이가 손등 위에 학교 준비물을 검은  펜으로 크게 적어놓은 것을 보고 


“ 손등 위에 이게 뭐니? 엄마가 메모장 사줄까 ?”라고 저녁식사하면서 물어보았다.  딸아이는 메모장은 필요 없다고 했다.  헤벨은 딸아이의 행동이 너무 엉뚱함을 느꼈는데 [체리새우] 책에서 요즈음  중학생들에게 유행하는 거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딸아이가 나에게 먼저 말을 건 적이 없는데  몇 달전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 엄마는 왜 세탁기에 빨래할 때 섬유 유연제 안 넣어?”라는 질문에

“ 세제도 환경오염시키는데 섬유 유연제까지 넣으면 환경오염이 더 될까 봐서. 엄마는 억지로 향기 나게

하는 것은 별로더라” 대답했다. 근거 없는 섬유 유연제의 환경오염 탓을 하면서 세제만 쓰는 이유를 말했다. 

   솔직히 헤벨은 무엇인가를 넣어 옷에 향기 나게 하는 섬유 유연제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체리 새우 책을 읽다 보니  청소년들 사이에서 옷에 향기가 나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니는 아이들은 은근히 따를 당할 수 있다는 문장을 읽고 소름 끼치게 마음이 아팠다. 

‘ 딸아이가 빨래할 때 섬유 유연제 넣으라는 말을 돌려서 나에게 질문했구나? ’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너무도 무신경하고 작금의 청소년 세대들의 유행이나 고민거리를 파악하지 못하는 헤벨은 엄마 자격까지 있는 것일까?  원론적인 자문까지 나왔다.  

     다현이가 자신만의 장점을 알고 자존감을 높이며 진정한 우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 행복 바이러스 애플리케이션이 다현이 몸에 설치되면서 친구들이 짜증 나게 하는 일인데도 행복 바이러스 앱이 다현이 몸에 장착된 것처럼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문장에서  헤벨도 몸에 행복 바이러스 앱을 깔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헤벨의  행복 바이러스 애플리케이션을 장착시키기 위해  유튜브, 넥플렉스에  너무 빠지지  말고 책의 수많은 작가를 만나 그들로부터 배우고 보이지 않은 친구의 끈을 맺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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