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클라우드 마케팅 컴패니의 시대와 마케팅 자동화 & AI 마케팅시대
2013년 3월에 나는 캘리포니아 산 마테오에 있는 한 미국 스타트업을 방문했다. 스타트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직원도 200명이 넘었던 것 같다.
이 회사는 마켓투 (Marketo)라는 회사다. 이름도 흥미롭게 지었다 마켓 - 투다. 마켓을 향하여 뭔가 하겠다는 뜻이었을까? 마켓투는 수많은 실리콘밸리의 테크 스타트업 중의 하나였지만, 마케팅 분야로 들어와서 다시 마케팅 자동화 분야로 좁혀지면, 그렇게 많은 플레이어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 회사의 성공 과정은 곧 새로운 분야 개척의 역사가 된다. 2013년에 만난 이 회사는 2018년 9월 21일자 신문에 어도비에 47억 5천만불에 팔렸다라는 기사가 나온다. 5조다. 마케팅 솔루션 기업이 5조면 큰 기사거리다.
나는 그날 처음 만난 에이미가 떠올랐다. 낯설고 낯선 코리아에서 그냥 찾아온 나를 만나준 에이미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었고 아마도 유일한 여성 임원이 아닌가 싶었다. 아직 스타트업이어서 인지, 보안도 별로 심하지 않았고, 직원들은 자유로워 보였다. 에이미는 콜라를 끊임없이 마시며, 나를 신기하게 쳐다 봤다.
에이미는 Employee No. 6라고 했다. 6번째 입사자이니, 엄청나게 빨리 입사했다. 이 회사는 당시 3명의 공동 창업자가 있었으니, 넘버 6의 의미를 알 만하다. 만약에 지분을 조금이라도 받았다면..
이 회사가 마케팅 역사에 끼친 영향은 "마케팅 자동화"라는 개념 때문이다. 영어로는 Marketing Automation이라고 부른다. 나는 이것이 꽤 흥미로울 거라 생각해서, 5년전에 이 회사 제품을 한국 시장에 팔려고 했다. 그러나 에이미와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화해서 팔려면 몇 년은 걸리겠구나 였다. 너무 일찍 찾아 온 것이다. 한국 전에 일본, 일본 전에 싱가폴, 호주 그리고 중국도 있었다. 많은 미국 IT 기업들의 글로벌 확장이 그런 순서다.
마케팅 자동화... 마케팅을 자동화 한다니... 사람도 필요 없고, 크리에이티브도 필요없나? 그건 아니다. 마케팅을 자동화하는 개념은 꽤 오래전에 있었다. 나는 2002년에 지금은 오라클에 팔린, 시블 (Siebel)이라는 회사에 3개월 한국에서 파견와 있었는 데, 이 회사는 당시 세계 최고의 CRM 솔루션으로 유명했다. 그 3개월 동안 미국산 소프트웨어에 대해서 눈을 뜬 계기가 된 것같다. 프로그램 한 줄 쓰지 못하는 인문학도가 본 관점에서, CRM은 프로그래머가 만드는 것도 아니었다. 모든 프로세스는 비즈니스를 하는 친구들이 그려서 넘긴다. 소위 프로세스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이 그림을 그려서 다시 IT 친구들에게 주면, 프로그래밍 작업 전의 디자인으로 다시 그린다. 미국인들은 일단 프로세스를 참 잘 그린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로 본 것도 모든 것이 프로세스다.
- 과거의 마케팅 자동화 -
이 때도 마케팅 자동화라는 말을 쓰기는 했다. 2000년 초 당시 CRM도 이메일을 뭔가 예약을 건다거나, 고객이 반응을 하면 반응에 따라 보내지는 자동 기능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우습겠지만, 그 당시는 그것도 대단했다. (콜센타에는 이런 것이 꽤 필요했다) 그리고 2002년 부터 내가 본 서양의 마케팅이란, 놀랄 정도로 소프트웨어에 의존을 많이 하고 있었다. 아무리 소프트웨어 회사가 사기를 치고, 과대 광고를 한다 치더라도, 실속이 없으면 시장 수요는 지속적으로 발생 할 수 가 없다. 기업의 경영자들이 바보도 아니고, 그 비싼 솔루션을 무식하게 계속 사주겠는가? 마케팅 솔루션들은 욕을 먹으면서도 기업의 셀링 프로세스에 계속 녹아져 들어 왔는 데, 어느 순간 마케팅은 소프트웨어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2018년에 다시 돌아보면, 마케팅은 더욱 소프트웨어로 돌아가고 있다. 조금 더 바꿔 말한다면, 클라우드로 돌아가고, 소프트웨어에 담긴 데이터로 돌아가고 있다. 웬만한 기업은 마케팅 소프트웨어를 어떤 것이든 쓰고 있고, 누군가 뽑을 때나 일을 시킬 때도 '너 이거 할 수 있냐' 를 묻게 된다. 미국 회사들이 소프트웨어를 팔면서, 교육으로 돈을 버는 이유다. 자기 제품 팔면서도 가르치면서 돈을 버는 이 모델은 20세기 말 최고 비즈니스 모델 중의 하나라고 생각이 든다. "쓸래? 돈내고 배워" 그리고 자격증을 만들어 주고, 이것이 현대의 전문가라면 갖추어야 할 하나의 자랑스런 스펙이 되도록 한다. (불행하게도 이런 능력은 미국인들에게만 준 것 같다. 영어 때문이었을까?)
한편 경영자들은 눈으로 보이는 데이터를 보면서 더 과학적이라 느끼면 더 신뢰한다. 뭔가 만들면 세계 시장을 노리는 미국 기업들에게 클라우드는 정말 날개를 달아준 기술적 혁명이다. 그래서 요즘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마케팅이란 말보다도 클라우드 기반의 마케팅이란 말을 많이 쓴다. 소프트웨어는 뭔가 CD 처럼 깔아서 쓰는 느낌이어서 그런지 모른다. 기업에서 이렇게 깔아서 쓰는 것을 인하우스 (In house)라 부른다. 클라우드로 쓰는 것을 온디멘드 (On demand)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말도 참 잘 만들어 냈다.
또 중요한 것은 모든 소프트웨어는 명령어로 된 언어로 짜여지기 때문에, 프로세스가 없으면, 돌아갈 수가 없다. 마케팅 소프트웨어도 수많은 프로세스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결정체이다. 성공적인 소프트웨어는 수많은 수정을 하게 된다. 일도 그렇게 하는 게 유리하다. 그래서 애자일 방법론 (Agile Methodology)라는 것이 유명해졌다. 머리 좋은 이 쪽 친구들은 마케팅의 큰 프로세스는 퍼널 (Funnel)이 핵심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케팅이란 현실적으로 100명에게 노출하고, 10명이 반응하면 그중 1명이 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TV 광고를 봤다고 본 사람이 전부 다 제품을 구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객의 구매를 쪼개보면 고객에게 노출부터 관심, 그리고 의향 마지막으로 구매에 대한 욕구등의 단계를 거쳐가간다.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퍼널은 지난 20여년간 마케터들의 숙제였다. 두가지 이유가 있는 데, 하나는 그걸 보고 있으면, 물고기를 몰아가는 흐름이 보이는 것이며, 마케팅 팀만 좋은게 아니라, 경영자들을 이해시키기도 좋았다. 그렇지 않다면, 정성적인 얘기를 해야 하는 데, 경영자들은 이런 말을 싫어한다. 경영자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구름잡는 얘기를 매우 싫어한다. 그들은 성과를 좋아한다. 두번째 이유는 ROI 때문인데, 특히 B2B에서는 영업팀에 좋은 정보를 넘겨 주기 가장 효율 적인 방법이 이 퍼널을 거쳐간 맨 마지막에 남은 고객의 정보들이다. 그래서 퍼널을 잘 관리하면, 비즈니스 하기가 더 쉽게 된다.
- 마켓투가 건드린 것-
마켓투는 바로 이것을 건드린 것이다. 내가 처음 이들의 솔루션을 보고, 쉽게 이해된 것이, 캠페인의 모든 과정이 퍼널 모양의 비쥬얼로 쉽게 보였고, 고객을 치밀하게 공략하고 따라다니면 공략하는 구조였다. 결정적으로 과거의 CRM과 달랐던 것은 디지털 매체에서의 고객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이었다. 디지털이 핵심 키워드다. 기존의 CRM 시스템은 이것이 불가능했다. 그럼 왜 불가능 했을까? 어마 어마한 돈을 갖고 있는 오라클, SAP, 마이크로 소프트, 그리고 후발 주자 였던 세일즈 포스 닷컴의 CRM 솔루션들은 너무나 쉬워 보이는 이 것을 왜 못했을까? 내가 보기엔 구조를 바꾸기에는 너무 맞지가 않았다. 직접 CRM 프로세스 설계를 많이 했던 내 경험으론,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인지, 대부분 마케팅 자동화 스타트업을 아예 구매해서, 기존 CRM과 함께 파는 쪽을 택했다.
또 중요한 시장의 흐름은 점점 현실에서의 마케팅이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으로 가면서, 마케팅이 영업을 대신하는, 즉 소프트웨어 기반의 마케팅이 잘 돌아가면, 과거에 영업 사원이 하던 일을 대신하는 역할을 많이 하게 된 것이다.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서 물건을 판다고 해야 할까.. B2B 쪽이 특히 이런 흐름이 강화되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마켓투의 창업자들은 캐나다의 이피파니 (Ephipany) 라는 중간쯤 하는 CRM 솔루션 기업이었다. 이들은 개발자도 아니고, 비즈니스 맨들이었다. 그러나 강조했듯이, 아이디어에 개발자가 다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사를 아는 친구들이 더 잘 만들어 낸다. CEO은 필은 주로 세일즈 포스의 대형 행사에서 조그만 부스를 열고 마켓투를 설명하는 장면이 불과 몇년 전이었다. 우리 제품은 세일즈포스와도 잘 붙어요.. 그리고 이 기능을 더 써보세요.. 이런 것이다. (여기서 붙는 다는 것은 IT 용어로 API라는 것을 의미한다) 전형적으로 기존 CRM 툴이 갖고 있는 한계를 파고 들었다.
필과 경영진들은 회사의 기업 가치가 오르자 사모 펀드에 회사를 팔았다.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즈 (Vista Equity Partnes)라는 회사인데, 18억달러, 그러니까 약 2조 정도에 현금으로 샀다. 2016년 정도 였던 것 같은데, 늘 이런 기업들이 그렇듯 매달 적자지만, 매출 3000억에 기업 가치는 2조에 달했다. 왜 2조나 되었을까? 남들이 안 갖고 있는 데, 시장에서는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들은 이 회사를 다시 어도비에 47억 5천만 달러, 즉 5조넘는 금액에 판 것이다. 매출은 아마도 5천억 이하인 것으로 보이고, 여전히 적자에 있을 것이다. 10배 정도의 밸류에이션이다.
이 시점에 경쟁자가 보스톤에 하나 더 있었다. 이 흥미로운 회사는 여기서 설명하기에는 그렇고, 하여간 같은 계통이지만, 마케팅 자동화라는 말은 거의 쓰지 않고 '인바운드 마케팅'이란 이름을 건 허브 스팟(Hub Spot)이다. MIT에서 나온 성공적 물건이라 보면 된다. 공동대표 중 한 명은 MIT 강사였고, 또 다른 한명은 거기서 만난 엔지니어였다. 그들도 몇년 후 대박을 쳤다. 그러나 아직 회사를 팔지를 않고 있고 안 팔 것 같다. 또 하나 같은 계통에 있는 그러나 완전 다른 역사를 가진 기업이 바로 어도비이다. 어도비는 디지털 혁명 시대의 수혜자인데, 기존 플레이어와는 또 이런 스타트업과 비교해서는 공룡이었다. 이미 포토샵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그러나 지금의 기업 가치의 핵심은 마케팅 솔루션이다. 어도비가 세일즈포스와 경쟁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의 판은 그렇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회사들의 마케팅 제품은 수도 없이 많은 기업들이 쓰고 있다. 어도비는 하이 마켓, 마켓투는 중간쯤, 허브 스팟은 그 밑의 조금 더 작은 기업들에게 팔렸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현대의 마케팅은 이런 소프트웨어로 돌아간다. 그리고 카테고리를 좀 더 넓히면 이런 마케팅 소프트웨어가 5,000개도 넘는 다는 것이 조사로 나오고 있다. (이들 시장을 마텍 시장이라 부른다. Martech이란 marketing Technology의 준말이다. 주로 브랜드 쪽에서 쓰는 마케팅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이와 상반되는 개념으로 애드테크가 있다. ADTECH은 Advertising Technology의 준 말로 주로 광고 산업의 광고 테크놀러지를 의미한다. 이 둘의 성격은 점점 합쳐저 가고 있다. 어도비가 바로 그 형태이고 양쪽을 모두 구매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플레이어가 있는 것은 누군가는 5조의 꿈을 앉고 만들고 있을 것이다. 하여간 그 깡통에 각자 알아서 데이터 넣어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우아하게 말하면 그게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이다. 전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말들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현실 세계에서 마케팅은 데이터 + 소프트웨어로 돌아간다. 전략도 실행하려면 뭔가 보여야 하지 않는가..
필이 마켓투를 떠나고, CEO로 온 사람은 SAP에서 빅데이터 솔루션을 맡아서 팔던 스티브 루카스라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SAP의 빅데이터 솔루션 HANA의 총괄 사장이었는 데, 이 좋은 자리를 놔두고, 마켓투를 갔다.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 이 분이 지난 2년간 끌면서, 어도비에 팔았다. 투자자들은 2년 동안 3조를 벌어들인다...(이 투자 회사의 투자자에 한국인 한 분이 있다)
- 그럼 왜 어도비가 마켓투를?
그럼 왜 어도비가? 어도비 입장에서는 하이 마켓 뿐만 아니라, 미드 마켓까지 가진다면? 아마도 그럴 것 같다. 소프트웨어를 한번 쓰게 되면, 크게 실망하지 않는 한, 고객들은 잘 바꾸질 않는다. 그래서 전략적 포지셔닝이 매우 중요하다. 마켓투의 고객수는 거의 1만개에 가까울 것이다. 그건 매력적인 숫자다. 당장 5천억 정도 되는 매출을 어도비의 매출에 붙일 수 있다.
또하나 볼 것은 어도비는 B2C에 강한 반면, 마켓투는 B2B에 강하다. 2013년 내가 마켓투 에이미를 만나면서 물은 질문이 누가 사나요 였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옆 빌딩을 가르키면서, 바로 저들이요 라고 했다. 바로 저들은 다른 소프트웨어 회사, B2B 회사들이었다. 그들은 입소문으로 한 세그먼트를 열심히 파고 있었다. (B2C와 B2B 디지털 마케팅은 조금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다음에 이것을 설명하겠다) 어도비는 B2B를 잡아야 했다. 그래서 마켓투가 필요하다. 오라클은 B2B에 엘로콰 ( Eloqua ), B2C에 리스폰시스 ( Responsys), 세일즈 포스는 B2B에 파돗 (Pardot) B2C에 이그젝트 타겟 (Exact Target)을 갖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플랫폼 (Platformization)을 만들어서 더 큰 생태계를 만들려는 의도갔다. 과거에는 하나의 좋은 솔루션은 자체로 대형화되어 가는 게 핵심 전략이었으나, 현대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오픈 API로 수많은 조그마한 플레이어들을 연결해서, 생태계를 형성한다. 누가 더 강력한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는냐의 게임이다. GE, 시스코를 비롯 대형 회사들은 그들의 마케팅을 위해서 수십개의 소프트웨어를 쓰고 있다. 그래서 고객들에게 이미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는 것은 현재는 의미가 없다. 반대로 일반 고객사들 입장에서도 좀 머리가 복잡하게 된다. 누가 복잡한 많은 소프트웨어를 쓰고 싶겠는가?
어쨌던 궁극적으로 어도비는 더 공룡이 되가고, 마케팅 산업에서 기선을 더 잡을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오라클,마이크로 소프트, 세일즈 포스, IBM과 한판 할 수가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 오라클 그리고 IBM은 종합 솔루션 기업이고, 50조와 100조 정도의 매출을 하고 있다. 세일즈 포스와 어도비는 성장률이 매우 가파르고, 매출 비중에서 마케팅, 영업 전문 솔루션 기업이라 바로 비교하기가 어렵지만, 마케팅 시장이 워낙 매력적이라, 서로 전쟁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3년내 또 하나의 큰 주제는 바로 AI다. 이들은 AI의 능력을 갖고 전쟁을 치룰 것이다. 누가 고객에게 AI의 가치를 더 잘 구현하는 냐에 따라서, 더 큰 힘을 갖게될 것 같다. 공룡들일까? 마케투 같은 부띠끄가 또 올라 올까? 그나저나 2013년 만난 에이미는 주식을 받았을까?